올레 01 코스(2) 시흥 - 광치기 (15.1km) (2021-7-2 금)
2021년 7월 2일, 제주 올레길을 만나다(2)
무작정 걷는 425km의 여정의 시작
올레 1코스는 시흥에서 종달리를 거쳐 광치기 해변에서 끝난다. 앞선 글에 이어 중간 스탬프 지점인 목화휴게소부터 포스팅을 시작한다. 목화휴게소에서 10여분을 걷다보면 호국영웅 강승우 육군중위(1930~1952)의 추모비를 만난다. 강승우는 시흥리 출신으로 한국 전쟁(6.25) 당시 자원입대하여 참전했고, 1951년 소위로 임관하여 치열한 백마전투에서 전사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2020.5.21) 참조
http://www.jnu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4498
바닷가 해맞이 해안로를 따라 걷다보면 한도로와 만난다. 한도 로 위의 갑문교는 성산일출봉와 이어진다. 그런데 갑문을 닫은 것은 2014년에 열린 전국체전의 카누 경기 대회 당시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갑문을 작동하기 위해 발전기 등을 가동하는 데 소요된 예산은 4억2000만원이고, 현재는 갑문을 연 채로 방치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2019.4.19) 참조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5434
성산갑문 입구는 시작점에서 11.1km의 거리이다. 오전 9시 14분에 출발해서 오후 1시 52분에 갑문을 지나갔다. 갑문을 건너서 야트막한 언덕길로 들어서면 성산일출봉이 보이면서 아름다운 제주 동쪽의 바다가 펼쳐진다. 그래서 바다를 마주할 수 있도록 야트막한 언덕 위에 덩그러니 놓인 탁자는 마치 신들의 탁자로 느껴졌다. 멀리 더 클라우드 호텔이 보이는데, 확실치 않지만 운영이 중단된 것처럼 보였다. 다만 오르다 카페만큼은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성산 터진목의 제주4.3 성산읍 희생자 추모공원을 지나고 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정부와 미군정 등의 강경진압으로 민간인 피해자는 제주 전역에 걸쳐 최대 3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누가 알까
그때 총과 칼 그리고 죽창에
찔리고 찢기고 밟혀 죽임을 당한
그걸 목격한
저 앞바다의 통곡을,
구천을 멤도는
한 맺힌 영혼의 절규를,
그 아픈 역사의 파편들을,
말없는 현장의 돌담 벽에
붉은 동백꽃잎으로나 새겨둘까
하얀 국화잎 한 잎, 한 잎 떼어
해해 연연 조각난 세월로 붙여둘까
추모글(2010-11-5) 중 일부
아버님, 어머님, 할아버님, 할머님, 큰누이, 작은누이 삼촌 조카 그리고 그 때 함께 가신 모든 분들이시여! 그 해 이 터진목 해안 모래밭 앞 절 소리는 이른 봄부터 그렇게 거칠도록 울더이다. 저 건너 광치키 큰 엉 밑으론 파도소리마저 모질더이다. .... 그 해 가을, 이 터진목 앞바르 바닷가 노을은 파랗게 질려 있고, .... 그때의 가을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가을이더이까?
저희는 들었습니다. 콩 볶듯 볶아대던 구구식 장총소리를, 미친개의 눈빛처럼 시퍼렇게 지나가던 징 박힌 군화 소리를, 그리고 보았습니다. 아닙니다.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저 건너 조개 밭에 밀려와 썩어가던 멸치 떼처럼 널 부러진 채 죽어가는 것을, 이유도 모른채 끌려와 저들이 쏘아대는 총탄을 몸으로 막아내며 늙은 어머니를 구해내던 어느 이웃집 아들의 죽음도, 젖먹이 자식만은 품에 꼭꼭 껴안고 처절히 숨져가던 어느 젊은어미의 한 맺힌 죽음도, 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아버지를,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피 토하듯 부르다가 눈을 감던 모습도 ...
제주올레의 첫번째 코스를 완주한 것은 2021년 7월 2일(금) 오후 3시 30분의 일이다. 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길이며,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오름-바당 올레'의 끝자락에는 제주의 아픔을 품은 제주 4.3의 성산읍 희생자 추모공원이 있다. 완만한 경사의 푸른 들판을 지나며 어느새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올라서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볼 수 있었고, 성산의 마을들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종달리 소금밭을 거쳐 시흥리 해안도로, 그리고 갑문을 지나 광치기 해변이 품고 있는 추모공원에서 올레 1코스의 여정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