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자살 열풍으로 골머리 앓는 미국의 명문 대학캠퍼스
이 글은 뉴욕타임즈 Education 면에 실린 2015년7월 27일자 기사 <Campus Suicide and the Pressure of Perfection> (By Julie Scelfo)를 보고 정리한 글입니다. 아래 내용 중에는 다른 곳에서 인용하거나 임의로 추가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본문 내 소제목 또한 임의로 붙인 것들입니다.
캠퍼스 연쇄자살과 완벽주의 강박증
캐슬린은 어떻게 자살 충동에서 빠져나왔나?
명문대생 자살은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일까?
미국 명문 대학캠퍼스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비교에 따른 열등감과 우울증을 못이기고 연쇄자살하는 읻들이 있다는 소식이 2015년 7월 27일자 뉴욕타임즈에서 심층보도했습니다. 제목은 [캠퍼스의 자살과 완벽주의의 압박] (Campus Suicide and the Pressure of Perfection)입니다. 이 기사는 사례중심의 보도를 통해 미국 대학 전역에서 벌어지는 연쇄 자살(cluster suicide)의 심각성과 이에 따른 대학당국의 대책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보도입니다.
주인공 캐슬린 드윗을 통해 본 자살에 이르는 과정
기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캐슬린 드윗(Kathryn DeWitt)입니다. 20살의 이 여학생은 마치 10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처럼 학교를 '정복'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만큼 대단히 유명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A학점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한 대학은 미국 북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학 그룹인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였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Penn'이나 'U Penn'이라 하고, 'Penn State'라는 약칭을 가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는 다른 곳이다.
친구들의 놀라운 스펙에 주눅 들어
캐슬린은 입학과 동시에 2주동안은 떠밀리듯이 정신없이 대학생활을 시작했는데, 가장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은 주위 친구들이 자신과 비교하면 엄청난 스펙을 갖고 있더라는 겁니다. 어떤 애는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이고, 어떤 애는 인텔과학경진대화 우승자도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매일같이 교수나 학생들이 교내외적으로 보여주는 놀라운 업적들을 이메일 뉴스로 알려주고 강의실에 와보면 여자애들은 풀 메이컵 화장을 하고 앉아있는 겁니다. 캐슬린은 여드름이 고민인 스무살의 여자아이였고, 매일매일 숙제하는데 온 힘을 쓰고 있었지만, 환상적인 인턴 경험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친구들의 삶은 매우 환상적으로 보였던 겁니다. 아이들이 찍은 셀카를 보면, 친구들의 삶이란 자신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재미있고,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또 아주 멋진 파티를 즐기고 있어 보였습니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음식사진도 훨씬 더 맛있어 보였던 겁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19살 매디슨 홀러렌은 2014년 1월 17일, 금요일 밤에 주차장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아버지 짐 홀러렌은 고교시절부터 완벽주의자였던 딸이 고향을 떠나 대학생활에 적응하느라고 우울증이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엄친딸 홀러렌이 자살하다니!
그런데 캐슬린을 더욱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정말 멋있어 보이던 신입생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2014년 1월 17일, 매디슨 홀러렌(Madison Holleran)은 주차장 옥상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캐슬린이 이 여학생을 만난 적은 없지만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홀러렌은 캠퍼스에서 유명하고 매력적이고 재능이 많은 아이였는데, 왜 죽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자살한 여학생과 비교하자면 자신의 삶은 훨씬 더 살만한 이유가 없다고 캐슬린은 느끼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캐슬린은 이미 손목을 그어버릴 면도칼을 사두었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쓴 이별 편지도 한 묶음 써둔 상태였던 겁니다.
자살은 미국 대학캠퍼스에서 흔한 일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이 두 여학생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그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13개월동안 6명의 Penn 학생들이 자살을 했고, 홀러렌은 그 중 세번째에 해당된다는 겁니다. 이른바 연쇄자살인 것입니다. 이번 학년도에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 소재한 툴레인(Tulane) 대학에서는 4명의 학생이 자살을 했고, 노스캘로라이나 대학시스템 중 한 대학인 애팔래치안 주립대(Appalachian State)에서도 3명 이상이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코넬대학에서는 2009-2010 학년도에 6명이 자살을 했고, 2003-4 학년도에 뉴욕대학교에서는 5명의 학생이 자살했다고 합니다.
미국 뉴욕주 이타카(Ithaca)에 있는 동부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 대학교 캠퍼스 모습(출처: 위키백과). 코넬대학 당국은 2009-2010학년 당시 6명의 학생이 연쇄 자살하면서 당혹감에 빠졌다. 그 중 3명은 써스턴 에비뉴 다리 (Thurston Avenue bridge, 아래사진)에서 투신 자살하면서, '자살 다리'라는 오명이 붙었다. 데이빗 스코톤(David Skorton) 총장은 연쇄자살하는 캠퍼스 분위기를 "분명한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학교 명성에 흠집이 나는 것은 나중 문제이며, 지금 가장 걱정하는 건 고통에 처해있는 다른 학생들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증가하는 자살 추세
미국 전역을 놓고 보았을 때 청년(15~24세)들의 자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의 한 조사에 따르면, 상담학생 중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는데, 그 숫자가 지난 2년동안 13퍼센트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대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장애의 대부분은 '불안과 우울'이라고 Penn State(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대학정신건강센터는 진단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자살방지책이란
펜실베이니아 대학 즉, Penn에서는 홀러렌이 자살한 직후 태스크포스 팀을 꾸렸는데, 그 최종보고서가 올해 초에 발간된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주로 학교 당국이 노력해야 할 일들을 열거해 놓았는데, 외부행사의 개최, 상담센터 운영시간의 연장, 고민이 있다면 손쉽게 전화할 수 있는 상담전화연결을 용이성 확보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또한 연쇄자살의 심각성으로 이어지는 상징적 단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Penn Face란 무엇일까?
이른바 Penn Face 입니다. 일종의 문화적 현상으로 잠재적으로 목숨을 위협하는 캠퍼스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생 사이에서 지칭하는 '포커 페이스'를 일컫는 말이기도 한데, 겉으로는 행복한 척, 자신감 있는 척 연기하는 모습을 일컫습니다. 특히 슬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오히려 즐거운 척 할 경우를 지칭하는 속어입니다.
오리 신드롬이란 말도 있다
'Penn Face'는 Penn의 독특한 현상을 일컫는 '호칭'이지만 오히려 현실은 그런 '행복하고 멋있는 척'하는 형태는 미국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이란 게 있습니다. Pen Face와 같은 맥락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오리는 수면 위에서 우아하게 떠다니고 있지만 오리의 발바닥은 수면 아래에서 미친듯이 지침없이 움직이고 있는 은폐된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용어입니다.
엄친딸 강박증, 'effortlessly perfect'
특히 여학생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합니다. 2003년 듀크대학을 한차례 떠들썩하게 만든 보고서가 그런 내용입니다. 이른바 '아무 노력없이도 완벽한(effortlessly perfect)' 사람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여학생들이 느낀다는 겁니다. 이른바 엄친아, 엄친딸 같은 개념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 똑독하고 성적 잘 나오고, 몸매 좋고, 이쁘고 아름다운데다가 인기까지 좋은 그런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잘난 척, 행복한 척, 긍정적인 척
"다른 모든 사람들은 다 대단하게 살고 있는데 나 혼자서만 힘들게 애쓰며 끙끙거리는 모습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라고 한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상담자로 활동한 Penn의 한 상담가(Kahaari Kenyatta)는 말하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던지 상관없이, 그것이 심지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사소한 우울증에 빠졌거나, 뭔가에 휘말려 어려움에 처한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늘 겉으로는 긍정적인 것처럼 꾸미는 척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인식이 가져다주는 자기소외
'학업적인 측면 외에도 교과과정 이외의 활동이나 사회적인 노력과 봉사활동을 펼치는 데에도 완벽해야 한다는 인식'이 학생들이 겪는 굉장한 압박감이라는 것인데, 그런 이유로 '사기가 저하되고 소외감을 느끼면서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지요.
실망감을 엄청난 실패라고 느끼는 까닭
Penn의 상담심리센터 소장인 윌리암 알렉산더(William Alexander)는 도전적인 문제에 대처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작은 좌절이 흔히 실망을 의미하거나 다음에 좀 더 노력할 필요성을 느끼는 감정이지만, 요즘 시대의 어떤 학생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Penn에서 16년간 상담업무를 해오던 미타 쿠마르(Meeta Kumar)는 비슷한 변화에 주목합니다. 학점 B를 받은 학생이 느끼는 낙담의 정도를 우리는 보통 '실망감' 정도로 부르는 것이지만, '엄청난 실패'(Big failures)라고 느낀다는 겁니다.
부모의 기대감을 충족해줘서 행복해요
다시 캐슬린 이야기로 돌아와서, 캐슬린 드윗은 이제 스무살입니다. 이 여학생은 유치원시절부터 이미 명문대학에 입학할 것이라는 주위의 기대감 속에서 살았습니다. 특별히 부모님들이 엄한 편도 아니고, 아이가 잘하면 칭찬으로 해주고 그 칭찬 속에서 캐슬린은 성장해왔습니다. 부모님은 늘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으며, 그 기대감 속에서 살아왔던 캐슬린에게 삶이란 자신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것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서 부모님이 충족하는 기대감 속에서 캐슬린도 자기만족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목표였던 Penn
아이시절의 캐슬린에게 Penn(펜실베이니아 대학)은 멀리 있는 목표였지만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2013년 6월 합격대기자 명단에 들어갔을 때, 캐슬린은 이 귀중한 기회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서약문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2013년 여름 한철동안 Penn의 학사요람을 탐색하면서 자신의 미래 삶의 계획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전공을 일찌감치 결정했습니다. 캐슬린은 수학을 선택하고 수학 교사가 되기로 꿈을 먹게 됩니다. 캐슬린은 말합니다. "저는 스케줄대로 사는 사람이에요. 어쩌면 2년간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리고 다음 3년이나 아니면 5년 후의 계획까지고 가지고 있어요."
멋진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인생예정설
캐슬린은 원래 예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삶으로 나가기 위해서 계획을 한 것인데, 그녀의 말에 따르자면, "제 생각은 멋있는 기독교인 남자친구를 대학에서 만나서 결혼하고 부모님이 이끌어주시는 대로 삶을 살아가려고 해요."
예정된 인생을 살아가려던 캐슬린에게 닥친 먹구름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한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고교 시절에도 수차례 다른 여자아이들을 보면서 매력을 느꼈던 것입니다. 하지만 믿어의심치 않기를, 부모님이나 교회는 이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느낌을 밀쳐두기로 했던 것이었는데, 사실 부모님도 이런 아이의 문제를 눈치채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아이를 앉혀놓고 진심어린 충고를 던지는데 이런 식입니다. "난 네가 Penn에 입학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 몰라. 게다가 너가 걷고 있는 지금의 삶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어."라는 식이지요.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면서, "캐슬린,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결혼식장에서 너와 함께 입장하여) 네 남편에게 너를 건네주려는 것이야."라고 했답니다.
자꾸만 '여자'를 보면서 마음이 설레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슬린은 대학 기숙사에서도 자꾸 어떤 이쁜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런 현실에 경악스러워하면서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의욕을 일어가고 있는 캐슬린은 여전히 아침 7시30분에 일어나서 밤 10시까지 클럽미팅에 참석했고, 일주일에 등록금에 보태려는 계획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듯한 상태로 미친듯이 공부를 했습니다. 다변수 미적분학에 대해서 특히 그랬습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정말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인가? 진정 내가 가진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기는 한건가? 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말입니다.
낙제의 충격과 희미해져가는 계획된 미래
그러던 중에 결정적인 한 방이 있었습니다. 미적분학 중간고사에서 60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던 것입니다. 상대평가였던 시험에서 결과적으로 낙제를 합니다. 캐슬린은 결국 자신이 생각했던 수학전공을 통해 수학교사가 되려는 꿈이 실현되기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가진 미래의 꿈이 있었는데, 그게 이제는 없어져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미래를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캐슬린은 당연히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라고 생각하는 지점보다 떨어진다는 현실의 열등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유일한 출구는 우울증에 빠져 비뚤어진 논리로 내려진 결론이지만, 죽는 것이었습니다. 캐슬린은 자신이 자살했을 때 대학당국에서 부모님에게 등록금을 돌려주는 지를 조사했고, 자살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다
여기서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질 수가 있습니다. "왜 나는 여기에 있지?" 그러면 비슷하게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겨납니다. "난 어떻게 하고 있지?" 1954년에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어(Leon Festinger)는 사회비교이론을 내놓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결정할 때 자신이 쌓아놓은 업적과 타인의 업적을 비교하면서 결정한다는 가정입니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소셜미디어의 시대이기때문에 스크린 화면에서 교묘하게 꾸며지고 가공된 비교하는 이야기들이 매일같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그런 비교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모바일 기기들에서는 그런 비교들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보여주기까지 하지요.
문제는 소셜미디어 때문이다
코넬 대학교의 상담심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그레고리 이엘스(Gregory T. Eells)는 소셜 미디어 탓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멀쩡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잘못된 인식이 퍼진 데는 소셜 미디어가 엄청난 공헌을 했다는 것입니다. 상담회기 동안 학생들이 언급하는 것을 보면, 캠퍼스에서 자기를 빼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인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레고리 소장은 이렇게 학생들에게 말을 한다고 하네요. "내가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생각하는 게 있어. 저 녀석은 병원에 가봐야 할거야. 또 다른 저 애는 식이장애를 겪고 있어보여. 그리고 저 학생은 방금 항우울제를 먹은 것 같은데 말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누구도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고 어른스러워보여도 전혀 어른스럽지 않다는 거지."
자살한 홀러렌이 보여준 빛과 숨겨진 그림자
Penn의 신입생이었던 매디슨 홀러렌의 자살이 보여준 것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밝고 환한 이미지와 실제 마음속의 어두운 그림자가 극단적으로 대조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홀러렌도 햇살이 아른거리는 배경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나 파티에서 긴장을 풀고 있는 모습등을 포스팅하긴 했지만, 언니 애쉴리(Ashley)에 따르면, 홀러렌은 스스로를 고교시절 친구들보다 열등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그 판단의 근거는 바로 친구들이 온라인상에 올린 글들이고요. 홀러렌은 자살하기 한 시간 전에도 꿈결같은 사진 한장을 마지막으로 올렸다고 합니다. (펜실베이나아주 필라델피아 공원의) 리튼하우스 광장(Rittenhouse Square)의 숲속에 매달려 반짝거리는 화이트크리스마스 전구들의 사진이었던 것이죠.
홀러랜이 자살하기 1시간 전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리튼하우스 광장의 모습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자살을 예고하는 신호?
교수가 하는 비교들도 위험해지기 시작하는 지점은 바로 학생이 이미 부끄러움을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Penn의 소아심리학자인 로스타인 박사(Dr. Anthony L. Rostain)은 Penn이 태스크포스의 공동의장으로 학생의 심리건강과 복지분야를 맡았는데, "부끄러움이란 결함이 있는 존재로 느끼는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충분치 않다"는 느낌의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로스타인 박사는 또 말하길, "<그렇지 않다>는 말은 "<넌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난 좋은 애가 아냐>(I'm no good)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난 어떤 분야에서 실수(실패)를 했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난 실패자야"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명문대 진학입시 열풍의 폐해
부자들이 성취해낸 엄청난 수준의 부유함을 동경하는 미국의 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최근 10년간 조사연구를 진행한 바가 있는데, 최근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서 3명의 고교생과 1명의 졸업생이 연쇄자살한 것과 관련하여 새롭고 활발한 토론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학 이름으로!, 대체 우리는 아이들에게 뭔짓을 하고 있는건가?> (In the Name of College! What Are We Doing to Our Children?>란 제목이 지난 3월 허핑턴 포스트지(Huffington Post)의 헤드라인을 요란하게 장식한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 프랭크 브루니(Frank Bruni)는 <내가 어디를 가든지 그것이 너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건 아니다: 대학입시열풍의 해독제> (Where You Go Is Not Who You'll Be: An Antidote to the College Admissions Mania)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브루니는 대학입시 과정에서 입시생이나 부보 할것없이 제정신이 아닌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드카버, Grand Central Publishing, 2015/3/17
미국 25달러, 캐나다 28달러
지난 수십년동안 대학입시철이 되면 많은 미국인들이 대학입시 기간의 광풍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입시철 즈음이 되면 시험을 준비하면서 상담을 받으면서 온갖 종류의 입시전략과 다양한 종류의 대학랭킹 등이 그 광풍 속에서 함께 휘몰아치는데, 수많은 입시생들은 어떤 학교에서 입학허가서를 받는지에 따라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고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기까지에 이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최고 명문대에 입학한다는 것은 무한경쟁 사회에서 그들에게 최고의 미래를 꿈꾸는 보증수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부모는 어떻게 아이 인생을 망치나?
Helicopter parents (출처: 위키피디아)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행겨주는 헬리콥터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비판하는 수없이 많은 경고들이 울리고 있습니다. 그런 부모들은 아이들의 독립심과 회복력을 발달시킬 기회을 앗아가는 것입니다. 결국 성인이 된 아이들은 감정적인 기능에 손상을 입은 채로 살아가게 됩니다. 성공을 위한 완벽주의를 위해 아이의 응석을 다 받아주는 자유방임주의적 문화 현상이 역동적으로 섞여가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성공에는 지나치게 몰두하지만 한편으로는 실패하는 법을 몰라 허둥거리는 사람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신입생 책임교수 줄리가 겪은 고충 - 부모때문에!
2002년에 스탠포드 대학교의 신입생 책임교수가 되었던 줄리(Julie Lythcott-Haims)는 그런 두가지 사회적 세력이 가깝게 작동하다가 충돌하는 사례를 목격했습니다. 학생들과 미팅하다가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허둥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어쩔 줄 몰라하던 까닭은 진정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표현할 수가 없었던 것이고, 대화 도중에 사실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은 길 위에 서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까지도 하더라는 것입니다.
헬리콥머 맘보다 더 쎈 게 나타났다 - 잔디깍기 부모의 탄생
"사실 그 학생들이 뭔가를 성취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필연적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쥴리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점점 더 늘어나는 학부모들의 간섭에 고충을 겪고 있었다. 쉴 새없이 휴대폰으로 연락하는 부보들은 물론이고 수강신청하는 기간에 나타나서 수강신청을 돕거나 심지어는 교수 면담이나 어드바이저 상담에도 학부모가 나서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헬리콥터 부모라는 표현에서 잔디깍기 부모(lawn mower parents)로 형태가 진화된 것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식들의 앞길에 깔린 온갖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공중을 배회하던 부모들이 이제는 지상에 내려와서 잡초같은 장애물을 완전히 없애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줄리 교수를 가장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건 누구였을까
그런데 여기서 신입생 책임자 줄리를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학생들의 태도였던 것입니다. 학생들은 당황하거나 곤란해하지 않고 그저 부모의 그런 태도를 고마워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Penn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같은 클라스의 친구들도 아니고 낭만적인 파트너도 아니라 바로 부모들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부모의 사랑이 자식의 목을 조르는 것이라면?
줄리는 아이들은 "부모의 잔인한 자식 사랑때문에 목졸라 죽는 게 아니라 더 튼튼해져야 할 자격이 있다" (Children "deserve to be strengthened, not strangled, by the fierceness of a parent's love)는 기명칼럼을 2005년 시카고 트리뷴지에 실었습니다. "만일 어른들때문에 아이들이 자립할 수 없다면,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까요?"라고 줄리는 묻고 있는 것이죠.
2015년 6월 9일 출간한 줄리의 책. 16달러 20센트.(하드커버)
문제는 자기인식의 결여
결론적으로 줄리가 갖게된 관점은 학생들이 '자기인식 결여', '선택하는 능력이 없음', 그리고 '좌절에 대한 대처하지 못하는 미숙함' 등을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존재적 무기력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뜻은 좋지만 잘못 인도하는 방식을 취하는 부모들때문에 생기는 직접적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을 떠난 줄리 교수는 6월에 책을 하나 출판했습니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 지나친 부모의 간섭의 덫을 풀고 나와 성공적인 아이로 되살아나게 하려면> (How to Raise an Adult: Break Free of the Overparenting Trap and Prepare Your Kids for Success).
영재가 망가져가는 이유
이 책에서 보여준 통찰은 다른 사례를 생각나게 합니다. 바로 심리학자 앨리스 밀러(Alice Miller)가 심리치료를 위해 쓴 독창적인 책인데, <영재 아이의 드라마: 진정한 자아를 찾아서> (The Drama of the Gifted Child: The Search for the True Self)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2002년 소개되었고, 2010년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값은 12,000원. 영어 원본 가격은 하드커버 28.26달러
1979년에 펴낸 이 책은 세계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밀러는 매우 똑똑하고 민감한 아이들이 어떻게 부모의 기대감에 갖혀서 조정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영재아이들의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부모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것이지만, 그 댓가로 잃는 것은 아이들이 지닌 고유한 감정과 욕구입니다. 잃어버린 감정과 욕구의 끝에는 정서적 공허함과 소외감을 경험하는 것이고요. "무엇이든지간에 우울증으로 표현되는 것이나 공허감, 무익함, 빈곤에 대한 공포 그리고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어린시절에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렸다는 비극적 결과로 인식되어진다."고 앨리스는 말합니다.
다시 캐슬린에 대한 이야기
아무튼 캐슬린은 이별을 말해왔었고 분홍색 장미가 장식된 편지지에 이런저런 설명을 써서 친한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주려고 했던 편지꾸러미를 책항 위에 정성스럽게 놓아두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캐슬린의 룸메이트가 눈치챈 것이 있었습니다. 매디슨 홀러렌이 자살한 이후로 캐슬린이 식사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걱정어린 룸메이트는 대화를 시도했고, 한시간 가량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캐슬린은 자신이 오랫동안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했고, 그런 감정은 이미 사라져버린 척을 하더라는 겁니다. 게다가 확실히 이젠 자살할 생각이 없다는 증명을 보이려고, 편지다발을 쓰레기통을 던져넣어버렸던 것이죠. 그러나 몇시간이 지난 뒤에 룸메이트가 돌아와서 보니까 쓰레기통에 있던 편지다발이 없어진 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룸메는 기숙사 사감선생님에게 연락을 취했고, 사감선생은 기숙사 생활지도교수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기숙사 생활지도교수는 캐슬린을 설득해서 상담을 받게하고 그결과 바로 병원에 입원조치를 하게 되었던 겁니다.
다행스러운 캐슬린의 운명
많은 상담을 받던 끝에, 캐슬린은 휴학을 했고, 액티브 마인즈(Active Minds)라는 단체에서 인턴십을 경험합니다. 액티브 마인즈는 청년들의 정신건강 지킴이로 나선 비영리단체이며 본부는 워싱턴 D.C.에 있습니다. 그리고 캐슬린은 지난 1월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자살에 이르게 하는 대학 제도의 문제점 - 재입학 이슈
미국의 명문대학(Elite Colleges)에 다니는 학생들은 휴학을 하거나 휴식 시간을 취하는 방편 등을 택하는 데에 있어서 종종 어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재입학이 항상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때로운 도움을 얻는 과정에서도 번거로운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잦다는 것인데, 예일대학에서 지난 4월에 자살한 한 학생이 자살노트에 재입학을 둘러싸고 비통함을 느낀다고 적어놓은 것이 알려지면서 재입학정책을 완화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명문대학들도 이 안건을 검토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캐슬린의 엄마도 딸이 입원한 병원에 와서 처음으로 제기한 질문이 바로 재입학과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캐슬린 부모의 입장은 무엇일까
캐슬린의 부모는 그들의 공동명의로 보낸 이메일의 내용 중에 담긴 글의 일부를 확인해주었지만, 그 글에 담긴 아이에 대한 사랑, 지지 등의 표현 이상의 어떤 말을 해주는 것은 거절했습니다. 부모 이메일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의 용기와 회복력은 우리에게 진정한 축복이고 본보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캐슬린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편안해지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진 캐슬린
캐슬린은 자신을 위한 새로운 길을 구축하려고 노력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전에 비하면 훨씬 편안하고 너그러운 길입니다. 캐슬린은 부모님이 좋아했던 예전의 기독교 대학생모임보다는 진보주의적 정신을 가진 기독교 협회(Christian Association)와 동성애자 기독교단체(Queer Christian Fellowship)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편안하게 레즈비언이라는 새롭게 발견한 정체성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게다가 캐슬린은 블로그 Pennsiv에 처츰으로 자신의 정서적 상태를 공개한 학생들 중에 속해있습니다. 블로그 Pennsive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펜실베이니아 대학생을 위해 개설한 안전한 공간이라고 합니다.
2001년 설립된 액티브 마인즈의 부흥
http://www.activeminds.org/ 홈페이지 메인 갈무리
Penn의 노력하는 또다른 분야는 <또래상담 프로그램>의 개설입니다. 지난 가을학기에 시작하였고, 거기에는 못난이 셀카(ugly selfies)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리게도 합니다. 완벽주의 반대운동(perfectionism backlash movement)을 몇 주 전에 열기도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10개 대학의 연구자들이 합동으로 '회복력'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고, Jed and Clinton Health Matters Campus Program에는 90개 학교가 등록을 해서 심신건강 프로그램 개발을 돕고 있습니다. 액티브 마인즈는 2001년 Penn에서 설립된 것인데, 이제는 지부가 400개가 넘고, 지부 중에는 전문대학이나 고등학교에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캐슬린은 현재 Penn 지부의 웹마스터로 활동중입니다.
액티브마인즈 펜실베이니아대학지부 페이지에 웹마스터로 소개된 Kathryn DeWitt의 모습. 왼손에 찬 시계가 손목의 베인 상처를 가리고 있다. 출처: https://activemindspenn.wordpress.com/about/
이제야 비로소 캐슬린이 숨기고 싶은 것은?
요즈음 캐슬린은 녹색띤 노랑색 시계로 손목의 상처를 가리고 다닙니다. 그것은 자살하려던 흔적을 가린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는 진정한 자아를 숨기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캐슬린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부모에게 고백했습니다. 부모님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노력중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캐슬린은 그렇게 한 학년을 보내고 있는데, 미적분학에서 60점대를 받았고, 당대평가여서 A 마이너스 학점을 턱걸이로 받았답니다. 그러니 성적이나 인생이나 미래에 대해서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저는 어쩌면 심리학을 전공할까도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의 삶에 대해서는 더이상 정해놓지 않습니다. 예전같았으면 불확실성이란 참을 수 없는 것이었지만 말입니다. 캐슬린은 이렇게 말합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좀 더 경험이 필요해요. 모르기때문에 자유로운 건 멋진 일이네요."
이상인 2015년 7월 27일자 뉴욕타임즈 기사를 기본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글 중에는 임의로 삽입한 문구나 이미지가 있습니다. 원문글은 뉴욕타임즈 Education 면에 실린 2015년7월 27일자 기사 <Campus Suicide and the Pressure of Perfection> (By Julie Scelfo)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글쓴이는 Julie Scelfo로 <The Times>에서 인간행동에 대해 글을 기고하던 소속작가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