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노트/복음과사도행전

[마태11-13장] 하늘 나라는 왜 아직도 감추어져 있는가

편집장 슈렉요한 2015. 3. 21. 22:00

제3장 마태오 복음서

6. 마태 11-13장, 하늘 나라의 신비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너희의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13,16)



6-1. "이 세대"가 예수님을 거부함(11-12장)



<11,25-30>이 핵심


11-12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말씀과 행적으로 당신께서 메시아이심을 드러내신 예수님에 대한, 그리고 그분의 제자들에 대한 세례자요한(11,2-19), 갈릴래아 사람(11,20-30), 그리고 바리사이들의 반응(12,1-45)을 보여준다.


(마태오 11장)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루카 10,21-22)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26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7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내 멍에를 메어라

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지혜롭다'는 자들의 '어리석음'


이 단락의 중심을 이루며 그 의미를 밝혀주는 것은 11,25-30의 말씀이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어진 것이 "철부지들"에게는 알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혜롭다는 자들"은 율법을 아는 사람들, 율법학자들을 말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자들이다."라고 생각했었다(요한 7,49). 그러나 이들은 하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알아듣지 못했다. 반면 '철부지들'이라는 단어는 본래 어린 아이를 뜻하지만 지금의 경우 순박한 사람들, 미숙한 사람, 교육받지 못한 이들을 지칭한다. 더 구체적으로, 현재 문맥에서는 복음을 받아들인 '작은 이들'인(마태 10,42 참조) 예수님의 제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왜 어떤 이들에게는 감추시고, 또 드러내 보시이나?


하느님은 왜 어떤 이들에게 "감추시고" 어떤 이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는가? 여기서 말하는 내용은 5장의 참행복에서 말하던, 하늘나라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라는 것과 가깝다. 예루살렘에서 구약성경을 연구하며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곳이 어디인지 찾아내던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비롯하여, 스스로 율법을 안다고, 하느님을 안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는 이들은 그들에게 전해지는 하늘나라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혜롭다는 자'들


11장과 12장에 나오는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지혜롭다는 자들"이지만 그 자신의 지혜에 걸려 넘어져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한다. 오히려 "철부지들"이 그분을 받아들였다. 철부지들이 하늘 나라를 알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신비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었다.(11,26) 율법을 모른다고 무시를 당하고, 그렇게 살아서는 하늘나라를 차지할 수 없다고 배척을 당하던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의 신비를 알려주는 특전을 베풀어주시는 것은 하느님의 선하심때문이었다. 떠오르는 구절은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에 나오는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라는 말씀이다(20,15).


왜 감추어져 있다고 말씀하시나?


다른 한편으로 마태오는 분명 복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를 고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스스로 하늘나라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에게("지혜롭다는 자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그들에게는 하늘나라가 아직도 감추어져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마태 11,28-30) 내 멍에를 메어라

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11,28-30은 마태오 복음에만 있다


11,28-30은 마태오 복음에만 들어 있는 부분이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예수님의 모습은 마태오가 특별히 강조하는 측면인데, 이 단락에서 예수님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이들, 곧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가르치던 율법 규정들에 눌리던 이들에게 "내 멍에"를 메라고 하신다.


유다교에서도 '멍에'는 하느님의 법을 나타낸다


유다교에서도 '멍에'는 하느님의 법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멍에가 가볍고 편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산상 설교에 따르자면, 사실 그리스도는 편안한 종교를 설파하지 않으셨다."(S. 레가스 - L. 프와트뱅). 정말 그렇다. 그러나 예수님의 새롭고 철저한 율법해석은 하늘나라를 위한 것이었다. 그 하늘나라에 대해서는 13장 비유에서 알아볼 수 있겠다. 


6-2. 하늘나라에 관한 일곱가지 비유(13장)


처음 마태오 복음의 구조에서 보았듯이, 예수님의 말씀들을 모아서 다섯 개의 설교들을 편집했던 마태오는 13장에 일곱개의 비유를 모아 놓았다. 


①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13,1-9)

② 가라지의 비유 (13,24-30)

③ 겨자씨의 비유 (13,31-32)

④ 누룩의 비유 (13,33)

⑤ 보물의 비유와 ⑥ 진주상인의 비유 (13,44-46)

⑦ 그물의 비유 (13,47-50)


13, 34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이 모든 것을 비유로 말씀하시고,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35 예언자를 통하여 “나는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리라. 세상 창조 때부터 숨겨진 것을 드러내리라.”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마태 13,34-35)

(4번째 비유까지 군중에게 말씀하신 것이고 나머지 3개는 제자들에게 하신 비유말씀이다)


5번째 비유부터는 제자들에게만 말씀


이 비유들은 무엇보다도 하늘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말해주는데, 그 가운데 13,1-35는 군중에게 하신 말씀이고, 13,36-53은 군중을 떠나 가시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13,10-17에서 예수님은 군중들에게 이렇게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를 제자들에게 설명하신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시는 것은 사람들이 하늘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여야 할 것이다.


감추어져 있지만 자라나고 있다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시던 때라면, 실제로 비유는 그런 목적을 지녔을 것이다. 여러가지의 비유들은, 하늘나라가 지금은 감추어져 있지만 어느새 자라나고 있다는 신비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태오 복음에서 이 비유들은,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은 다음의 문맥에 자리하고 있다.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맥락에서의 비유


여기에서 비유들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선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나는 하늘나라를 말해주는 비유들이, 그 선포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지니게 되고 특히 이스라엘이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 설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마르코 복음에서는 그들이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여 저들이 돌아와 용서받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마르 4,12)라고 되어 있는 데에 비하여 마태오는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마태 13,13)로 되어 있어, 이러한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다. 마태오도 곧 이어서 이사 6,9-10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르코에서와 같은 의미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마태오는 말씀을 듣는 사람의 태도라는 측면을 새로이 강조하고 있다.


마태오는 듣는 이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 이 문제가 또 다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복음을 알아듣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이제 비유들을 보자. 군중에게 말씀하신 비유들 4가지는 모두 성장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군중에게 하신 4가지 비유는 성장에 관한 얘기


그 가운데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누룩의 비유는 마르코 복음이나 루카 복음에도 나오기 때문에 마르코 복음에서 다룰 것이고, 가라지의 비유(13,24-30)는 마태오에게 고유한 부분이다. 이 비유를 통하여 마태오는 하늘나라에 대해 말하면서 이미 종말에 있을 심판을 이야기한다. 역시 마태오에게 고유한 부분인 그물의 비유(13,47-50)에서와 마찬가지로, 마태오는 현재의 시간이며 종말에는 악인들에 대한 심판이 있으리라는 것을 말한다. 복음서에서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이다.


제자들에게 하신 3가지 비유는 마태오 고유 자료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비유는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 그리고 그물의 비유인데, 이들은 모두 마태오의 고유한 자료에 속한다. 그물의 비유가 앞에서 말했듯이 종말의 심판을 말하고 있다면,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가 강조하는 것은 기쁨이다(13,44-46). 사실 하늘나라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 나라를 얻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다 팔아야" 한다.  양다리를 걸치거나 부분적으로만 하늘나라를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런데 밭에 묻힌 보물을 발견한 상인은 "기뻐하며" 가진 것을 다 판다. 그가 발견한 하늘나라가 그만큼 더 큰 가치를, 아니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가톨릭교리신학원 통신신학교육부 제2단계 1학년(3학년) 봄학기

가톨릭신학연구실 편찬교재 [신약1(공관복음.사도행전)]

제3장 마태오 복음서 ⑥ 제6장 [마태 11-13] 하늘나라의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