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전환] 시장경제는 망상이며 당도할 수 없는 유토피아
칼 폴라니의 책 <거대한 전환>
시장경제는 망상이며 당도할 수 없는 유토피아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l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8 | 칼 폴라니 (지은이) | 홍기빈 (옮긴이) | 길 | 2009-07-02 | 원제 The Great Transformation (1944년) | 38,000원 | 양장본 645쪽
칼 폴라니의 책 <거대한 전환>은 총 3부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국제시스템], [제2부 시장경제의 흥망], 그리고 [제3부 진행중인 전환]이고, 각각 2장, 16장,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3장부터 18장까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부는 1편 <사탄의 맷돌> (총 8장)과 2편 사회의 자기보호(8장)으로 이등분되어 있다.
칼 폴라니는 1886년 태어나서 78세인 1964년에 죽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치를 피해 1933년 영국을 거쳐 1940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그의 나이 만 58세이던 1944년에 펴낸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1939년 9월 1일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 치러졌다고 보면,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르던 때에 펴낸 책이 되겠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9년의 일이다. 그리고 2011년에 제5쇄까지 발행된 것을 보면, 650여 페이지의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일 수 있다.
참고로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97년 5월 1일이었고, 민음사에서 데우학술총서 구간 – 문학/인문(번역) 47번째 책으로 제목은 <거대한 변환>이란 이름으로 출단되었고 현재는 절판되었다고 한다. 원제는 <The Great Tranformation>인데, 2009년 개정판의 번역자 홍기빈은 고심 끝에 ‘변환’보다는 ‘전환’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먼저 <제1부 국제시스템>은 93~157쪽까지 64쪽 분량이다. <제1장 백년평화>와 <제2장 보수적인 1920년대, 혁명적인 1930년대>란 제목이 64쪽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글의 시작은 ‘19세기 문명은 무너졌다. 이 책은 이 사건의 정치적, 경제적 여러 기원들 그리고 그것이 불러들인 거대한 전환을 다룬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19세기 문명이란 4개의 제도가 떠받치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① 세력균형 체제, ② 국제 금본위제, ③ 자기조정 시장, ④ 자유주의적 국가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제 2장에서 1920년대와 1930년대를 잇는 고리가 바로 국제금본위제의 붕괴라고 설면한다.
<제2부 시장경제의 흥망>은 이 책의 본론에 해당된다. 159쪽부터 538쪽까지 무려 379쪽의 분량을 할애하여 16장에 걸쳐서 <시장경제의 흥망(성쇠)>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설명한다. 전체 분량을 650쪽이라고 할 때, 앞부분의 각종 발문과 서문을 빼고, 뒷부분의 역자해설이나 부록을 빼면, 분문은 91쪽부터 604쪽까지 총 513쪽 분량이라고 한다면, 책의 70%가 제2부에 배정되어 있다. 이 2부는 크게 <제1편 사탄의 맷돌>과 <제2편 사회의 자기보호>라는 2개 분야로 나뉘어 각기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사탄의 맷돌’이란 폴라니가 글을 쓰던 당시 산업혁명의 공포를 나타내는 대중적 상징을 일컫는다고 한다. 출처는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서사시 <밀턴>(Milton, 1804)의 서시(序詩)로 나오는 <저 옛날 그분들의 발자취가>(And Did Those Feet in Ancient Times)에 나오는 표현이라고 한다. 산업혁명으로 혼란에 빠진 19세기 초의 영국 현실을 개탄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제2부 시장경제의 흥망>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Ⅰ. 사탄의 맷돌 161
제3장 삶의 터전이냐 경제 개발이냐 163
제4장 사회와 경제 체제의 다양성 180
제5장 시장 패턴의 진화 208
제6장 자기조정 시장 그리고 허구 상품 : 노동ㆍ토지ㆍ화폐 237
제7장 1795년, 스피넘랜드 249
제8장 스피넘랜드 법 이전의 것들, 스피넘랜드 법의 결과들 291
제9장 구호 대상 극빈자 문제와 유토피아 323
제10장 정치경제학과 사회의 발견 337
Ⅱ. 사회의 자기 보호 375
제11장 인간, 자연, 생산 조직 377
제12장 자유주의 교리의 탄생 384
제13장 자유주의 교리의 탄생ㆍ2: 계급적 이해와 사회 변화 411
제14장 시장과 인간 439
제15장 시장과 자연 464
제16장 시장과 생산 조직 487
제17장 자기조정 기능, 망가지다 507
제18장 체제 붕괴의 긴장들 521
그리고 <제3부 진행 중인 전환>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9장 인민 정부와 시장경제 541>, <제20장 사회 변혁과 역사가 맞물려 진행되다 566>, <제21장 복합 사회에서의 자유 586> 등이다.
특히 옮긴이의 해설에 따르면 (626~627쪽)) 특히 제21장은 19세기 이래로 서구문명이 걸어온 파우스트적 몸부림의 자초지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 폴라니의 해답은 ‘자유’라고 말한다. 인간의 자유는 2천년 전 예수의 복음서 이후로 새롭게 재정의되어야 할 때가 왔으며, 새롭게 정의된 자유를 이 사회가 발견하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실현하는 사회주의가 인류의 나아갈 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 폴라니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장경제’란 전혀 도달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망상(妄想)이며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사회가 단 한시라도 그 이상에 수렴하여 형성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19세기를 거쳐 1930년대에 목격한 사회의 급격한 변화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이 책을 쓴 것인데, 오히려 지금 세상은 저자의 설명을 훨씬 웃도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달성할 수 없다는 유토피아를 향해 달리는 전 지구의 맹목적이고 낙관적인 생각과 행동은 해를 거르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는 유형과 무형의 재앙 속에서도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오늘날 벌어지는 전 지구적 차원의 금융위기나 환경재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칼 폴라니의 저서 <거대한 전환>을 통해 그 생각의 통로를 발견할 수 있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