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노트

자리가 사람을 갑질하게 만드는 대학가 풍속

편집장 슈렉요한 2015. 10. 12. 23:30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No! 자리가 갑질하는 사람을 만드는 대학가 풍속



얼마전 한국일보에 대학생들의 도를 넘는 '갑질문화'를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갑질'이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나와 남을 계급적으로 구분하는 부도덕한 행태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해야 할 청년 대학생들이 사회적 병폐로 지탄받는 갑질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한국일보 2015년 10월 2일] 대학동아리 면접에서도 ... 도 넘는 '갑질문화'


기사에 따르면, 교내 스피치 동아리에 지원했던 한 여학생은 선배 면접자가 '후보자 중 떨어질 것 같은 사람을 지목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선배학생 면접관의 무례한 질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학생들의 친목단체이며 대학문화의 꽃으로 피어날 동아리 단체의 갑을논리, 상하관계, 권력관계가 더러운 사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른바 이런 식의 모욕식 면접은 단 한 군데의 대학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기사에서는 서울대 공식 홍보대사 샤인(SHINE)의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사투리를 사용하지 말고 답변해라.", "후진 동네에 산다." 등의 차별적 발언에 이어서 "너 같은 외모가 여기 있는게 맞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발언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의 논란의 커지자 서울대 홍보동아리 '샤인'은 인문대 앞 해방터에 10월 2일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사과문 내용에 따르면 "압박 면접과 인신공격성 발언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거만하게 비춰질 수 있는 불성실한 태도로 면접에 임한 점에 대해서도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샤인의 회장은 회장직에서 사임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이들은 모든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샤인 측의 해명에 옹색한 변명도 포함되어 있는 점이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업무량을 감당해야 한다는 개개인이 지는 책임감이 막중해졌고 내부 규율도 엄격해졌다. 그러다보니 모든 의무를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자 했고, 이런 과정에서 잘못 표출된 것이 압박면접과 인신공격성 발언"


[이뉴스투데이 2015년 10월 3일] '갑질 논란' 서울대 동아리, 사과문 게재


적은 인원과 많은 업무량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외부적 표현이 압박면접과 인식공격성 발언으로 연결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옹색하다. 그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서울대' 프리미엄이 막강하다. 그 프리미엄에는 대한민국 정치,경제,문화,행정 등 모든 분야의 권력 상층부 대다수가 서울대 출신이기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의 갑질은 대학 갑질의 결정판인 동시에 이 나라에서 쥐꼬리만큼이라도 갑의 위치에 처하는 순간 어떤 행동을 보이는 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런 사례는 정말 우습게도 케이블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14]에 등장하는 띨띨한 사원으로 입소문에 오르내리던 등장인물 박선호가 서울대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주위의 평가가 한방에 달라진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14]에서 '박선호'로 등장하는 박선호. 38세의 노처녀 이영애(김현숙 분)가 차린 회사에서 영애가 직접 뽑은 회사1호 직원이다. 대충대충 살자가 삶의 모토이고, 회사에서도 띨띨한 부류로 취급당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울서대' 출신이라고 했다가 그것이 서울대임이 알려지면서 세상의 평가는 한방에 달라진다. 


대학은 기존 사회체제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한 지식을 쌓아가는 고귀한 미래세대의 터전이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 특히 학생 자치단체들의 활동에서도 권위적인 체제를 섬기는 하부조직처럼 행세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과연 대학이란 이름으로 불리울 수 있을까? 정작 문제는 그것에 대한 부끄러움조차 잃어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 군사쿠데타의 하극상으로 정권을 잡고 무참한 1980년대를 열어젖힌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비자금에 대한 압박 등이 심해졌을 때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했던 그 유명한 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명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풍자해온 이하 작가(44·본명 이병하)의 전두환 전 대통령 풍자 특별전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전시공간 룰루랄라에서 2013년 7월 21일부터 8월 15일까지 열린 바 있다. 제목은 ‘전두환 비자금 환수촉구를 위한 특별전-왜 나만 갖고 그래?’ 전. 한편 2013년 10월 10일 서울서부지법은 전두환 풍자 포스터를 제작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벽에 붙인 혐의(경범죄 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팝아티스트 이하(44·본명 이병하)씨에 대해 벌금 1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한 바 있다. 

당시 판사는 "피고인은 정당한 예술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라고 본다"며 "다만 피고인의 범죄 전력이 없고 예술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하면서 "전 대통령의 사진을 붙인 것은 당연히 예술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지만 예술의 자유라 할지라도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창작의 자유는 아무 제한 없이 보장돼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작가는 2012년 5월 17일 오전 1시∼3시 30분 연희동 일대 벽에 수의와 수갑을 착용한 채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서 있는 전 전 대통령의 포스터 55장을 청테이프로 붙인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