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독서노트

베스트셀러 '지대넡얕'의 잘못된 역사 서술 한가지

편집장 슈렉요한 2015. 11. 13. 01:30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일명, 지대넓얕)
해박함의 얕은 지식이 낳은 오류가 있지만 대체로 유익한 책

지은이 채사장의「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일명, 지대넓얕)이란 책이 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지난해 12월에 출간하여 3개월만에 무려 1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이른바 언제나 변함없이 '단군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출판계에 초대박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인 것이다. 게다가 그의 팟캐스트(팟빵)은 언제나 선두권 순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인기 팟캐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내용은 읽는 이에게 편안한 독서감을 선물하는 책이다. 책은 쉽게 읽혀야 하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으면서도 나름 긴박한 구성을 갖추어야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다. 저자 지식수준의 높낮이보다 더중요한 것이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잘 짜여진 기획출판에 해당된다고 본다.

다만 읽다가 한가지 오류를 발견하여 기록을 남긴다. 중세봉건사회를 설명하는 48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하지만 로마의 박해를 받던 그리스도교의 역사에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박해의 대상이었던 그리스도교를 사실상 로마의 국교로 정립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이스라엘 민족에게서 발생한 그리스도교는 세계적 제국인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유럽 전체로 그 영향력을 뻗어 나간다. 이렇게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다루어야 할 중세 봉건제 사회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책 48쪽)

저자의 글에 '사실상'이란 표현이 있어서 '사실상' 오류를 피해갈 여지는 생겼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콘스탄티누스 = 그리스도교를 로마 국교로 공인>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바로 이 대목이 오류임을 지적하고 싶다. 콘스탄티누스는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인정한 게 아니라, 모든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 이다. 그것을 313년의 '밀라노 칙령'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데,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밀라노 관용령'이 더 어울린다. 세계교회사를 전공한 천주교 의정부 교구 최민호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 날 꿈에 예수님이 나타나서 콘스탄티누스가 밀비우스 다리 전투에서 승리하고 개선할 때) 
"로마 원로들이 1,700년 전 개선문에서 충성을 맹세하며, 신의 가호를 받아서 승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 종교적 체험을 가지고 어떤 종교도 박해하지 않겠다고, 그래서 동로마제국 황제나 서로마제국 황제를 만나서 박해하지 말자. 정치적 이유도 있었어요. 그래서 관용령을 내려서 각 영주들에게 편지 공문내리죠. 어떤 종교도 탄압하지 말라는겁니다. " 
 (2015-1-3 최민호 신부의 세계교회사 특강 중 @ 가톨릭교리신학원 통신신학교육부 동계연수)

그래서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선포한 밀라노 칙령(혹은 밀라노 관용령)은 종교적인 예배나 제의에 대한 로마제국의 중립적 입장을 표현한 것이고, 특히 이를 계기로 그리스도교는 로마 황제의 비호를 받는 입장으로 격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선포된 해는 380년이다. 380년 2월 27일 테오도시우스 1세는 '테살로니카 칙령'을 선포하고 그리스도교를 로마 제국의 국교로 선포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교는 속세의 역사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300년을 이어오며 숨어 지내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믿던 간절한 신상생활을 하던 시절이 망각되면서, 오히려 점점 더 예수를 믿지 않으면 박해를 받는 시대로 바뀌어가게 된 것이다. 

테오도시우스 1세(347년 1월 11일~395년 1월 17일)

379년부터 395년 죽을 때까지 로마 황제였다. 동-서로마 모두를 통치한 마지막 황제로, 死後, 로마는 동·서로 완전 분리돼 다시는 합쳐지지 않았다. 특히 그는 그리스도교를 로마 제국 공식 국교로 만들었다. 그의 그리스도교 부흥 정책과 국교화 덕분에 그리스도교 역사가들로부터 ‘대제(大帝)’의 칭호를 받았다. (출처: 위키백과)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기독교'라는 표현보다는 '그리스도교'란 표현을 쓴다는 사실이다. 위키백과의 용어를 비롯해서 대부분 사람들은 '기독교'라고 쓴다. 가톨릭에서는 '그리스도교'라고 말하지만. 아무튼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하면 '개신교'로 생각한다. '천주교'는 기독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기독교의 신앙적 핵심절차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믿고, 그 믿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우애적 삶을 사는 것'이다. 여기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가 중요하다. 예수의 등장이 곧 그리스도교의 출발이다. 시작은 천주교 곧 가톨릭이었고 이후 1500여년이 흐른 뒤에 개신교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 표현이 곧 '그리스도교'이다. 그런 저자의 식견은 존경스럽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채사장 (지은이) | 한빛비즈 | 2014-11-24 | 정가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