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독서노트

[책] 심야인권식당- 술방주모 류은숙의 좌충우돌 인권 도로 건설기

편집장 슈렉요한 2016. 5. 27. 20:55

인권은 '사랑하라, 좋아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 다만 존중하라고 말할 뿐이다.


- 진정한 소통을 위한 이들의 필독서 <심야인권식당> -


고속도로를 까는 사람들은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인권을 설계한 것은 참혹한 2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겪은 서구의 근대적 세계관이지만, 실제 인권을 건설한 동력은 현장의 노동자이 절박하게 느끼던 자신을 위한 존중감이었다.  


필자가 인권을 도로로 비유하는 것은 인권으로 사방팔방 세상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던 것이 그들이 깔았던 로마의 도로 덕분이듯이, 인권을 이해하고 그에 비롯된 상호존중의 미덕이 쉽게 퍼지는 데는 너나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인권의 도로와 정거장이 있어야 한다. 


로마라는 (서양 입장에서의) 세계적 국가 덕분에 예루살렘이라는 시골구석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전 세계에 사랑을 전파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2천년 넘게 온 인류에게 많은 영감을 던져 주었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로마의 도로는 작은 지역의 독특한 신앙체계였던 유다인들의 종교를 로마의 국교로 성장시키게 만드는 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인권운동가 류은숙은 현장에서 그런 도로를 깔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의 인권을 위해서 좌충우돌하면서도 끊임없이 성찰하는 활동가이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연구활동가. 연구자인 동시에 활동가이다. 연구와 성찰을 놓치 않으면서도 페이퍼에 파묻히지 않고 순식간에 현장으로 달려간다. 거의 119 구조대를 능가하는 긴급구호 역할의 증거가 책의 곳곳에 소개되어 있다. 


연구자이며 활동가이지만, '활동가'에 방점이 찍힌 사람임을 증명하는 그의 별명은 '주모'이다. 그의 사무 공간은 그래서 '술방'이 된다. 류은숙은 누구보다도 '식구'(食口)의 의미를 통찰력있게 활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게 '식구'이며, 함께 뭔가를 먹는 게 '식구'인 것이다. 국어사전으로 표현하자면,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 곧 식구인데, 류은숙의 인권활동에서는 '식구 개념'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 된다.


그의 책을 읽으면 존경과 감탄, 안타까움과 절망, 걱정과 탄식이 수시로 교차되면서, 심장은 벌렁거리고, 눈가에는 뜨거운 기운도 감돈다. 게다가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보여지는 그의 초인적인 활동들에 담겨있는 인권에 대한 뚝심과 용기 앞에서는 존경과 감사마저도 불쑥불쑥 생겨난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펼치는 헌신 덕분에 어쩌면 나같은 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현대인의 필독서이다. 읽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바로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데, 바로 그런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다. 내 인권이나 이미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분들의 인권이나 똑같은 것이기때문이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근현대화의 야만적인 공격에 먼저 당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좀 다르게 말하자면, 에세이류의 책들에서도 발견되는 인용식 표현이 별로 없는 게 마음에 든다. 다른 많은 책들에서 외국의 유명한 학자나 고전의 말들을 인용하는 삽입형이나 조립식 문장들을 흔히 보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가장 편안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앞선 것이거나 우리는 전혀 모르는 그럴듯한 외국인 학자들의 권위에 기대어 내 주장의 정당성을 쉽게 확보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게 별로 없다. 그냥 모든 게 인권활동가 류은숙의 도로건설 작업현장의 이야기다. 강력한 인권도로 건설 작업현장인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분 덕분에 그 길을 아무 생각없이 때로는 투덜거리며 걷는 것은 아닐까?


오늘 반 정도 읽었다. 다 읽고 나서 한번 더 독후감을 남기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오늘의 독후감 결론은 이것이다.


이 책은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되길 바란다. 

사람을 만나고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라.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숙제가 참 어렵다.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그걸 풀어낼 만큼 사랑스러운 인간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책 안에는 예수님이 주신 숙제를 풀어갈 기초단계를 아주 쉽게 표현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다.


인권은 '사랑하라, 좋아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 다만 존중하라고 말할 뿐이다. (책 70쪽)





심야인권식당 - 인권으로 지은 밥, 연대로 빚은 술을 나누다 

류은숙 (지은이) | 따비 | 2015-10-15 |  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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