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출판사는 무슨 책을 내려고 하는가?
가톨릭출판사는 제주강정의 해군기지 성당 축성식에 왜 화환보냈을까?
구럼비를 품고 있던 평화의 섬 제주 남단의 작은 마을 강정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전쟁의 기운으로 바꾼 제주해군기지가 어느새 완공되더니, 그 안에 제주해군 성당이 생겼다.
군종교구청은 2016년 5월 24일 오후 2시 대한민국 해군 제주(강정) 기지의 성당 축성식에 참석하고 하느님께 미사를 바쳤다. 한편 이 자리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진 제주교구청 강우일 주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이 자리에는 군종사제 50여명, 해군기지 주요 임원 20여명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자칭 애국단체로 불리우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 모임의 임원들도 현지와 육지에서 참석하여 100명이 넘는 이들이 해당 성당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정 해군기지 내의 해군기지 성당. 2016년 5월 24일 군종교구청 주도로 축성식을 열었으며,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사진을 찍은 6월 6일(월)에 성당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필자가 그곳을 찾아간 것은 10여일이 지난 6월 6일 월요일이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전날 제주를 방문하여 강정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인 6일 오전 11시 강정 생명과 평화의 미사를 해군기지 앞의 거리에서 올렸다. 그리고 개방된 기지 구역내에 자리잡은 성당을 찾아갔다. 월요일이라서 그런 것일지는 몰라도 성당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자칭 애국단체인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 모임의 뉴스사이트(가톨릭수호닷컴)에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제주도 해군기지 성당 축성식 미사참례] 순례 길목에 서서
글 | 김찬수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공동대표. 2016.5.27
이 기사 내용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축성식에 어울리지 않게 초라한 3개 뿐인 축하화환이었다. 기사에 등장하는 사진 맨 하단에는 3개의 화환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방배4동 성당의 최동진 베르나르도란 분이 보낸 것이다. 평신도인 것 같다. 또 하나는 충무대 성당(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보낸 것이다. 그리고 정말 눈에 띄는화환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가톨릭 출판사에서 보내온 화한이었다. 3개의 화환 중에서 가장 크고 또 어색하게도 굳이 부사장의 이름까지 써놓고 있었다.
성전봉헌을 축하드립니다.
가톨릭출판사 사장 홍성학 신부 부사장 하상진 신부
저작권때문에 사진을 이곳에 싣지는 못한다. 화환의 두 갈래 큰 띠에는 이런 글자가 박혀 있었다.
왜 그랬을까? 참 궁금해졌다. 제주 강정기지가 평화의 섬 제주를 전쟁의 섬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염려를 동네 아줌마도 알고 있는데, 왜 가톨릭 언론출판계의 가장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가톨릭 출판사는 왜 화환을 보냈을까? 오히려 강정의 평화가 막강한 국가권력에 의해 처참하게 깨져나가던 10년 가까운 기록들을 소상히 역사로 남겨서 평화의 가르침은 물론이요 생태와 환경에 대한 가르침으로 세상에 깨우쳐주는 데 앞장서야 하는 곳이 출판사가 아닐까? 생태에 대한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내용을 충족하는데 앞장서야 할 출판사가 앞장 선 게 고작 해군기지의 존재를 긍정하는 기지내 성당축성식에 화환을 보냈다는 게 기묘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궁금한 게 많아졌다. 강정에는 두 개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하나는 단호한 법집행을 주장하며 구럼비를 파괴하고 공권력을 휘두르는 깃발이며, 다른 하나는 보잘 것 없고 무기력하지만 생명평화의 가치를 지키려고 협박이나 구속도 마다 않고 기도하는 사제들과 신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터전의 주인인 강정 주민들의 것이다.
그렇다면 가톨릭 출판사는 무엇을 세상에 알리고, 어떤 깃발을 바라보는 내용을 책에 담아야 하는 것일까? 보잘것 없지만 고향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마음을 담은 글들을 세상에 보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톨릭 출판사의 사장 홍성학과 부사장 하상진이란 이름을 내건 것은 해군기지 내 성당의 '축성식' 현장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 것은 가톨릭 출판사에서 내는 책 안에서 과연 어떤 영성이 담겨있을까 하는 것이다. 과연 어떤 울림을 담은 출판이 될 것인가? 독자들은 그 책 안에서 어떤 울림을 볼 것인가? 제주기지를 축하하는 화환을 위한 영성일까?
필자는 천주교가 해군기지를 반대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가톨릭의 힘이 합쳐진지 알았다. 다만, 지역사회와 자연을 파괴해버린 공사 현장 끝자락에 그럴 듯한 모습으로 등장한 해군기지 성당 축성식을 축하하는 것은 그저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신분제 사회에 묶여있을 군인 사제들과 자칭 애국단체의 몫인지 알았다. 가톨릭 출판사가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을 그런 식으로 축하하고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기에 기록을 남긴다.
해군기지 내 민군복합문화센터 끝자락에 불교 법당, 천주교 성당, 개신교 교회가 나란히 지어졌다. 가운데 자리잡은 민군 복합문화센터를 김영관 센터라고 한 까닭은 김영관이 해군참모총장과 제주도지사를 모두 역임한 인물이기때문에 정해진 것이라고 한다.
강정 해군기지 성당의 정식명칭은 [제주해군성당]이다. 2013년 5월 2일 착공하였으며, 2015년 12월 28일 준공하였다.
2016년 5월 24일 봉헌식을 가졌다. 어이없게도 이 성당의 주보성인은 생명과 평화의 상징은 성 프란치스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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