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었다. 이 두 권 모두가 운명에 관한 책이다. 한 사람은 집념의 인간이다. 야곱은 장자상속권을 따내겠다는 인간적 욕심으로 아버지 앞에서도 자신이 야곱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쌍둥이 형 '에사우'를 연기한 그의 인생은 그가 저지른 죄악이 그대로 자신에게 되풀이되면서 130년 인생을 고단하게 살게 만들었다. 


송봉모 신부님이 지은 [집념의 인간 야곱] (부제. 야뽁강을 넘어서)를 마침내 모두 읽었다. 사실상 이 책은 지난해 연말 대전가톨릭대학교내 정하상 교육회관에서 참여했던 4박 5일간 효소단식 기간에 구입했던 책이었다. 당시 관장 김석태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중에 소개받은 책이었는데, 여러모로 큰 도움을 얻었다. 부끄럽게도 이 책은 보속으로 주어진 책이었기에 반드시 읽었어야 하는 데 그만 7개월동안 드문드문 펼쳐보다가 최근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이다.


그리고 소포클레스가 지는 [안티고네]를 1시간 여 만에 다 보았다. 소개글까지 다 읽는데는 2시간여가 걸린 것 같다. 단편 희곡이기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지만, 글귀 하나하나가 너무 교훈적이라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특히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주로 다루는 문제는 인간의 운명을 만들어내는 '오만'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안티고네 역시 비극적인 가족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인 동시에 오빠였던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이미 그의 아버지이자 피살해자가 되어버린 테바이의 왕 라이코스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오빠들의 반란 속에서 안티고네는 자연법이자 신법을 따르려고 한다. 테바이의 왕이 된 외삼촌 크레온의 고집스러움은 또 다른 맥락에서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반복한다. 테바이의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크레온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죄를 지었다고 모두 다 불운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을 때, 그 잘못을 인정하고 고집을 꺾는 사람은 결코 불운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이 희곡의 주제에 해당하는 말을 직설적으로 날린다. 목숨을 건 충고다. "어리석은 자는 고집을 부리고, 오만한 마음은 인간을 불운한 운명으로 이끕니다."


하지만 크레온은 테이레시아스의 값진 충고를 값싼 충고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운명은 비극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안티고네의 죽음은 연인이었으며 크레온 왕의 애지중지하던 아들 하이몬의 자살로, 그리고 그것은 다시 크레온의 부인이며 하이몬의 엄마 에우리디케의 자살로 이어지는 것이다.  뒤늦은 깨달음에 오열하는 크레온의 '이 세상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라는 독백과 코러스의 합창으로 이 희곡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후 테바이는 안티고네의 오빠이며 테바이의 반역자 폴리네이케스와 연합했던 아르고스 연합군의 재공격에 함락된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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