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목 멧새과에 속하는 회색머리 멧새(오르톨랑)
최근 뉴욕타임즈에 실린 프랑스의 '멧새구이'(오르톨랑) 논란을 소개합니다. 그들 말로 '오르톨랑' 구이에 해당하는 이 요리는 우리나라의 '참새구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 때 우리나라 포장마차에서 종종 팔던 '참새구이'가 대표적인 서민의 소주 안주에 해당되었다면, '멧새구이'는 프랑스에서 아주 귀한 음식입니다. '프랑스의 영혼을 구현하는 맛', '프랑스 요리의 끝판왕'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프랑스인들의 '오르톨랑'은 그 요리 과정이 너무 야만스럽고 잔인합니다. 우선 프랑스 요리사는 이 참새목 멧새과에 해당하는 아주 작은 새의 눈알을 뽑습니다. 그리고 장님이 된 새에게 무화과 등을 먹여 살을 3배로 찌웁니다. 21일 정도 감금상태에서 살이 찐 새는 이번에는 프랑스의 고급 브랜디 아르마냑에 넣습니다. 익사시키는 겁니다. 그런 다음 구이로 내놓는 통통한 오르톨랑 요리는 하얀 냅킨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먹는 것이 전통이라고 합니다. 신이 오르톨랑을 먹는 잔인한 광경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The bird is absolutely delicious. 그 새는 끝내주게 맛있습니다."
요리사 게라르 씨가 한 말입니다. 이 분은 이 요리가 합법이던 1996년 미테랑 대통령이 죽기 전 최후의 만찬에서 오르톨랑 2마리를 먹었다고 '뉴욕타임즈의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2014년 10월 13일 (Dining & Wine Section)
Chefs Fight for Songbird - The Ortolan: A Tiny Bird as a French Cause Célèbre
뉴욕타임즈의 이 기사 제목은 한글로, '노래하는 새를 얻기 위한 요리사의 싸움'이고 부제는 '오르톨랑: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새'라고 옮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는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오르톨랑 요리 허용해 달라" 프랑스 요리사 촉구 ... TV리포트 2014-10-16
"오르톨랑 요리 허용?" 눈알 뽑고 술에 담가 먹어 '충격' ... 중앙일보 2014-10-16
이 기사들에 따르면, 오르톨랑은 1999년부터 동물학대 논란 속에서 금지되었지만, 우리나라의 보신탕처럼 두터운 애호가층이 형성되어 있고 해마다 3만 마리의 오르톨랑이 불법거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프랑스 현지에서 오르톨랑에 대한 동물학대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이던 1999년 한 프랑스 여자가 우리나라의 보신탕을 공개적으로 손가락질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1950~60년대 영화계를 주름잡던 육체파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1934년생 브리짓드 바르도는 만 22세 당시였던 1956년 프랑스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and God created woman")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8살 언니인 1926년생 마릴린 먼로가 최고의 인기배우였다. 그래서 미국에 MM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BB가 있다는 표현이 생겼다.
1999년 6월, 한국이 보신탕을 법제화하려고 할 때, 만 65세의 프랑스 할머니 바르도는 "사람하고 가장 친한 친구인 개를 먹는다는 것은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문제다."라면서 분노했다고 합니다. 중국에도 지적질을 하던 이 할머니는 당시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에게 편지를 보내서 "온갖 동물을 밀도살하는 중국은 야만적"이라면서 "구역질이 난다"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도 서슴지않았습니다. 1999년, 바르도란 여자가 보기에 한국이나 중국은 매우 만만하고 변변치 못한 나라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같았으면 한국은 몰라도 중국한테 그렇게 시건방을 떨었다가는 보복조치를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2008년 12월 6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만남을 전후로 수차례의 강력한 경고와 불매운동 등으로 이후 프랑스는 곤욕을 치룬 바 있습니다.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은 이제 세계초강대국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건방지고 교만한 프랑스인의 심성 보여준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
반면에 프랑스인 가족이 서울의 프랑스인 거주지역인 서래마을에서 저들끼리 살인사건에 휘말렸을 때, 프랑스인들은 매우 교만하고 건방진 태도로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2006년도의 일이었습니다. 2006년 7월 23일 당시, 서래마을에 거주하는 장 루이 쿠르조(당시 40세)가 냉동실에서 비닐봉지에 싸인 영아 사체 2구를 발견해서 방배경찰서에 신고합니다. 당시 이 사건은 쿠르조의 부인 베로니크(당시 39세)의 임신거부증세에서 비롯된 범죄행위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관계당국이나 현지 여론은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수사결과 등을 개무시했다가 사실로 밝혀지자 개망신당한 사건입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 - 엔하위키 미러
프랑스 '서래마을 사건' 자성론 "우리가 건방졌다. - 중앙일보 2006.10.18
<르몽드> 자성, "우리는 한국을 경멸했었다" - 뷰스앤뉴스 2006.10.17
아무튼 보신탕과 관련해서 바르도의 주장은 프랑스 내부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발언에는 인종차별주의적인 시각이 강하고, 노골적으로 개무시하는 표현상의 문제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바르도 할머니의 심리적 문제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머리없는 육체파 배우의 정신적 사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그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돈 좀 있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경우에 개나 고양이 문제를 가지고 들먹인다는 겁니다. 게다가 만만한 한국이란 나라에서 개를 먹는다니까 달려들어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바르도 할머니는 86년 ‘브리짓드 바르도 재단’을 세우고 동물보호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동물보호운동가의 명성을 쌓고 있는 프랑스 여자 바르도에게 한국민은 개보다 못한 민족으로 보인 것입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둔함의 극치를 보인 프랑스 여자 브리짓드 바르도
한편 2002년 여름, 한국의 계간문학지 <세계의 문학>과 대담을 가진 '장미의 이름'의 저자 움베르토 에코는 바르도 여사를 '파시스트'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성동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에코는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파시스트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고 주장했던 겁니다. 또한 에코는 "어떤 동물을 잡아먹느냐의 문제는 인류학적인 문제"라며 "바르도의 일화는 한 마디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둔함의 극치"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에 앞서 손석희 앵커는 2001년 11월 26일 정오(프랑스시간) 그의 라디오 진행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바르도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있었기에 유럽에서 한국을 폄하하는 데 선봉에 선 이와의 인터뷰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중해 연안도시 쌩 트로페즈에 있는 자택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논리적으로 밀리던 바르도 할머니는 개도망치듯이 전화기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면서 인터뷰가 중단되었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묻기를 "프랑스인을 비롯한 외국인도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질문하자, "거짓말을 일삼은 한국인과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며 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 한국 정부에 개고기 식용과 관련해서 자주 항의의 편지를 보냈는데...
BB: 주불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정부의 책임자에게 보냈었다. 보낸 이유는 한국에서의 개 도살과 식용 및 유통이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손: 한국인들이 개를 잡는 과정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본 일이 있나?
BB: 취재 필름과 사진을 갖고 있다. 이것들을 프랑스축구단뿐 아니라 월드컵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 축구단 및 전세계에 알리겠다.
손: 그렇다면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는 뜻인가?
BB: 그건 아니다. 다만 한국정부를 압박해서 개고기 식용을 금지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손: 당신의 비판은 문화적인 상대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가 아닌지...
BB: 개고기 식용은 문화가 아니라 야만이다. 아름다운 관습의 나라 한국이 개고기를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손: 한국에는 식용개와 애완용개가 따로 있는 것을 알고있나?
BB: 먹는 개와 집에서 키우는 개를 구분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다. 왜냐하면 개는 동반자요, 인간의 그림자다. 개를 먹는 것은 食人문화다.
손: 만약 개고기 식용 반대 운동을 벌이는 한국의 단체가 초청하면 한국에 올 수 있나?
BB: 그것은 불가능하다. 비행기 타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단체와 우리 단체가 연계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손 : 브리지트 바르도씨의 말씀을 듣고 설득당하는 쪽보다는 불쾌하게 여기는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BB : 불쾌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나의 전투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손 :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지식없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비판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당신은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BB : 한국의 번역된 동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동화에서는 많은 남자, 여자들이 한국의 전통적인 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손 : 인도에서는 소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소를 먹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서 인정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BB : 물론 저는 그러한 문화적인 차이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소는 먹기 위한 동물이지만, 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몇개국을 제외한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개를 먹지 않습니다. 문화적인 나라라면 어떠한 나라에서도 개를 먹지 않습니다.
손 : 소를 먹기 위한 나라도 있지만 개를 먹기 위해서 키우는 나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개를 먹기 위해서 키우는 나라가 소수라고 해서 배척을 받는다면, 문화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BB : 나는 개를 먹는 것에 사람에 대해 결코 존중해 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차이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거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증오한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이번 12월 15일 축구협회회장과 함께 회의가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한국의 모든 실상을 고발할 것입니다.
손 : 알겠습니다. 이 문제로 더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해보입니다. 프랑스민영 방송에서 한국 학생이 개고기를 간식으로 싸가는 장면이 방송된 바 있습니다. 사실을 필요이상으로 왜곡한 데에 대해 프랑스가 사과해야 된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BB :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사람들이 개고기를 계속해서 먹는다면, 그런 식으로 한국인들을 앞으로도 희화화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 것입니다. 내가 이미 여러차례 경고했습니다.
손 : 그렇다면 우리나라TV에서 프랑스사람들을 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집불통으로 희화화한다면 어떻겠습니까?
BB : 마음대로 하십시오. 프랑스에 대해서건, 프랑스 사람에 대해서건, 나에 대해서건 마음대로 말하십시오. 다만 개고기를 먹지 마십시오.
손 :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BB :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단 한 사람이 개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그건 불필요한 일입니다.
손 : 그럼 새로운 사실을 말씀드리죠. 제가 아는 프랑스인은 한국에 와서 개고기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인 뿐만 아니라, 한국에 온 미국인,독일인 몇명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있다고 경험담을 얘기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지금도 개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프랑스사람, 독일사람, 미국사람들의 대다수가 개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즉 이렇게 과장해서 얘기해도 되냐는 겁니다.
BB : (매우 화난 목소리로)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프랑스인,독일인, 미국인들은 절대로 개고기를 먹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개고기인줄 몰랐다면 가능한 일이겠죠. 하지만 그것이 개고기인 줄 알았다면 결코 그것을 먹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그것은 돼지고기, 소고기라고 얘기했겠지요. 나는 여러분들과 더 이상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는 얘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러분들에게 앞으로 어떠한 일이 닥칠지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곤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손 : 브리지트 바르도씨는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에 기초한 질문이었습니다. 한국인이면 몰라도 프랑스, 미국인이라면 결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브리지트 바르도의 강변을 통해서 그녀가 동물애호가라기보다, 차라리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이번 인터뷰는 어디까지나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목적으로 기획됐지만, 개고기를 먹느냐 안 먹느냐를 가지고 민족적 차별로 귀결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오르톨랑 요리는 어리고 작은 새의 두 눈알을 뽑아서 살을 3배로 찌운다는 그 잔인한 요리과정 때문에 프랑스 현지에서도 동물학대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영혼을 구현하는 맛'이라는 평가에 많은 미식가들이 군침을 흘리는 불법 음식이 된 것도 그 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프랑스의 바르도라는 여배우출신 할머니는 한국의 개고기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프랑스 현지의 한국인 유학생들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불법이 된 오르톨랑 요리가 여전히 프랑스에서 유통되던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 당시 바르도 할머니가 과연 오르톨랑 요리를 먹었을지 아닐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오르톨랑 요리에 대한 결론을 개고기에 대한 동아시아 문명권의 저급한 민족성으로 귀결시킨 바르도의 비난처럼, 프랑스인의 저급하고 야만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옳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한국이든, 중국이든, 프랑스이든지 오랜 문화를 지닌 나라에서는 대체로 잔인한 요리과정이 포함된 식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의 확인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똑같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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