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라철학의 시대를 열어준 아리스토텔레스의 부활


스콜라 철학은 교부 철학의 승계자이다. ‘가르침의 아버지들이라고 표현되는 교부(敎父) 철학의 시대를 마치고 학교 철학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순서는 그리스(희랍) 철학의 순서와 일치한다. 그리스 철학을 대표하는 3대 철학자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순으로 정리한다고 보았을 때, 교부철학은 플라톤주의, 정확하게는 신 플라톤주의의 토대 위에 성립되어 있다면 스콜라 철학의 시대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가 다시금 찾아온 것이다.

 

서유럽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잊고 있었다


사도시대를 시작으로 주로 서기 400년부터 800년까지 이어지던 교부철학의 시대가 마감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 힘을 입은 스콜라 철학이 등장했을 때 한가지 주목할 일이 있다. 유럽 세계에 잊혀졌던 아리스토텔레스를 소개해준 이는 에스파냐에서 활약하던 아랍 철학자 이븐 루슈드(Ibn Rushd, 1126~1198)였다는 사실이다. 서유럽에는 라틴어이름 아베로에스(Averroës)로 알려진 그는 이슬람교도였다. 아랍 세계에서는 플라톤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더욱 중요한 고대 철학자였다. 서유럽에 3세기에 등장한 신 플라톤주의에 빠져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완전히 잊고 있었을 때, 아베로에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리스어 저작을 아랍어로 번역했고 그것이 다시 라틴어로 번역된 것이다. 서양 문명의 새로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800년까지 지속된 교부철학의 시대 - 신플라톤주의의 황금기


사도들의 활동시기에서부터 서기 800년까지를 보통 교부철학의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기원 1세기에 기독교의 사도들, 특히 사도 바오로의 전교여행을 시작으로, 역설적으로 그리스도교를 강화시킨 박해의 과정을 거쳐서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서 국가적 공인을 받은 이후로 그리스도교는 고대 철학사상과의 융합을 통해 유럽 사회에서 보편종교로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800~1500년 스콜라철학의 세상 - 아리스토텔레스의 부활

 

그리고 800년 경부터 1500년경까지를 스콜라 철학이라고 일컫는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그리스도교 철학 2세대라고 할 수 있다. 1세대는 아버지즉 교부철학의 시대였다. 이제 아버지에게서 배우던 시대를 지나서 학교에서 배우는 스콜라 철학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중에서 그리스도교 철학이 완성기를 이룬 때는 바로 전성기의 스콜라 철학시대였던 13세기였다. 앞서 소개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때였다.


스콜라철학의 무대는 서유럽과 북유럽 


그리고 스콜라 철학은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유럽이라고 호칭하는 영역 안에서 이루어진 현상이었다. 그 무대가 유럽 남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교부 시대의 철학의 무대가 스콜라 철학과 함께 유럽의 서쪽과 북쪽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야만족이라고 무시당했던 켈트족과 게르만 민족과 슬라브 민족들이 서서히 문화와 철학의 주역으로 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학문은 국제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학계의 공통언어는 라틴어였다. 파리에서, 쾰른에서 이탈리아의 대학들에서 수업과 저작은 라틴어로 진행되고 집필되었던 것이다.

 

스콜라철학은 곧 안셀무스(성 안셀모)


특히 스콜라 철학의 시대의 대표적 사상가로 잘 알려진 인물은 안셀무스이다. 그는 스콜라 철학의 2번째 시조라고 불리운다. 첫 번째 시조를 에리우게나(요하네스 스코투스, 810~877)라고 하지만, ‘시조라는 표현이 안셀무스에게도 해당되므로 에리우게나를 스콜라철학의 선구자로 언급하면서, 안셀무스(성 안셀모)를 스콜라철학의 창시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033년에 태어나 1109년에 죽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영국 캔터베리에서 죽었다. 그리스도교 철학이라는 표현처럼, 그는 신앙과 인식의 관계를 무조건적 종속관계로 보았다. 즉 신앙이 가장 우선적인 것이었고, 신앙이 없으면 올바른 인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해하기 위해 나는 믿는다.”(credo ut intelligam)이란 유명한 표현이 존재하고, 안셀무스의 존재론적 신의 증명도 매우 유명한 것이다. 다음과 같다.

 

신이란 그보다 더 큰 것은 아무 것도 생각될 수 없는 무엇이다. 만약 신이 오직 지성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보다 더 큰 것은 아무 것도 생각될 수 없는 무엇보다 훨씬 더 큰 것이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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