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권은 20세기의 최대 창조물



인권이란 무엇인가


인권(人權)은 말 그대로 인간의 권리. 영어로 rights of man으로 쓰였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Human rights라는 말로 바뀌었다고 한다. 풀어말하면, 보편적으로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가 인권이다. 특히 민주사회에서 인간의 권리는 전 세계 모든인간에게 적용된다. 한 마디로 전 지구적 차원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매김되었다. 물론 그것이 선언적이라고 할 수 있고, 현실적 영향력이 때와 장소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적용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흔히 인간이라고 말하는 그 인간 모두에게 '인간의 권리'가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한 것은 20세기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인권은 우리 시대의 지배적 이념이 되었다. 더욱이 20세기 후반 동구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인권은 전 지구적 가치로 개념의 보편적 지배범위가 확대되었다. 물론 '인권' 개념은 여전히 평균을 내자면, 당위적 개념에 머물러 있지만 말이다. 

 

인권은 20세기 창조물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인권개념은 20세기 최대의 창조물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는 고대로부터 많은 이들이 공부했고 말해왔지만, 그것이 모든 인간을 향해 확대된 것은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권을 주로 남자들의 권리로 인식하게 만드는 rights of man라는 용어에서 human rights로 바뀐 것도 2차 세계대전 이후라는 말이 있다. 이 자리에서는 그 인권이 역사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본다.

 

[안티고네]를 통해 보는 자연법적 인권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의 왕 라이오스를 죽이고 엄마 이오카스테와 결혼하고 2남 2녀를 낳는다. 이후 이 사실을 알고 제 눈을 찌르고 반 실성하여 격통의 유랑길을 떠나는 장님 아버지 오이디푸스와 동행한 안티고네의 인간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인권에 대해 고대 서양인들은 그것을 자연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리스 최대의 비극시인인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의 첫째 딸이며 22녀의 셋째인 안티고네는 테바이 도시국가의 법령을 어기면서까지 반역을 저지르다 죽은 오빠 폴뤼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러주려고 한다. 당시 테바이의 정권을 잡고 있던 외삼촌 크레온은 자신의 법령에 위반한 안티고네를 위협하지만, 안티고네는 지금 통치자는 크레온이지만,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할 도덕과 윤리가 더 중요하다.’고 맞선다. 안티고네의 입장은 국가의 법을 뛰어넘는 불문율이 있다는 주장인데, 그것은 오랫동안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만들어진 관습적 윤리가 있다는 것이다. 안티고네는 그것을 신들의 확고부동한 불문율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번 자연법적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은 자의 인권을 고민했던 안티고네


그리스 비극의 최고걸작 [안티고네]에 등장하는 이러한 사상은 인권에 대한 기록의 출발점으로 볼 수가 있겠다. 즉 소포클레스는 자연법 사상을 문학적으로 완벽히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토아학파에 의해 인권에 대한 자연법 사상은 철학적 발전을 이루었고, 키케로와 만민법 제정 등을 통해 실정법에 적용하는 단계0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근대에 이르러 인권사상은 홉스, 로크 루소 등에 의해 자연권 개념으로 발전을 이루었다.

 

인권과 시민권이란 무엇인가?

 

2003320일 미군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20111215,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종전 선언에 이르기까지 89개월가량 치러진 전쟁이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가 세계의 안보 환경을 위협하고 있으며, 해당국가 내의 쿠르드인을 탄압하는 등의 압정을 실시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이라크 침공의 명분은 인권에 대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측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인권이 반대의 명분이었던 것이다. 20033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이라크침공과 한국군의 파병을 반대하는 성명이 발표된 바 있다. 주된 내용은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군인들보다 힘없는 민간인들이 될 것이며, 난민의 80%가 주로 여성과 아이들이라는 통계를 예로 들었다.

 

인권을 명분으로 내건 전쟁


이처럼 침공을 정당화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가 인권을 주장의 주된 이유로 내세운 것이다. 이처럼 인권은 상호 부딪친다. 그것은 인권이란 이름 아래 모여 있는 각종 권리들- 시민권과 정치권,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권리 등 -이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상호간에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권리가 타인의 권리를 빼앗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권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쟁점이 생긴다.


권리는 무엇인가 


권리(權利, Rights)는 간단히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요구할 수 있는 자유라고 정의할 수 있고, 법률적 정의로 보면,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처리하거나 타인에 대해서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나 힘, 특정한 이익을 주장하거나 누리기 위해 그의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법률상의 능력을 말한다.


Right가 '권리'란 단어로 정착된 사정

 

그런데 권리의 영어 ‘Rights’는 형용사, 부사, 명사, 동사, 감탄사 등 다양한 품사로 활용되고 있는 단어로, 19세기 초반 일본에서 정직(正直)이나 염직(廉直)이라고 번역되었다. 먼저 정직이란 거짓이나 허식이 없이 마음이 바르고 곧음이란 뜻이고, ‘()’청렴하다, 검소하다, 바르다란 뜻을 가지고 있기에 염직이란 청렴검소하며 바르고 곧음이란 뜻이다. 정직염직은 비슷한 단어이다.

 

영어 단어 ‘Rights’()’ 혹은 권리(權利)’로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일본과 중국에 의해서 였다고 한다. 그것은 유럽의 인권 개념이 자연스럽게 정의로운 상황에서 정당하게 가지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에서부터 발전한 까닭일 것이다. ‘자연스럽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은 자연법적인 생각이었다. 그래서 유럽의 계몽주의자(17~18세기)들은 인간의 권리는 자연권‘Natural Right’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앞서서 [안티고네]에 대한 설명에서 드러났듯이,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생각이었고, 서양의 계몽주의 시대에도 '천부인권'사상이 있었지만, 동양의 한자문화권에서도 천부인권(天賦人權)’ 하늘에서 사람에게 부여한 권리란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근대 시민사회의 결과물, 시민권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인권에 대한 개념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서양에서 근대적 시민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권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단어가 시민권’(Civil Rights)가 되는 것이다. 서양의 중세적 관점에서 인권을 앞서는 것은 신권(神權)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절대자인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진 피조물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신이 내려준 고정 불변의 질서 속에서 신의 부르심에 따른 소명의 길을 걷는 피동적 존재였다. 물론 절대자 신 안에서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이기에 그 테두리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탐구된 것은 서양의 근대적 질서 속에서 형성된 시민권의 개념에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인권개념이다. 세속적 질서의 토대 속에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라에게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권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권이고 시민권이었던 것이다. 즉 근대적 인간이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앙시앵 레짐, 구체제의 폐허 위에 세운 인권


물론 현실 세상에서 인권의 권리를 보장하기 시작한 기점은 미국의 독립전쟁(1775~1783)과 프랑스 혁명(1789~1794)으로 근대국가가 탄생한 때이다. 이른바 시민혁명은 구체제(舊體制), 즉 절대주의 왕정(앙시앵 레짐, Ancien Régime, 1789년 프랑스 혁명 전)을 무너뜨리고 그 폐허 위에서 입헌근대 국가를 세웠다. 17~18세기의 계몽주의자들은 인권사상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새로운 정부, 새로운 국가를 세웠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얘기하는 인권은 이 때 태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현실 역사에서의 인권’(人權)이란 시민권’(市民權)의 형태로 실천되었으며, 인권과 시민권은 쌍생아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례로 1789년 프랑스 국회에서 헌법서문으로 채택한 것이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인데 그 선언문에서 인권시민권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여기서 시민권의 개념은 모든 시민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서로에게 또는 공동체와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와 지위를 말한다. 또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1>를 보면,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사회적 차별은 공공이익을 근거로 할 때만 허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추상적 '인권'과 제도적 '시민권


그러나 근대 계몽주의자들이 세운 인권에 대한 개념은 근대 국가에서 실현되었던 것인 만큼 그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인권이란 용어의 보편성에서 비롯되는 개념의 도덕적, 당위적 추상적 성격과 달리 시민권이란 개념은 현실적인 보장을 위한 제도적이고 법적인 성격이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 한계를 바라볼 수가 있겠다.

 

즉 근대국가에서 실현된 인권 혹은 시민권은 자국 시민에게만 보장되던 것이었으며, 특히 가난한 사람(빈민)이나 여성을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빈민이나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이상한 일로 여겨졌지만 18세기에는 그것이 자연스러운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외국인에게는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즉 이제 전 세계가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는 지구적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시민권혹은 진정한 보편적 인권을 고민해야 될 때가 된 것이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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