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롤스의 [정의론] - 공정으로서의 정의
Justice as fairness
[정의론] 존 롤스 (지은이) | 황경식 (옮긴이) | 이학사 | 2003-03-03 | 원제 A Theory of Justice (1971년, 1991년 개정판) 782쪽, 28,000원
존 롤스의 [정의론]은 두꺼운 책이다. 782쪽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이다. 평생 '정의'(Justice)라는 주제를 연구해왔던 저자의 사상이 다 들어있기때문에, 롤즈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정의'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한 존 롤즈의 정의에는 두가지 원칙이 있다.
정의의 2가지 원칙 ① 평등의 원칙, ② 차등의 원칙
'평등'과 '차등'은 롤스 정의론의 키워드이다. 정의로운 사회의 기준을 사회의 '최소 수혜자' 즉,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탄생한 단어들이다. 이것은 벤담의 공리주의적 사회정의원칙과는 반대되는 생각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란 원칙인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의 희생을 강요할 수도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래서 롤즈가 제시한 방안은 바로 소외계층의 자유까지 포함하는 정의의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롤스의 원칙을 풀어서 말하면 다음과 같이 소개할 수 있다. 첫번째 제1원칙(평등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각자는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전체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두번째 제2원칙(차등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불평등은 다음의 두가지, 즉 (a) 그것이 정의로운 저축 원칙과 양립하면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고, (b) 공정한 기회 균등조건 아래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직책과 직위가 결부되게끔 편성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롤스의 정의론은 약자의 아픔을 수용하는 정의론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20세기 후반의 가장 위대한 2명의 사회철학자를 꼽으라면 유럽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미국의 존 롤스를 꼽기도 한다. 롤스가 말하는 2가지 원칙은 적용하는 데 있어서 2가지 우선성 규칙을 따라야 한다. 즉, 제1우선성 규칙과 제2우선성 규칙이 있고, 제1우선성 규칙은 제2우선성 규칙에 앞선다. 2가 1에 방해된다면 1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1우선성규칙은 [자유의 우선성] 규칙이다.
"정의의 원칙들은 축차적(逐字的, 글자 하나 하나를 좇아가는) 서열로 이루어져야 하고 따라서 기본적 자유는 자유를 위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두가지 경우가 있는데, (a) 덜 광범위한 자유는 모든 이가 공유하는 자유의 전 체계를 강화해야만 하고, (b) 덜 평등한 자유는 보다 작은 자유를 가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우선성 규칙은 [효율성과 복지에 대한 정의의 우선성] 규칙이다. 다시 말해서 서열상으로 효율성의 원칙이나 이득의 총량의 극대화 원칙에 우선하는 원칙이며, 공정한 기회는 차등의 원칙에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경우가 있는데, 즉, '(a) 기회의 불균등은 보다 적은 기회를 가진 사람들의 기회를 증대해야만 하고, (b) 과도한 저축률은 결국 이러한 노고를 치르는 사람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롤스는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정의에 의해 보장된 권리들은 어떠한 정치적 흥정이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도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이처럼 롤즈가 이러한 명제를 해명하고자 노력한 이 책은 그가 내세운 명제가 정의의 우선성에 대한 우리의 직관적 신념을 표현한다고 믿는다. 그가 내세우는 정의의 원리는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평등한 최초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될 원칙이다. 사회계약론의 자연상태에 상응하는 이러한 가상적 상황에서는 아무도 사회에 있어서 자신의 위치, 자신의 계층이나 사회적 지위, 천부적 자질과 능력상의 배분에 있어서의 자신의 운수, 자신의 지능이나 체력, 심지어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가정된다. 그래서 '무지의 베일' 속에서 심사숙고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회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한 공정한 절차로 원칙을 규정'하는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이 내린 합리적 의사결정을 정의의 원칙으로 제시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합의한 절차로 공정한 정의의 원칙을 도출하기 위한 근거로 등장하는 개념이 '무지의 베일상태'(veil of ignorance)라는 가상의 상황이다.
계약상황을 한번 가정해보자. 실제적으로 우리가 계약을 맺을 때 양자간에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계약의 공공성이 보장되는가의 여부를 문제삼을 수 있고, 협상능력에서도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맺는 계약은 진정 자유롭고 평등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상호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약에 대한 서로간의 다른 이해, 서로 다른 지적 수준, 그리고 서로 다른 처한 위치 등 상황은 다양하게 다르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롤스는 지적한다. 그래서 가상적 계약상황을 전제한다는 것은 원초적 상태에서 계약 당사자들이 무지의 베일을 쓴다는 것을 말한다.
즉, 협상, 회의, 계약을 하는 당사자들이 원초적 상황에 있다고 가정한다. 여기서 당사자들이란 ① 합리적 이성을 지녔다고 본다. 즉 계약할 능력은 있다. ② 자유롭고 평등하다. ③ 자기이익을 위한 이기적 존재이기때문에 상호무관심적인 존재이다. 인간은 이타적이거나 남을 배려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베일에 가려진 무지한 상태는 바로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자연적 재능, 사회적 지위, 자신이 속한 세대 등을 알 수 없다고 상정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사회구성원들은 각자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대안들에 따른 결과 중에서 최악의 것 중에서의 최선을 보장하는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롤즈는 사회소외 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유리하게 결정된 정책이 바로 사회정의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롤즈는 책 1부(원리론)에서 이론적 원리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정의론과 그것에 대한 대안적 입장들, 특히 공리주의가 대비적으로 제시된다. 다음 제2부(제도론)에서는 자신의 이론의 제도적 응용을 보이고자 하는데, 그 구체적인 문제들은 헌법상의 지위에 대한 철학적 근거, 분배적 정의의 문제 그리고 정치적 의무와 책무의 근거 및 한계에 대한 규정 등이다. 여기에다 그는 시민불복종과 양심적 반대의 문제에 대한 논의도 포함시킨다. 끝으로 제 3부(목적론)에서는 자신의 정의론을 가치에 대한 이론 및 도덕 발달이론과 관련짓는다. 이를 통해서 그는 사회 연합체들의 사회적 연합으로 보는 사회관을 제시할 수 있게 되고, 정의론을 이용해서 공동체가 갖는 가치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1971년에 출간된 <정의론>은 세계 26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991년 개정판이 출판된 바 있다.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는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가 민주주의 전통의 공통된 핵심적, 본질적 부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롤즈(John Rawls, 1921~2002)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1950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넬대학과 MIT를 거쳐 1962년부터 하버드대학 철학과 교수와 명예교수를 지냈으며, 2002년 11월 24일 타계했다. 그는 1958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논문을 발표한 뒤 사회정의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분배적 정의>, <시민불복종>, <정의감> 등의 논문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오랜 탐구의 결실로 나타난 것이 바로 그의 필생 대작인 <정의론> (1971, 1991)인데,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20세기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주요저작으로는 <정의론>과 함께 <정치적 자유주의>(1993), <만민법>(1999) 등이 있고, 이 밖에도 <근대도덕철학사 강의>(2000), <공정으로서의 정의>(2001) 등이 있다. | 옮긴이 황경식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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