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신입생 OT서 성추행 게임강요 후폭풍


성적 수치심 강요사회, 이게 다 건국대만의 잘못일까?



2016년 2월 26일 건국대 학생들의 익명게시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하나의 글이 올라오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새내기의 오리엔테이션 참가 체험담이었다. 여학생으로 보이는 2016학번 신입생은 선배들이 주도하는 게임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내용을 고백한 것이다. 



건국대학교 페이스북 대나무숲 이미지 캡춰



이 글에는 무려 9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기까지 했는데, 이 글을 쓴 익명의 학생은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에서 포르노에서나 볼 법한 게임 제시어 '펠라XX'에 충격을 받았다고 쓰고 있다. 


선배 학생들은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에 대한 사회의 무관용적 분위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국회의장을 했던 사람도, 군대의 별을 단 장군도 성희롱 사건에 연루되면 큰 곤욕을 치루는 것이 우리 사회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매년 대학 신입생 OT나 MT 때마다 여러 대학에서 반복적으로 성폭력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공개되어 당장 일파만파로 번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가는 것 외에는 달리 해결책은 없어보인다. 대학 당국에서도 대체로 당장 사건을 모면하려는 땜방 처방 외에는 달리 해결책은 없다. 즉효약이 있는 것처럼 대책을 발표하지만 이후에 정말 그렇게 진행되어가는지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도 물건처럼 취급되는 게 다반사이다. '인적 자원'이란 표현이 그런 식이다. 오히려 '사람도 물건처럼 자원으로 쓸 수 있다'는 표현이 자발적으로 수용되는 사회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상품'에 비유하는데에도 거부감이 없다. 더 나아가 상품화된 성(性)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공연하게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 과도하게 범람하는 사회에 물들어 있는 열혈 20세 즈음의 청년들에게 경계의 침범을 죄악으로만 다스리는 것도 좀 더 깊이 성찰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핫하고 짜릿한 사건에 목마른 너무나 많은 각종 언론매체들에게 건대 성추행 사태는 그들의 온-오프라인 지면의 일부를 채우는 일용할 양식이 되어버렸다. 건국대는 먹잇감이 된 것이다. 각종 언론사의 인터넷 페이지들 마다에는 노골적인 성적(性的) 광고들이 도배되어 있다. 심지어 기사 제목도 선정적이기 그지없다. 그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 기사와 광고들을 아주 쉽게 찾을 수가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범람하는 성적 이미지를 내면화한 뜨거운 20대 초반의 청춘이 대학생활의 몇 안되는 즐거움에 해당하는 'OT'나 'MT'에서 실천에 옮겼다는 추론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래 글은 대부분의 인터넷 신문 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포토-동영상 기사 이미지

  • OOO 아슬아슬 파격 레드 드레스

  • OOO 아찔한 뒤태 노출

광고 글과 이미지

  • 해운대에서 "이것" 女대생 실신

  • 성인 "찌라시" 내용 알고보니 ... 충격!

  • 女교사, 가족 생계 위해 매일 동료와 ... 충격

  • K여교사, 3억 준다는 말에 동료 교사와 ... 충격


특히 이 기사와 광고목록은 건대 사건을 다룬 동아일보 인터넷 지면의 우측에 게재된 것들이다. 야릿한 이미지와 함께 있는 것들이다. 물론 이 현상은 이 신문 인터넷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아일보를 이 지면에서 거론한 까닭은 유독 동아일보가 관련 기사 제목을 가장 선정적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대학 OT서 "25禁 펠라XX' 묘사? 대학생 性 의식 의문 - OOO 동아닷컴 기자 (2016.2.29)


동아일보 인터넷판 관련기사 페이지. 동아일보는 대학생 性의식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되어 있지만, 오히려 동아일보의 성의식이 건전한지를 묻고 싶다. 이런 기사에 달려 있는 "불륜녀 영상..."같은 광고들이 더 해로운 건 아닌가? 



온-오프라인을 망라하여 온갖 언론사의 융단폭격을 당한 건국대는 비상사태를 맞이하면서 공식 사과 모드로 방향을 전환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본질은 개별적 인간의 고유하고 존엄한 인격이 집단의 강요로 훼손당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집단주의적 강요의 경계가 얼마나 허물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과도한 경쟁 속에서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사회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무튼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건국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 학생회는 페이스북 게시판에 재빠르게 사과문을 게시했다. 2016년 2월 27일 새벽 1시 03분의 일이다. 



다음은 페북 해당글에 첨부된 사과문 페이퍼 이미지



학생회 사과문에 표현된 것처럼 이들의 경솔한 OT 기획이 불러온 후폭풍은 대학 당국의 사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학 당국은 '총장'이 아니라 '건국대학교'라는 이름으로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2016년 2월 29일에 발표했다. 그 전문은 건국대 홍보실 투데이건국 게시판에 있다. 글 내용은 아래와 같다.


깊이 사죄드립니다. (2016.2.29)


본교는 지난 2월 19~21일 생명환경과학대학 신입생 수련회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하여 먼저 신입생 및 학부모님과 학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첫발을 내딛은 신입생들이 받았을 상처와 학교에 대한 실망감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머리 숙여 반성합니다. 모든 이유를 떠나 무엇보다도 우리 대학을 믿고 학생들을 맡겨주신 학부모님들께 거듭 송구한 말씀 드립니다. 학교 본부와 모든 교수·직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올바른 문화 활동 및 대학 생활에 관하여 잘 가르치고 지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우리 대학은 건전한 대학문화 조성을 통해 향후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첫째, 앞으로 신입생 수련회 등과 유사한 학생회 주관의 교외 행사를 금지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교내에서 실시하겠습니다. 둘째, 자체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사 후 학칙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셋째,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효성 있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확대 실시할 것이며,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본교는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신입생 수련회, 학과 MT, 축제, 단과대 동아리 활동 등 대학 생활의 전반적인 문화 활동에 대하여 고민하고, 새롭고 건전한 문화 활동으로 변모해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며, 인성과 지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학부모님과 신입생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신입생 및 재학생 모두와 함께 건전한 대학문화 조성을 위하여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2016년 2월 29일

건국대학교 





학교 당국의 사죄문에 따르면, 이제 건국대학교에서는 더 이상 학생회가 주관하는 학교 밖 행사를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오리엔테이션은 교내에서 실시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이런 저런 즉효처방을 내놓았는데, 과연 그것이 효과를 볼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어찌보면 대학 OT 성추문 사건은 매년 2월 말에 생겨나면서 언론사의 일용할 기사재료, 먹잇감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다. 오히려 문제는 대학 바깥에 더 많기 때문이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