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대학원생의 일상

막장드라마보다 심하고 액션 영화보다 더한 종합편성극

곪을 대로 곪은 어둠의 상아탑, 썩은 관행의 되물림을 뽑아내야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제29대 고대원총 이음지기 (지은이) | 김채영 (그림)
| 북에디션 | 2016-06-07 | 
정가12,000원


성추행, 연구비 비리, 폭행과 심각한 인격모욕 등 한편 한편의 이야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라 어떤 이들은 과장되고 편파적이라며 도리질을 한다. 그러나 대학원을 거치거나 현재 그곳에 몸담고 있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며, 이것은 지극히 일상의 모습이고 대학원 사회에 더 추악한 이면이 많다며 가슴 아프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를 세상 밖으로 쏟아내지 않는 것일까. 


위 글은 한달 보름전 쯤인 2016년 6월 7일 출판된 책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을 소개하는 내용 중 일부이다. 이 책은 제29대 고려대 대학원총학생회에서 기획한 글을 북에디션에서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


책 소개를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라고 되어있는데, 사실 얼마전 교육부 2급 관리가 무심코 뱉었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의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대학의 일상이다. 대학원생은 인간이 아니다. 특히 여성 대학원생에게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위험이 도사린 곳이 실험실이고, 교수의일상적 비리를 수행하는 미션 임파서블의 총알받이 역할을 하는 것이 또한 대학원생의 역할이 될 때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의 목차에 담긴 제목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지만 모두가 진실한 고백일 가능성이 높다. 

  • 목차
    -서문
    1. 교수의 주먹_ 폭행과 욕설세례 A교수의 만행
    2. 이해하는 학생_ 밤새 연구한 논문 도둑맞은 대학원생
    3. 계속할 수 있을까?_ 불이익이 무서워 숨겨진 대학원 성희롱
    4. 뭐가 힘든데?_ 공부하는 ‘학생맘’ 향한 차가운 시선
    5. 사라졌다_ 짓이겨진 푸른 봄날의 꿈
    6. 논문 대필자의 생_ 끝내 삶을 놓아야 했던 절망
    7. 졸업했는데 왜?_ 위장취업을 거부한 대가
    8. 인간적 대우_ 조교는 교직원의 하수인일까 
    9. 금고 관리자_ 교수의 주머니를 배불리는 눈 먼 돈
    10. 같은 처지끼리_ 세습되는 대학원 똥군기
    11. 가만히 있지 말라_ 대학원학생회의 외로운 투쟁


1980년대까지 대학은 독재 권력에 항거하는 민주주의의 보루이며 성지였다. 그래서 대학은 사회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이제 대학 캠퍼스는 작은 독재왕국의 연맹이 되어버린 것 같다. 민주화보다는 연구비가 더 중요해졌고, 최루탄 냄새를 대신하는 것이 교정에 입주한 유명 브랜드 커피숍에서 풍겨나오는 4~5천원짜리 커피의 냄새이다. 


대다수의 대학원생들은 학문의 길’을 완전히 내려놓을 각오 없이는 대학원의 부당한 현실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자칫 문제를 제기했다가 교수님의 눈 밖에 나게 되면 논문 심사와 졸업, 나아가서는 취직의 길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심각한 인권침해에도 그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묵인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은 몸과 마음이 온통 멍투성이다. 이 '말 못 할' 문제들로 곪아 있는, 대학원 사회의 번듯한 허울을 이제 벗겨내보려 한다. (책 소개글 중)


대학원생이 부당한 요구에 맞설 수 있는 지점은 인내의 극단적 지점에 이르러서있다. '끝까지 인내하는 것'으로 우월적 지위의 '사람'을 바꿀 수도 없지만, '구조'를 바꿀 수는 더더욱 없기때문이다. 즉 인내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자해성 결단, 자기손실을 감당하는 구조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좁은 대한민국 바닥에서 중요한 것은 '정의'보다는 연줄이고, 이미 소수의 권력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 바닥의 핵심인물은 전임직 교수들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책이라는 소중한 기록물을 남기는 뜻깊은 작업을 시도한 고려대 대학원총학생회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다음은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 소개된 각종 글들을 요약한 것이다.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 한국학 교수)  
    서울대 교훈은 ‘진리는 나의 빛’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 본 대학원생의 실상은 빛이 아닌 그늘진 그림자와 더 가까운 듯하다. 국내 대학원생에게 전통시대 노비의 모습과, 노동을 착취당하는 공장 비정규직의 이미지가 중첩돼 보이는 건 왜일까. 이 책의 내용은 하나같이 매우 불편하다. 그러나 덮을 수 없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제는 대학이 빛을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개조되길 소망한다. 부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소통하며 이 불합리한 현실이 빛을 향해 바뀌어나가길 소망한다.

  •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2016년 오늘 우리사회에서 가장 보기 불편한 만화. 지성과 교양으로 위장된 한국의 대학원이라는 곳의 일상이 훨씬 더 하드고어물에 가깝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 시스템 안에서 이를 묵인하는 방관자도 그리고 관찰자도고 모두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것을 끝내 끄집어내고야 말기 때문이다. 

  • 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저자)  
    대학에는 대학원생을 위한 그 어떤 제도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조교로서 대학의 상상 가능한 여러 공간에서 노동하지만, 서류상의 직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대학을 배회하는 유령’과도 같은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도, 이들이 존재하는 공간도,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원에서 언제나 일어나며, 또한 일어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삶을 그대로 담았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글

착각하지 마,
린 학생이 아니라 노예야 !!

누구도 이 상아탑 안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알지 못했다. 학문의 길을 걷고자 한 대학원생들의 입은 단단히 봉인되었고, 권력을 쥔 교수와 대학은 누렇고 퀴퀴한 속내를 감춘 채 고고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난해 ‘인분교수 사건’ 이후 대학원생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노골적인 인권 침해부터 부당한 지시, 공공연히 벌어지는 비리 등 대학원생을 둘러싼 열악한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9기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고대원총)는 대학원에서 일상적으로 치부되는 폭력 문제의 심각성과 온갖 비리의 온상이 돼버린 현실을 알리고자 이 웹툰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비로소 대학원의 실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 학문 공간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교수들의 ‘갑질’과 학생들의 부당한 처우, 학내 성희롱, 연구 가로채기 등 상아탑 속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학문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대학원이 우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설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만 학문의 원활한 발전 또한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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