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톨릭대학은 가톨릭적인가?


가난한 이에게 정직한 일자리 제공은 그리스도인의 사명 



가톨릭대(서울교구), 가톨릭상지대학(안동교구), 광주가톨릭대(광주교구), 꽃동네대학교(청주교구), 대구가톨릭대(대구교구), 대전가톨릭대(대전교구), 목포가톨릭대(광주교구), 부산가톨릭대(부산교구), 서강대(예수회), 수원가톨릭대(수원교구), 인천가톨릭대(인천교구), 관동대학교(인천교구)


우리나라에는 천주교 교구들이 세운 대학들이 10개가 넘는다. 고등학교도 70여개 정도 된다고 알고 있다. 특히 위에 열거된 대학들 중에서 서울의 가톨릭대와 대구가톨릭대는 의과대학도 보유한 '가톨릭' 이름의 Big 2에 해당한다. 그 밖에도 서강대, 부산가톨릭대, 인천가톨릭대 등도 나름 규모가 있는 학교들이다. 


그러나 가톨릭이 세운 대학 중 이름이 가장 잘 알려진 서강대의 학생수는 8천명 정도이지만, 가톨릭대학교와 대구가톨릭대학교는 서강대의 2배 규모로 각각 15,0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다니는 사립종합대학들이다.  그리고 '가톨릭대학교'라는 교명 아래에 의과대학을 두고 있다. 인천교구의 경우 의과대학 인수를 겨냥하고 개신교 계열의 관동대를 2014년 통째로 인수하면서 의과대를 두게 된 것이니까 일단 예외로 두겠다. 


개신교 관동대학이 가톨릭 관동대학이 된 사연

요한의대학노트 2014.09.12 01:34


오늘 이야기는 먼저 대구가톨릭대학교(이하, 대가대)의 환경미화원에 대한 옹졸한 처우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대가대는 과연 그리스도교적인가? 이걸 묻고 싶은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가대는 최저임금 시급 450원이 올랐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의 인원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정년퇴직자가 발생하는 빈 곳을 채우지 않겠다는 방식의 비용절감 계획안이 나오면서 청소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최저임금 올랐다고 청소노동자 인원 줄여

대구가톨릭대 "인원 줄어드니 3번 청소할 것, 2번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글쓴이 김규현 -  2016년 6월 13일 | 5:15 오후, 인터넷 신문 뉴스민



큰 인물을 키운다는 대가대는 시급인상분 450원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6년의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이다. 2015년의 5,580원에서 450원이 인상되었다. 대가대의 입장은 전체 청소용역 비용의 동결에서 요지부동이다. 비용이 동결되었고, 법적으로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면 인원의 감축 밖에는 해결방법이 없는 셈이다. 현재 대학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약 90여명이었는데 지난 해 6명이 정년퇴직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당국은 인원 충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정년퇴직자 23명의 빈자리에 대한 추가고용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2016년 6월 13일 12시 30분, 청소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2인분같은 1인분을 주세요'와 뭐가 다른가


학교 당국은 인원이 줄어드니까 3번 청소할 것을 2번만 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돈은 더 못주겠다는 입장을 포장하는 옹졸한 표현이다. 식당에 2명이 가서 1인분을 주문하면서 "2인분 같은 1인분을 주셔야 해요!"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그러니까 "3번 청소할 것을 2번 청소해달라"는 말은 "2번 청소해서 3번 청소한 것과 똑같이 해달라"는 부당한 요구에 맥이 닿아있는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계산을 해보았다. 시급 450원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그 450원에 포함되지 않는 기관부담금을 11% 정도 된다고 가정하여 시급인상 단가를 500원으로 책정해서 단순하게 계산해 보았다. 


90명 * 500/시급인상분 * 8시간(1일) * 26일(1달) * 12개월 = 11232만원


청소노동자 인원은 90명이고, 하루 8시간, 한달에 일요일만 쉰다고 가정하여 계산을 넉넉히 해보아도, 연간 늘어나는 비용은 1억원을 조금 넘기는 비용이다. 한 달로 치면 월 1천만원 가량이다. 대가대 당국은 이 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활한 캠퍼스를 청소하는 월 추가 비용 1천만원도 안되는 돈이 없다는 주장으로도 들린다. 어찌보면 대학에서 소요되는 전기값 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참고로 대가대의 경우는 모르지만, 서울대의 1년 전기료는 100억원이 넘는다.  


90명이 2회 청소로 3회같은 효과를 내야만 하는 캠퍼스를 둘러보겠다. 대가대는 1개의 본교캠퍼스(효성캠퍼스)와 소규모의 3개 캠퍼스(유스티노, 루가, 감삼동 캠퍼스)가 있지만, 상황은 모르니까 4개 캠퍼스 전역이 아니라 본교캠퍼스에서만 일한다고 가정해도 인원이 줄었을 때 청소의 노동강도가 어떨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대가대 본교(효성) 캠퍼스 전경. 건물만 60개가 넘는 넓은 캠퍼스이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효성 캠퍼스맵의 A에 13개, B에 8개, C에 13개, D에 19개, E에 13개의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총 66개의 건물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계산의 문제를 넘어선다. 한 눈으로 보아도 90명의 청소노동자가 근무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인력이란 걸 알 수 있다. 캠퍼스가 아주 넓어보인다. 


시급 450원 올리면 그리스도교다운가?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청소용역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대략적으로 우리나라에 600만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을 최저가의 저렴한 비용이나 자원으로만 바라보려는 방식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다. 혹시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도 그런 습성에 젖어있는 건 아닐까. 그저 남들이 하는 걸, 이 세상이 하는 방식대로, 끊임없이 최저가 상품이라고 우겨대는 마트식 강박증에 쇄뇌된 사람처럼, 익숙한 태도로 다른 인간을 최저가로 대접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450원의 문제가 아니다. 비용동결을 풀어서 450원 인상을 인정해달라는 주장 이상의 무엇인가가 없다면 그것은 가톨릭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대가대의 한 해 학사과정 입학정원은 3천명이다. 학부생은 총 1만 2천명이 된다는 뜻이다. 

공시된 연간 등록금으로 따져보면 연간 등록금 수입만 대햑 800억원이다 .  


대가대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주님으로 모시고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대학이란 방식으로 펼쳐나가는 곳이다. '가톨릭'이란 이름이 붙었을 때, 대가대는 그런 약속을 하느님께 바쳤고, 그것은 곧 예수의 삶과 죽음을 본받아 온 몸으로 살고 죽을 것이라고 약속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예수님은 서럽고 슬픈 사람들, 참혹한 고통으로 한이 맺힌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다. 그들에게 다가가고 마주했으며, 옆자리에 앉힌 분이시다. 대가대의 캠퍼스에서도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이 모든 면에서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예수를 믿는 이들의 정신이 누룩처럼 퍼져나가서 그것을 보고 경험한 학생들이 또 세상으로 파견되어 많은 치유와 해방의 기적을 펼칠 수 있는 출발의 기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 광고 이미지. 여느 일반종합대학과 다를 바 없는 순위경쟁에 매몰되어 있다. 


그런 식으로 세상의 변화가 가톨릭에서 출발한다면, 입학 정원을 못 채우는 가톨릭대학들의 신학부에는 예비사제들로 넘쳐날 것이며, 그로 인해 작은 희망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유럽이나 북미대륙처럼 성당이나 수도원이 레스토랑이나 호텔로 바뀌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듣고 배우는 게 아니고 보고 배우는 게 세상 이치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훈계를 면종복배하는 이들이 아니고, 그저 그럴싸한 텍스트 안에 예수님의 말씀을 가둬놓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러므로 '가톨릭' 이름의 교육 단체들이 사람을 최저가로 대하는 것을 보는 아이들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그런 세상에서 그리스도는 죽어있을 지도 모른다. 


전국 17개 교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바꿔라


언젠가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덕진이란 분은 한 강의에서 이런 상상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전국 17개 모든 교구에서 종사하는 비정규직, 파견근로직, 계약직 등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다면 세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하는 것 말이다. 만일 교구장 주교들이 그런 단체 성명서를 냈다고 가정해보면, 그것은 우리나라 모든 일간지의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도 남을 일이다. 조중동같은 언론들은 전경련 등과 같은 이들의 우려섞인 성명서와 같은 입장의 우려를 쏟아낼 지도 모를 일이고, 어쩌면 후원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느님을 위해 좋은 일에 써야 하는 돈을 엉뚱하게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그러한 행위는 세상을 파격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그리스도적인 게 아닐까? 그래서 한국 가톨릭의 변화는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킨다. 그것이야말로 복음의 정신이 아닐까? 대가대는 사립종합대학이다. 행여나 대가대의 단과대학으로 존재하는 신학대학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학교 전체가 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전교생 100명 내외의 신학생만으로 운영하는 초미니 가톨릭대학교들(대전, 수원, 광주)은 존립의 위기를 걱정해야 할 미래가 더 빨리 앞당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초미니 입학정원을 못채우는 조짐들이 그 증거이지 않을까.  

 


대구가톨릭대학교의 교육이념 이미지를 홈페이지에서 따왔다.



대가대는 그들의 교육이념처럼 창조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정의와 평화가 지배하는 조화의 세계를 이루는 교육, 즉 구원과 구원의 확신에 이르는 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성장하길 염원한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정치와 경제와 대학의 운영이나 그런 모든 것들은 대가대의 교육이념처럼 하느님 구원사업의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정직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함께 형제애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우리의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회개와 고통으로 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끝)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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