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관동대와 명지대는 모두 학교법인 명지학원 소속으로 같은 심볼을 사용하고 있었다.
강원도 강릉에 소재한 관동대학교가 가톨릭 관동대로 교명을 바꾸고 9월 1일 개교식을 열었습니다. 강원도에 소재한 가톨릭 원주교구도 아니고, 관동대가 자리한 강릉에서 영동고속도로의 맞은편 끝단 쯤에 자리한 가톨릭 인천교구의 인천가톨릭 학원이 이 대학을 인수한 것이 그 사연의 시작입니다.
무엇보다도 인천가톨릭학원의 관동대학에 대한 관심은 관동대 의대의 인수에 대한 관심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천교구에는 국제성모병원이 있는데, 관동대를 인수하면서 국제성모병원은 대학병원으로 탈바꿈하고, 관동대 의대 부속병원으로 변신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것이지요.
흥미로운 사실은 대학을 사고 파는 데 있어서 종교적 관점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관동대는 가장 유능한 집단이랄 수 있는 의과대학이 퇴출 직전에 몰려있다는 절박함이 가장 중요했고, 인천가톨릭학원은 대학병원을 설립하고 싶은 동기가 중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1954년 출발한 60년 전통의 개신교 계열의 관동대학이 그 종교적 이념을 바꾸는 것은 대학을 인수인계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었을까 추정됩니다.
관동대학교는 개신교 계열인 학교법인 명지학원에 소속된 대학이었습니다. 명지학원은 명지대학교, 관동대학교, 명지전문대학 등을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입니다. 현재 명지학원의 이사장은 연세대 총장(1992~1996년)과 명지대총장(1997~2000), 국민의 정부 시절 교육부장관(2000년)을 역임한 송자 박사님(1936년 대전 출생)이 2008년부터 맡고 계신답니다. 한 때 송자 전 교육부 장관에 대해서 '교육개혁 선구자'라는 별칭이 따라 붙기도 했습니다. 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송자 명지학원 이사장님은 1990년대 공교육 개혁의 희망으로 등장했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사교육의 지도자로 옷을 갈아입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습지 눈높이로 유명한 사교육 업체 '대교'에서 오랫동안 사장(회장) 등을 역임한 게 그 예입니다.
한가지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명지학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 2대 이사장이 노기남(盧基南) 바오로 대주교였다는 사실입니다. 1952년 6월부터 1956년 1월까지의 일인데, 그 이유는 필자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해방 이후 곧 벌어진 6.25 사변과 그 이후의 어수선한 국내 정세 속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지녔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추정해봅니다. (1952년 6월에는 부산이 임시수도였습니다) 아무튼 노기남 대주교는 1902년생으로 1930년 사제가 되었고, 1942년 12월 20일 한국인 최초의 주교가 되신 분입니다. 1962년 대주교가 되었고, 1984년 선종하셨다고 합니다. 노기남 대주교에 대해서는 한국인 최초의 주교이며, 반공정책에 크게 기여한 분이라는 역사적 평가 한편에는 친일 논란도 따라붙습니다.
명지학원은 관동대 양여 이전에도, 경기도 의왕시에서 2004년 개교한 명지외고를 2008년 7월 학습지 전문기업 대교에 넘긴 적이 있습니다. (주)대교는 명지학원에서 인수한 명지외고의 학교법인 명칭으로 '봉암학원'으로 하였는데, 그 이사 중에 송자 현 명지학원 이사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시 이사에는 송자 외에 윤종천 (주)대교홀딩스 대표,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한준상 연세대 교수 등이 선임된 바 있습니다. 또한 송자 명지학원 이사장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주)대교의 회장으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명지외고는 2009년 명칭을 경기외국어고등학교로 바꿨습니다.
사실상 명지학원은 명지외고를 매각하던 2008년 전후에 상당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른바 '부실사학'이라는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2007년 10월 명지건설 매각, 2008년 7월 명지외고(170억원), 2009년 6월 명지병원(187억) 등으로 건실한 자산들을 팔아치웠던 겁니다.
그 시절에 명지학원 설립자 유상근 전 국토통일원 장관의 아들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1992~2008.2)은 사학비리 사상 최대규모인 170억원의 비자금 로비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경향신문 2011년 5월 5일자 보도 등을 참고하세요.
구속된 유영구 전 명지학원 이사장, 학교 돈 2500억 빼돌려 경향신문 2011-5-5자 보도
기독교대학인 명지대학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개신교 인터넷 매체 코람데오닷컴 2011-5-3자 보도
사학비리 유영구 전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징역7년 확정 아시아경제 2012-7-31
<참고기사>
명지학원 유영규 이사장, 능력있는 학자 모시기 화제 주간동아 2002-2-14 보도
아무튼, 가톨릭 인천교구 인천가톨릭학원은 올해 2014년 4월 학교법인 명지학원과 관동대를 양여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천 교구는 관동대 강릉캠퍼스와 양양캠퍼스를 포함한 대학 전체를 무상증여 받고, 교육부에 관련 인가 등의 절차를 밟아왔으며 지난 7월 1일자로 "교육부가 명지학원이 소유한 관동대를 인수하는 법률적, 행정적 절차를 승인했으며, 국제성모병원을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승인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천 가톨릭학원의 관동대 인수를 가장 반기는 이들 중에는 관동대 의대 구성원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관동대 의대는 그동안 의대신설의 부대조건(부속병원 설립 등)을 이행하지 못해서 당초 50명 의대정원이 34명까지 주는 등 정원감축 패널티를 받아왔으며, 폐과 위기에까지 몰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인천 가톨릭학원은 관동대 전체를 인수하려는 생각이 없었고, 관동 의대만을 인수하려는 생각이었지만, 교육부의 제안으로 관동대 전체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천가톨릭학원의 강릉 관동대 인수확정은 아래 연결된 가톨릭 신문 2014-7-13자 신문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인천가톨릭학원의 강릉 관동대 인수확정 가톨릭신문 2014-7-13
인천가톨릭학원 관동대 인수, 국제성모병원 관동대 의대 부속병원으로 경향신문 2014-7-1자
관동대 - 가톨릭관동대로 개명, 1일 개교식 | 연합뉴스 2014-8-28
기타 관련기사
관동대, 천주교인천교구에 500여억원에 매각된다. 의계신문 Med World 2014-4-11자
교육부, 인천가톨릭학원 관동대 인수 승인. Doctor's News 2014-7-1자
이 글은 하부내포 성지 공식 Daum 카페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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