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일 성균관대 학생들이 서울 종로의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빈 강의실을 빌려 행사를 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학교 측에서 빌려주지 않은 것입니다. 당시 학생들은 세월호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지려고 한 것인데, 학교측이 이를 막았습니다. 925일자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924일 행정실을 찾아간 학생대표가 항의서한을 낭독한 뒤 이를 제출하였으나 학교측 관계자는 그 항의서한의 접수도 거부했다는 겁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활동은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합니다. 


한겨레 2014-9-25. 성균관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는 정치행사" 불허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것은 세월호의 참사가 어느새 정치적인 성격으로 규정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자 부산시장인 핵심 관계자가 국제적 영화제의 위상추락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를 들어 다큐멘타리 영화 <다이빙 벨>의 상영에 대해 내압이자 외압을 했다는 보도가 오늘자 언론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세월호 참사' 이슈를 둘러싸고 다른 현장인 서울의 한 대학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요한의 세상노트 2014-9-25 관변영화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부산국제영화제

 

한편 성균관대 세월호 유가족 국민간담회 기획단의 신민주(20, 유학동양학과) 학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학생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학생들은 오히려 정치적 사안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 교육적 측면에서 어긋난 처사로 본다고 비판하였답니다. 게다가 이번 국민간담회는 22일 이화여대, 23일 서울대, 24일 건국대 등에서 이미 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균관대가 불허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세계적 기업인 삼성의 재단이 소유한 이름만 조선정부가 세운 국립 대학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대학, 아니 '삼성성균관'대학이기 때문일까요? 

 

한편 26일 간담회 연사로 나설 예정이었던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정치적 이유로 그렇게 결정한 것은 협소한 판단이라며 당파나 정략적인 문제를 떠나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자 진행되는 행사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군색한 변명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학교측에서 강의실 대여를 불허한다'는 표현에서 학교측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곳은 강의실을 빌려주는 일선 행정부서나 홍보부서가 될 것이며, 일종의 총알받이이거나 1차 저지선의 전위대는 해당 부서의 부서장이 될 것입니다. 결국 대학의 중하급 관리자에 불과한 직원부서장의 입에서 얼마나 개인의 소신과 철학이 담긴 의지있는 표현이 가능하겠습니까? 그저 상급관리자와 최상급 재단관리자의 입장에 빙의하여 최소한의 표현문장을 구상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표현된 성균관대 홍보팀 관계자의 표현이 이렇습니다. 강의 이외 내용으로 강의실 사용은 불허한다는 원칙이 있다”, 해당 건만 불허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다른 행사도 비슷한 이유로 제한됐다.”


그리고 이후의 사용가능성에 대해서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은 아직 상급과 최상급 (재단) 관리자에게 물어보지 못했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차피 해당 발언을 하는 최전방의 담당자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는 없는 형편인 것 같습니다. 그 표현이 바로 '정해진 게 없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그건 아직 물어보지 않았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수들로 구성된 대학의 상급보직자(상급관리자)들도 사실 현 상황에 대해서 최종적 결정권한이 있을지 필자로서는 판단이 안 섭니다. 그리고 대학의 총장과 재단의 최상급 관리자들이 이번 상황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서판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1996년 삼성재단으로 넘어가면서 성균관대는 기업가적 마인드가 전 대학에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는 비교적 법과대학이 강했고, 인문대학도 나름 전통을 이어가는 대학이었는데, 삼성 성균관대학이 된 이후 의과대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공과대학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재단이 들어온 5년 후인 2001년에는 <Over the SKY!>라는 슬로건을 성균관대 총학생회가 내놓기도 했답니다(여기서 SKY는 서울대와 연고대를 뜻). 참고로 울산과기대는 2009년 3월 개교하면서 <Over the MIT>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Over해야 할 일이 많은 나라입니다. 

 

아무튼 앞으로 세월호 유가족 국민간담회를 추진한 성균관대의 학생단체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향후 대책을 전개해나가는 지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현 상황이 진전과 반전의 쌍곡선 속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불허방침에 따라 캠퍼스 정문 앞에서라도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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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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