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광역시장, 새누리당


부산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 상영예정작에 대한 상영반대를 밝히면서 국제영화제의 위상이 국제적이지 못한 처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최근 서병수 부산시장(62)은 상영예정 다큐멘타리인 <다이빙 벨>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그것입니다. 

 

<다이빙벨>MBC 해직기자로 Go발뉴스 웹사이트를 운영중인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감독이 공동연출한 다큐멘타리입니다. 이상호 기자는 세월호 참사현장인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을 생중계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이번 다큐멘타리는 세월호 참사 구조과정의 난맥상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의 상영반대 입장을 밝힌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입니다. 그래서 '조직위원장'이란 자리의 영향력으로 본다면 일종의 '내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병수는 무엇보다도 부산광역시장이기 때문에 그의 입김은 절대적인 내압이자 외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영화제 예산 총 1235천만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605천만원이 부산시에서 출연한 예산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상 전례가 없는 작품 상영의 취소를 요구한 상황에 대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시장의 뜻이 그러하니 해당 영화에 대해서 부산시 관련 부서들이 상영자제를 부탁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용관은 "부산시가 이런 식으로 나올지는 몰랐다"라는 발언을 보도하는 인터넷 언론도 있더군요. 그러면서 권위있는 영화제일수도록 더더욱 그런 일(상영작 취소)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병수 부산시장의 발언은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상영되지만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는 작품에 대한 관심도를 매우 높인 결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에 딱 걸맞는 한가지 사례가 2008년 7월에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당시에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각 군에 '장병의 정신전력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는 금서목록'에 대한 공문을 내립니다. 금서에는 북한찬양 11종, 반정부와 반미 10종, 반자본주의 2종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장하준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은 반정부.반미도서 10종 중 하나로 발표되면서 오히려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발행된 이 책은 금서목록으로 간택되는 영광을 얻으면서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면서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이 올랐습니다. 국방부가 출판계에 특수를 형성해준 것은 물론이요, 금서지정 덕분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이후 출판하는 책들도 프리미엄을 얻게 됩니다.

(참고. 국방부 금서 <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 장하준 교수. 이코노믹리뷰 2008-8-28)


이를 두고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라고 부릅니다. 어떤 정보를 감추려 하거나 삭제하려다가 오히려 그 정보가 비의도적으로 더 공공연히 확산되는 인터넷 현상을 말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가수이며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가 2003년 사진가의 해변가 전경에 실린 사진에 포함된 자신의 저택 모습을 '사생활침해'를 이유로 사진에서 지워달라고 5천만 달러 소송을 냈다가 오히려 42만명의 네티즌이 관련 웹사이트를 방문하면서 긁어부스럼이 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위키백과 '스트라이샌드 효과' 링크


어찌보면 세계적 영화제로 성장하는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부산시장 서병수 씨의 발언이 갖는 의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다지 '국제적이지 못한'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영화제일 수도 있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알지도 못했던 다큐멘타리 영화 <다이빙 벨>의 존재감을  『나쁜 사마리아인』의 사례처럼 최소한 10배 이상 뻥튀기해주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다른 한가지 재미있는 비유를 추정해봅니다. 

 

서병수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자 부산광역시장은 상영취소의 요구에 해당될 수 있는 발언인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부산시 고위관계자도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을 상영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을 낳고 여론을 분열시킬 수 있어 상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서 시장의 뜻이자 부산시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영화제에 대한) 압력행사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전 국정원장 원세훈 씨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선고의 취지인 정치관여는 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원세훈 씨에 대한 무죄취지의 판결에 대해서 당시 다양한 패러디가 인터넷을 달구었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발언, ‘축구를 하다가 상대선수의 귀를 깨물었지만 반칙은 아니다.’, ‘돈봉투와 접대를 받았지만 비리를 저지른 것 아니다.’ 심지어는 흉기로 위협해서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지만 협박과 성관계는 별개였고, 성관계 중 계속 사랑해라고 속삭였으므로 강간은 아니다.’ 등입니다. 

 

그러니까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압력행사는 없다와 위의 패러디 문구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 되겠습니다. 


관련기사. Go발뉴스 2014-9-25  서병수, <다이빙벨> 상영반대... 영화계 "평가는 관객 몫"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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