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의 귀한 53명의 목숨 앗아간 '봉황새 작전'
1982년 2월 5일, 제주 한라산의 수송기 추락사고
지난 2014년 9월 2일 밤 10시 30분경 충북 증평의 한 특전부대에서 '포로를 가정한' 극기훈련을 하던 두 명의 젊은이(23세, 21세)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실제 목숨을 건 위험한 훈련과정이 처음 도입된 상황이었음에도 이에 대한 훈련 유경험자도 전무하고, 사망사건에 대한 예측조차 없이 '무대뽀'로 벌어진 사건이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시설과 국민의 세금을 통해 훈련을 받고 최정예 요원으로 거듭나야 했을 젊은 군인들의 목숨이 어이없는 안전불감증으로 세상과 하직한 것입니다.
1943년 처음 등장한 미군 수송기 C123. 1973년 국내 도입해 1994년까지 활용된 공군의 주력 수송기였다.
그런데 특전사에는 이보다 더 어이없는 사망사건이 32년전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1982년 2월 5일에 제주도 한라산의 1,060m 고지 계곡에서 수송비행기(C123) 한대가 추락하면서 그곳에 탑승한 53명의 군인 모든 분들이 생을 마감당하신 사건이었습니다.
이 참사는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고인이 되신 장병 46명보다 7명이나 더 많은 숫자이지만, 전두환의 철권 통치 시절인 1982년의 살벌한 보도통제로 인해 진실이 왜곡된 채로 망각 속에 파묻혔던 것입니다. 당시 국방부는 유족들에게 '대침투훈련 중' 사망했다고 통지하였답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의 은폐와 비밀주의로 숨겨진 진실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것은 사건 발생 7년 후인 1989년이었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수송기는 당시 제주국제공항 준공식 등에 참석하려고 제주도를 방문하는 대통령 전 씨를 경호하기 위해 특전사 요원들을 태우고 미리 출발한 항공기였습니다. 그러나 심한 눈보라와 짙은 안개로 시계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무리한 비행을 한 끝에 만들어진 인재(人災)였습니다. 국가안보의 최선봉에 선 특전사가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실시한 대침투훈련을 쯤은 '무리하게' 추진하다 생긴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사고 부근인 한라산 관음사에는 특전사 충혼비와 충혼비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안내문에 적힌 내용과 충혼비에 적힌 특전사의 신념(안되면 되게 하라)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안내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982년 작전 임무 수행중 항공기 추락사고로 한라산 중턱에서 순직한 국군장병 53명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특전사 장병들이 뜻을 모아 이곳에 충혼비를 세웠습니다.
누구나 여기 오시거든 발걸음을 멈추시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장렬히 산화한 젊은 영혼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해 주시고 나아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 깊이 되새기는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조국의 평화와 국가안녕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국가장병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특전사 충본비에서 뜻깊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십시요.
그리고 충혼비에는 그들의 신조 '안되면 되게하라'는 문장이 세로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특수전사령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신조의 전체문장은 '안되면 되게 하라! 사나이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입니다. 안되면 되게하다가 단 한번 뿐인 목숨이 파리목숨이 되어버린 53명의 군인(특전사 47명, 공군 6명) 중 특전사 군인들은 그 당시 1인당 1억원 이상의 훈련비가 들어갔다는 말도 있습니다. 수송기를 조종하던 공군 비행사도 대단한 훈련비가 들어가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사람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은 어리석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한다면, 무려 53억원 이상의 훈련비용을 투자한 최정예요원들이었던 셈입니다. 사고가 나던 1982년에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겼습니다. 그 당시 최고연봉자는 OB베어스의 간판투수 박철순이었고 그가 2,400만원을 받았습니다. 서울 아파트 한채 가격이 1,200만원하던 시절이었고, 과장급 중견사원 월급이 약 50만원 가량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소주 200원, 자장면 500원, 라면 100원, 버스비 100원 등) 오늘날도 따지만 10배 이상, 20배 이상으로 계산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엄청난 액수의 국민의 세금을 투자하여 훈련시킨 최영예 특전사 요원들은 요즘의 프로스포츠 선수들처럼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는 귀한 신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들이 귀한 이유는 당시 국방부가 발표한 '사망'의 이유였던 '대침투' 훈련을 통해 실제 전쟁에서 아무도 감히 접근하기 어려운 적의 진영 깊숙히 침투시키려는 미션 임파서블의 임무가 그들에게 부과되었던 것입니다.
[영화 포스터 이미지] 2011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4탄) 고스트 프로토콜>(왼쪽). 특히 2014년 개봉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같은 시간대를 반복하는 타임 루프에 갇혀서 동일한 전투장면을 반복학습하여 최정예전투병으로 거듭한 톰크루즈(빌케이지 역)가 우주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만화같은 이야기입니다.
1982년 서울발 제주행 군 수송기 C123에 탑승(공군 6명을 제외하고 특전사 47명 탑승)한 특전사 군인들이 당시 1인당 1억원 이상의 훈련비를 투자해서 재탄생한 초특급의 전사들이었다면, 그들의 실제 전투능력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 에단 헌트와 같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이없는 사고로 일당 백, 일당 천을 소화하는 최고 전문가 수십명을 한 꺼번에 잃어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의 죽음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답니다. 비행기 잔해와 한데 섞이고 갈가리 찢어지고 불에 탄 시신들은 군인들에 의해서 수습되었고 보안은 엄격하게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언론보도는 사고날짜, 장소 경위 등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
1982년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특전사 분들은 진정 조국의 평화와 국가의 안녕을 위한 충성을 다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 영혼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영혼의 위안을 위해서 그분들의 숭고한 삶이 허무하게 마감된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은 이 분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숙제는 아닐까 생각됩니다.
고 리영희(1929~2010) 선생님
언론인 故 리영희 선생님은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진실이다. 진실에 입각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애국은 거부한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링크
경향신문 2014-9-28 '아침을 열며'(김광호 정치부장)의 칼럼인 <친절한 근혜씨>
한겨레 2014-9-4 특전사 싸나이도 한번 죽는다
제주일보 2014-2-6 "처참한 비행기 잔해... 내 아들 살점 같아요"
제주의 소리 2012-2-7 특전사 53명 목숨 앗아간 작전명 '봉황새' 작전
제주의 소리 2012-2-7 비행기가 뜰 날씨가 아니었어, 정말 처참했지
오마이뉴스 2007-3-16 전두환, 하루만에 '조종사 착각' 규정. 인명은 재천...
오마이뉴스 2007-3-13 전두환 경호 가다 몰사당한 53명 극비 붙여진 끔찍한 진실
'세상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카펫 위의 흰 동그라미에 대한 기억 (0) | 2014.10.02 |
---|---|
약자들의 구원자-치유자-해방자 함세웅 신부님 (0) | 2014.10.01 |
역사에 '세월호 정권'으로 기록되고 싶지 않다면 정부가 앞장서야 (0) | 2014.09.26 |
관변영화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부산국제영화제’ (0) | 2014.09.25 |
국정교과서 과목확대로 ‘거꾸로 정책’, ‘유신 회귀적 행정’ 비난받는 교육부 (0) | 2014.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