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카펫 위의 흰 동그라미 에 대한 기억
'붉은 카펫 위의 흰 동그라미에 대한 기억'은 2014년 10월 2일자 경향신문 29면(오피니언)에 실린 작가 '박범신의 논산일기'에 실린 글의 제목입니다. 박범신 선생님은 작가다우신 필치로 이 땅에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지난 60~70년대의 '불안과 피로에 쩐' 자신의 젊은 시절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밝히고 계십니다.
박범신 선생님은 1946년생이십니다. 충남 논생에서 태어나셨는데 A일보사 입사시험을 보시던 시절의 이야기이니, 70년대 초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글의 내용에서 정의된 단어들은 1970년대를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40년이 지난 2014년에도 '최근에 부쩍 더 현재진행형으로 그 날의 삽화가 생각난다'는 칼럼의 맺음말처럼 잔잔한 울림이 있는 글이기에 이 지면에 소개합니다.
경향신문 2014-10-2(목) 29면(오피니언) 박범신의 논산일기
이 글에서 쓰여지는 단어의 정의들은 '요한의 세상노트'에서 필자 마음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물론 칼럼을 쓰신 박범신 작가선생님의 의중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1. 붉은 카펫. 언론사 사장실에 깔려있는 화려하고 흔치 않은 것인데, 사장실의 권위를 한층 더 높이는 '권위'와 '위압'적인 분위기를 상징하는 단어이다.
2. 흰 동그라미 언론사 면접준비생이 사장실에 입장하여 서있는 최종 목적지이다. 정확히 흰색 원 안에 서야하는 것이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세상의 엄혹함과 숨막히는 경쟁의 틀과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설명해주는 상징적 단어이다.
3. 사장의 책상. 흰 동그라미에서 바라보면 6~7계단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고개를 올려서 쳐다봐야할 것 같지만, 면접생을 비롯하여 소속 직원들도 낮은 곳에 서서 높은 곳의 사장에게 차렷 자세를 절을 하고 허락을 구한 뒤에나 접근할 수 있는 금지된 구역이다. 역시 권위의 상징이다.
4. 시골청년(60~70년대). 취업을 위해 밤기차로 서울에 상경하여 "잘살아보세"란 새마을 노래를 들으면서, 싸구려 토스트 한조각만을 사먹으며, 어떡하든 서울특별시에서 삶의 끈을 비끄러매보자고 다짐하는 이들이다.
5. 특별시의 삶. 오히려 동그라미에 들어가려고 바둥거리면서, 피에로를 연기하며 마임의 한토막을 연기하는 삶을 반복한다.
6. 치욕감(60~70년대). 자기 존재를 강하게 만드는 데 사용되며, 높은 자리에서 내려보는 사장의 시선에 담긴 혐오와 연민을 동시에 느끼지만, 치욕감을 열망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7. 정체성. 이것이 확고하면 자신의 길을 찾아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강해진 사람이 된다. 치욕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방패이며 명령으로부터 빠져나와 나를 드러내는 '존재의 나팔소리'일 수 있다.
8.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인간의 살갗을 벗기고 피를 졸이는 것이다. 먹고살만한 이들도 벼랑 끝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고 한없이 쓸쓸하다.
'세상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뢰상실의 길 위를 걷고 있는 다음카카오 (0) | 2014.10.13 |
---|---|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제 각각이다 (0) | 2014.10.08 |
약자들의 구원자-치유자-해방자 함세웅 신부님 (0) | 2014.10.01 |
특전사 53명의 귀중한 목숨 앗아간 봉황새 작전을 아시나요 [19820205] (0) | 2014.09.29 |
역사에 '세월호 정권'으로 기록되고 싶지 않다면 정부가 앞장서야 (0) | 2014.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