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상실의 길 위를 걷고 있는 다음카카오


안일한 대응이 더 큰 화를 불러

거대IT업체로 몸집을 불린 합병기업 ‘다음카카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정부에서 찾아온 손님이었던 '악재'를 잘 다루지 못하는 '덩치값'에 못미치는 안이한 대처로 '악재'는 '화'를 불러왔고 잇달아 '분노'와 '공분'이 다음카카오를 찾아온 모습입니다. 


다음카카오가 환영하고 정성스럽게 맞이해야 할 손님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들입니다. 왜냐하면 카카오톡(카톡)의 일 평균 이용자수는 약 2700만명에 가깝고,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국내 점유율이 95%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국민 메신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들이 '카톡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정부로부터 비롯된 '악재'가 워낙 커보였는지, 아니면 일종의 착시현상에 가린 탓인지 평범한 국민들의 심성에 거대한 파도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현재 카톡 가입자가 끊임없이 이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탈한 이들은 거리를 흩어진 게 아닙니다. 한가지 뚜렷한 대안을 갖고 이탈한 것입니다. 그 기회를 네이버가 주력하는 모바일메신저 '라인'이 혜택을 본 것이 아닙니다. 대체 모바일 메신저로 급부상한 것은 러시아 형제의 독일산 모바일메신저 ‘텔레그램’입니다. 


이른바 텔레그램이 '사이버망명지'가 된 것입니다. 결국 10월 1일자 합병으로 탄생한 ‘다음카카오'는 그 존재적 상승 효과는 홀딱 없어지고, 멸종 위기에 닥친 공룡의 꼴로 바뀔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버린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모바일메신저 계의 대마(大馬)인 다음카카오가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면 망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안이한 상황 판단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 아닐까


다음카카오의 2014년 10월 13일 장마감 기준 주가는 128,400원입니다. 전일(139,200원)보다 무려 10,800원(-7.76%)이 더 빠졌습니다. 이는 공식합병일인 10월 1일의 주가 166,500원에 비하면 보름도 못되어 23%(38,100원) 급락한 수치입니다.  이같은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감시 논란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시의 요구자였던 검찰의 요청에 응하는 기업의 대응자세와 이후 국민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카카오톡에 대한 검찰의 사찰논란은 다음과 같은 연대기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 2014년 가을. 카톡 사찰 논란일지
    09-16(화) 박근혜 대통령, "사이버상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09-18(목) 대검.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경철청, 포털업체와 대책회의
    09-25(목) 검찰, '사이버허위사실 유포 전담팀' 발족
    10-01(수)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 "경찰이 한달치 대화내용 등 압수수색했다"
    10-02(목) 다음카카오 "정보제공한 적 없다"고 발언
    10-07(화) 한양대 김인성 교수, 국정원 카카오 상대로 실시간 감청증거 제시
    10-08(수) 다음카카오, 공식 사과 및 감청영장 발부건수 공개


현재 외국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입자가 일주일만에 150만명을 넘어섰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텔레그램으로 갈아탈 전망입니다. 반면 다음카카오는 현재 ‘신뢰를 잃어가는 길’ 위에 서있습니다. '신뢰를 잃은 길'이 아니라, '잃어가는 도중의 길'일 것입니다. 사실 어찌보면 그것은 정부에서 활짝 열어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는 이른바 ‘신뢰상실의 길‘ 위에서 다른 선택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깔아준 길이 매우 넓어서 올바른 목적지를 재설정하는 것이 빠르게 이뤄질 수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다음카카오는 합병 이후 달콤한 장밋빛의 허니문에 젖어, 사건이 점화되고 일주일이 훅 지나버린 10월 8일에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과 대응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화를 더욱 키웠고 재앙은 더욱 커졌습니다.  



검찰의 사찰 논란으로 시작된 다음카카오의 운명 


최근 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인터넷 공간에 대한 검열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기관 대책회의를 지난 9월 18일 개최한 바 있고, 이에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간부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월 13일(월)자 경향신문 3면(온라인공안시대)에 따르면 해당 회의에 참석한 포털사 관계사는 카카오톡 외에도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전략국장, 안전행정부 정보공유정책관,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진흥본부장 등이 유관기관 대표자로 참석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연결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단독]정부가 민간 포털 끌어들여 실시간 감시·삭제 후 게시자 처벌

경향신문 2014.10.13(월) 3면(온라인공안시대) 전면




10월 2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전날 열린 다음카카오 출범식 뒤 '검찰 대책회의에 카카오 간부가 참석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검찰이 오라는데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고 합니다. 참석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이어 "다음카카오는 어느나라에서건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서는 따른다는 방침"이라며 "국가기관이 법 집행을 할 때 국내 업체와 외국업체를 동등하게 대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그런데 다음카카오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과 다르게 논란의 중심이 된 까닭은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경찰이 '6.10 청와대 만민공동회' 등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를 주최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이용내역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힌 사실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카톡'으로 논란의 타깃이 집중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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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2014.10.1일(인터넷)  “검·경, 3000명 친구 등록된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 검열”

경향 2014.10.3일(인터넷)  정진우 “다음카카오, 지인 1명 대화만 제공하지 않았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카톡이 국민메신저'의 성격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국민가수, 국민여동생 등이 갖는 어감은 그 호칭이 국민의 기대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메신저라는 칭호에도 그런 기대감이 당연히 있기때문에 '국민메신저가 국민을 배신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이하고 경솔한 회사의 대응이 화를 키워


그런데 검찰의 인터넷 여런통제를 위한 상시검열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 등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졌고, 그 논란을 대표하는 자리에 국민대표메신저 카톡이 서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카톡은 자신들이 점유율 95%에 달하는 국민메신저의 소명을 잊은 것을 아닌가 하는 여론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DAUM 창업주 이재웅은 이 사건이 뜨거운 논란의 핵을 향해 출발하는 와중에 한차례 불을 지피는 대응을 했습니다. “정부 탓을 해야지, 카카오톡을 탓할 거면 이민가야 할 것”이라는 글이 그 사례입니다. 


카카오톡 검열 이슈가 한창 뜨거워지자 인터넷 상에서는 카톡에서 텔레그램으로 갈아타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시민운동가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가 이재웅과 SNS로 설전을 벌인 것입니다. 다음카카오톡의 경영과 무관한 이 씨가 괜한 훈수를 두었다가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꼴이 되어버린 겁니다. 다음은 대화 내용 중 일부입니다. 


  • 2014년 10월 3일. 오후 5시 하승창
    페이스북에 경찰의 다음카카오 검열 기사 공유하며, 다음과 같이 언급
    다음카카오 CEO의 인식도 ‘뭐 어쩔 수 없지 않냐’는 것이니까 카카오톡을 더더욱 사용해서는 안 될 것 같더군요.

  • 2014년 10월 4일. 오전 12시16분 이재웅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나요. 그러려면 그냥 이민 가셔야죠. 이건 구태죠. 

  • 2014년 10월 4일 오전 2시 19분 하승창
    표현의 자유 문제뿐 아니라 기업경영과 산업에도 영향을 주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까지 포함해서”라며 “사람들이 카톡을 쓰지 않겠다는 것도 그에 대한 대응의 한 형태기도 하죠. 카카오 CEO도 자기발언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신문 2014.10.8(수)
다음 창업주 이재웅 vs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 ‘카카오톡 감찰’ 놓고 설전


두 사람의 설전은 계속됐지만, 이재웅의 완패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음카카오는 8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사과의 진정성은 곧바로 의심당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카오톡 이용자 여러분들, 안녕..하셨나요?


오늘은 돌아보고, 사과드리고 또 향후 계획을 말씀드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제일 중요하다는 우리 이용자 정보 보호를 외치며 그저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법과 울타리만 잘 지키면 된다고, 할 수 있는 일 열심히 해왔다고 안주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다는 아닐 터인데.. 이것이 첫번째 드려야 할 사과입니다.

최근의 검열.. 영장.. 등등의 이슈들에 대해 진솔하게, 적절하게 말씀드리지 못해 많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이 공감하지 못할 저희만의 논리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두번째 드려야 할 사과입니다. 부끄럽고 아픕니다.


우리의 기반이고, 지지해주던 우리 편이라 생각했던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 같아 더 아픕니다. 그래도.. 만신창이 된 부심은 잠시 접어두고, 맞을 건 맞고, 카카오팀이 잘 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부터 “마음놓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의지를 보여드리고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생각에 공감합니다.


더 안전하고 튼튼한 연결을 최우선으로 하는 터전. 촌스럽지만 [외양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머리를 맞대고 실행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1. 당장에 메시지 서버 보관 주기를 확 줄이자= 10/8(수) 오늘 바로 적용

2. 서버에 아예 메시지를 남기지 말자= 수신 확인된 메시지는 서버에서 바로 지우는 = 친구끼리 연결된 상태에서는 아예 저장도 안하는

3. 서버고 폰이고 웬만한 건 다 암호화해버리자!! = 암호 풀 수 있는 열쇠는 대화쌍방만 가지게.. = 가장 안전한 비밀의 방으로

4. 서버와 폰에 꽤 강력한? 삭제 장치를 찾자 = 데이터 복구 힘들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등을 감쪽같이 서비스에 녹여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편을 겪거나, 급하다 하시던 다른 편의장치들이 다소 늦게 탑재될까 걱정도 됩니다.


이것이 세번째 드리게 될 사과입니다.

서비스 외에도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겠습니다. 지엄한 법의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부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찾고 듣겠습니다. 우리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양간을 방치하고 서비스 근간인 우리 편의 신뢰를 잃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안심하고 카톡 쓰는 그날을 기약하며..



그런데 사과문을 발표한 다음날인 10월 9일 다시 한번 대형 셀프 악재를 만듭니다. 다음카카오의 고문변호사 구태언이 가입자들을 향해 “비겁한 중생들”이란 비난글을 남겼다가 삭제한 것입니다. 그 글은 네티즌의 공분을 사면서 다음카카오로부터 비난글 작성 직후인 10일 계약해지를 당했지만, 그것은 뒷북에 불과한 조치였습니다.



구 씨는 10월 9일, 검열 논란이 한층 타오르던 때에 한 차례 더 기름을 붓는 행위를 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SNS에 "뭘 사과해야 하는 건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집행방해를 하라는 건지?"라며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네티즌의 공분이 확산되어가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는지 다음날인 10일에 구 씨는 압수수색에 거부하거나 협조해도 모두 망할 수 밖에 없다는 '한국에서 SNS를 하면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벤다이어그램을 올려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논란 속에서 다음카카오는 10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했지만 그것이 카톡을 향한 불신을 씻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10월 8일자로 발표한 다음카카오의 사과문과 배치되는 분위기를 변호사인 구씨가 전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과문의 진정성은 무덤에 묻히신 겁니다. 


한국어판 ‘텔레그램’의 등장은 ‘사이버망명’을 가속화시킬 수도


‘카카오톡 검열’ 논란 속에서 독일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지난 한 주동안 무려 150만명이 신규가입했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텔레그램’을 자신의 휴대폰에 설치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사이버망명’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불안감’ 때문입니다. 편안하고 사적인 대화들인 카톡의 내용을 수사기관이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의 확인에 따른 불안감인 것입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SNS ‘브콘닥테’를 설립한 개발자 파벨과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러시아 당국의 검열에 반발해서 독일에서 만든 비영리 메신저라고 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모든 개발자가 자유롭게 애플리케이션을 수정하고 개발할 수 있게끔 프로토콜과 API, 소스코드 등을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서버가 해외에 있고 모든 메시지는 암호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런 ‘우수한 보안’ 방식이 검열을 피하고 안전한 대화를 보장한다는 사실로 여겨지면서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우수한 보안 ‘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창조경제를 중요한 국정지표로 설정한 정부의 '사이버상의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이라는 정책이  가장 창조적인 IT기업이던 카카오에게 뜻밖의 운명을 던져주었다는 사실이 역설적입니다. 게다가 이미 위대한 성공신화를 일구었던 다음과 카카오가 더 큰 세상으로 도약하기 위한 큰 결단이었던 합병을 하면서 맞이한 이 큰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텔레그램이 최근 한국어 앱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사용자 맞이에 한창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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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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