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의 학교법인 숙명학원(이사장 이돈희)은 2014년 9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음악대학 작곡과 홍수연(57), 윤영숙(49), 교수에 대한 교원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징계위는 이사 2인과 숙명여대 교원 3인 등 총 5명으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규정에 따라 최장 90일(징계의결요구 접수 후 60일, 1차 30일 연장 가능) 이내에 진상을 조사하게 됩니다.
숙명여대는 2014년 가을학기를 시작하며 음악대학 작곡과의 교수-학생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간쓰레기', '연대, 이대 학생들보다 덜 떨어졌다', '너희 부모는 무책임하다'는 식의 모욕적 발언을 당했다는 등의 학생들의 주장은 등교거부와 출석거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곡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는 홍수연, 윤영숙 교수의 "불합리한 행동, 폭헌, 여성 비하 발언"등을 지적하며, 학교 당국에 파면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 2014년 9월 16일(화), 2명의 여교수는 음대 교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학생들의 단체행동에는 배후가 있고 음모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음대학장과 총장이 그 배후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두 교수의 해명성 기자회견에 대해서 학생들은 더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파면할 것을 학교 측에 강력히 요구한 것입니다. 그 연대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9월 01일 [학생비대위] 교내 대자보 게시 ... 공개퇴진 요구 및 온라인으로 사건 공론화
2014년 9월 16일 [2명의 교수] 기자회견 ... 음모설, 배후설 주장
2014년 9월 25일 [숙명학원] 이사회 개최 - 교원징계위원회 구성
현재까지 이렇게 3단 콤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징계위원회의 1차적 목표는 '진상조사'라고 합니다. 2014년 9월 25일(목) 이사회를 통해 구성이 되었다고 밝힌 징계위의 구성일을 이사회 당일로 추정하고, 위에 설명된 규정에 따라 예상한다면, 진상을 조사하는 데에만 최장 3달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까 2014년 가을학기를 홀라당 다 써버린다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 등교거부와 출석거부를 외치며 강경한 단체행동을 이끌던 비대위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 상황을 이겨낼지 걱정됩니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교원징계위원회는 진상조사를 위해 규정에 명시된 1차 연장기간까지 모두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그러면 2014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찾아옵니다. 그 때가 되면 학교는 이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끝낸 시점입니다. 캠퍼스에는 방학이 찾아옵니다. 내년에 대한 설레임도 생기고, 세상은 또 다른 수많은 일들로 떠들석할 것입니다.
지금 교수들의 만행을 규탄하며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숙명여대 학생들의 주장이 성공할 수 있는 힘은 1차적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연대하는 것, 특히 학생 연대가 중요합니다. 좁게는 음악대학이란 단과대학 내의 학생들이 연대하여 파워의 눈금을 충전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학교의 민주적 경영에 학생이 참여하는 취지의 선상에서 여러 학생단체들이 성명이나 단체행동으로 연대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가능한 일일 수 있습니다. 2차적으로는 전국에 소재한 음악대학의 학생들이 일정한 의사를 표현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3차적으로는 범음악인의 반성적 연대도 가능할 것 같지만, 2~3차는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예체능 대학들은 권위주의적이고 도제식 문화에 젖어 있습니다. 숙대 음대 작곡과가 아니더라도, 많은 대학들에서 도제식 상하관계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도제식 관계에서 자기 의견을 내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될테니까요.
게다가 숙명여대 작곡과의 사태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비슷한 경험을 겪어나가고 있는 다른 대학의 학생들의 시선을 매우 복잡하지만 끼어들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남의 집안일로 보는 건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이미 음악대학을 졸업한 음악인들 중에는 피해자의 경험을 살려서 무의식적 가해자로 변신한 경우도 있고, 그 상처를 되살리고 싶지 않아서 무뎌진 감성의 두껑을 더 꾹 닫아놓고 있으며 체념조로 "뭐 다 그런 건데 뭘 저렇게 유난을 떨까?"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숙명여대 음대 작곡과의 사태는 온라인에서도 그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숙대 음대 작곡과하면 "아! 거기, 교수들 막말 한 곳!"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과거사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그렇게 수많은 목숨이 생사를 달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세월호를 잊고 싶어하는 세상입니다.
2개월 최장 3개월이 지나서 숙명학원 이사회에서 구성한 징계위원회에서 '진상조사'를 끝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얼마나 식어버린 세상의 관심을 달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학생들의 시위도 예전같이 않을 수 있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연대하지 않는 동종 문화계 종사자들의 방관 속에서 숙명여대 작곡과 학생들을 모래처럼 흩어지거나 혼란의 섬에 갇혀버릴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가 현재 갇혀있는 '생떼유족이라는 오욕의 섬'에서 조롱을 당하는 현재의 상황이 숙명여대 작곡과 비대위 학생들에게도 몰아닥칠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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