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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3 인간의 삶은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계속된다

죽음은 새로운 삶으로 옮겨가는 것

인간의 삶은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계속된다


- 미국 L.A. Orange County, Korean Martyrs Catholic Center (한인순교자천주교회) -


방윤석 베르나르도

(방경석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형님 신부님)


아버님(방재희 필립보) 장례미사 @ 미국 LA


오늘 이 시간 저의 아버님의 시신을 모시고 비통한 분위기에서 장례미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죽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은 말이 없습니다. 사후의 세계가 어떻다고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자도 없습니다. 죽음은 영원한 것입니다. 죽음은 또한 이 세상에서 쌓아올린 부귀, 명예, 물질과 헤어지는 아픔을 동반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히 여겼던 모든 것과 맺었던 관계를 끊어야하는 고통이 따릅니다.


죽음은 아무도 저항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죽음은 아무도 저항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언제 다가올지 모르기에 죽음 앞에서 인간은 깊은 반성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저도 아버님이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을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전에도 위급 상황이 많이 있었던 터이라 이번에도 그러려니 생각했었습니다. 죽음은 무엇이고 과연 사람은 왜 죽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이런 <죽음>이란 문제를 놓고 많은 옛 성현, 철인들이 해답을 얻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 '죽음'을 해결해주신 분


그러나 아무도 해결치 못했습니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것 같아보였습니다. 그런데 단 한 분 이런 사람의 인생과 죽음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 주신 분이 계셨으니 그 분은 2.000년 전에 유대아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라고 일컫는 분이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인간의 삶은 죽음이란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과 같이 사람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계속된다는 것, 내세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셨으며 당신 자신이 그 세계에서 이 세상에 파견되어 왔음을 설교하시고 몸소 당신의 몸으로 우리에게 증명해 주셨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생명의 나라


그 세계는 현재 우리의 이승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즉 인생 칠팔십으로 끝나버리는 유한한 삶이 아니오, 영원하고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생명과 그 생명의 나라이며, 그 주인은 <하느님>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도 그분이 알려주신 방법대로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그 나라에 입국할 수 있음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이를 "복된 소리, 기쁜 소식"이라 하여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고 그 말씀을 생명을 주는 말씀이라 하여 글로 적은 것이 곧 성경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생명에 대해 몸소 자신을 부활시키심으로써 우리에게 증명해 주셨습니다.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주셨다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부활하시기 전에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셨습니다. 우리와 같이 배고픔과 목마름을 느끼시고 추위도 느끼셨으며 피땀이 흐르는 고민을 하셨으며 참을 수 없는 모욕도 당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시관으로 인해 몸에 상처가 나는 고통도 당하셨습니다. 


너희도 나처럼 될 것이라


결국 죽으시기까지 이렇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습니다. 그분은 완전히 죽으셨다가 완전하게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분의 새 생명은 이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였으며 문이 닫힌 곳으로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들어오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너희도 나처럼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들에게 죽음 후의 새로운 생명에 대해 말씀하셨다는 말입니다. 그분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아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실제로 죽었던 라자로를 살리셨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차례 죽은 사람을 살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며 나를 거치지 않고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의 나라를 가려면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야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여기 계신 저희 아버님께서도 이런 사정을 인정하고 굳게 믿으셨습니다. 열심하신 부모님에게서 태중 신앙을 물려받았습니다. 출생 후 즉시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는 세례를 받으셨으며, 견진성사로 신앙을 굳게 하시고 일생동안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초자연적인 양식을 계속 모셨습니다. 종부성사와 병자 영성체로 고통 중에서도 힘과 용기를 얻으셨으며 지난 월요일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 저의 아버님께서는 자녀들에게 가장 귀중한 유산을 물려주고 가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신앙입니다. 


8남매를 키우시며 기도의 모범 보여줘


어려서부터 저희 8남매를 키우시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과, 만과, 묵주신공을 바치심으로써 저희에게 기도의 모범이 되어주셨습니다. 순교자의 후손임을 자주 강조하셨습니다. 그런 신앙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저희는 5남 3매 중 두 아들이 대전교구 사제가 되었습니다. 동생 신부(방경석 알로이시오)는 제가 주임으로 있는 대전 정림동 성당에 빈소를 차리고 한국을 담당케 했고 저와 고모 수녀님과 형님만 서둘러 이곳에 왔습니다. 





지난 목요일 오후 3시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님과 총대리 김종수 주교님이 사제단과 제 동생 신부와 함께 많은 교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미사를 지냈습니다.


중학교 선생님이시던 아버님


저희 아버님께서는 중학교 선생님으로 계시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쳐 영세를 시키셨고, 밤마다 요일별로 자전거를 타고 동네마다 다니시면서 교리를 가르치셨습니다. 이처럼 전교에 모범을 보이신 분이었습니다. 이곳 미국에 오셔서도 노인분들을 상대로 전교활동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툥 사고난 후에도 불편하신 몸으로 한인경로당을 다니시면서 전교하시고 기력이 쇠진하셔서 거동을 못하실 때까지 전교에 힘쓰셨습니다. 제가 아버님만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또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기로 노력하셨습니다. 끝까지 세속의 세찬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신앙 생활하시다가 정말 장하게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가족들을 신앙인으로 만드시고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고 가셨습니다. 이런 신앙의 유훈을 저희 자녀들은 깊이깊이 새길 것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조객 여러분! 특히 신자아닌 여러분, 죽음이 죽음이 아니오, 새로운 삶으로 옮겨가는 것임을 여러분들도 깨달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에서 말하는 저나 여러분들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운명입니다. 죽음은 흥정이나 타협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싫어도, 괴로워도, 몸부림쳐도 죽어야 합니다. 오늘은 고인 차례지만 내일은 우리의 차례입니다. 대전 산내에 있는 천주교 대전교구 공원묘원 입구에 이런 비문이 있습니다.


오늘은 내 차례요, 내일은 네 차례다. 

나도 너와 같았으니 너도 나와 같으리라.


이왕이면 죽음 후의 새 생명을 여러분들도 하느님 안에서 영원토록 누리시기를 빕니다. 이제부터 저희가 챙겨야 할 것은 불사불멸하는 고인과 영원하신 하느님과의 관계입니다. 땅에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아버님의 영혼을 하느님께서 빨리 받아 주시도록 기도드리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즐겨하시는 제사인 미사 성제를 자주 지내야 합니다. 또 위령 기도를 많이 바쳐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교우분들이 합심하여 끊임없이 삼일 동안 열심히 위령 기도를 바쳐드린 것입니다. 연도바쳐주신 분들게 깊은 감사드립니다. 이것이 가신 분께 대한 마지막 최대의 효도요, 살아있는 유족들의 본분입니다. 저희도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조객 여러분께서는 고인을 위해 이 시간 열심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해 주시고 천주교 신자가 아닌 분들도 나름대로 경건하게 고인을 위해 명복을 빌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저의 아버님이 운명하신 후부터 지금까지 크게 배려해 주신 본당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상제례 봉사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또 앞으로 장지까지 가셔서 수고하실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천사들이여, 성인들이여, 저희 아버님을 위해 빌어주소서. 이 땅에서 살다가신 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바오로 정하상과 101위 동료 순교자들이여, 아버님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수호성인이신 사도 성 필립보여, 저희 아버님을 위해 빌어주소서. 방 필립보의 영혼과 세상을 떠난 모든 믿는 이들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로 평안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2009.4.3(금) 오전 10:00 장례미사 강론 @미국 LA

방윤석 베르나르도 대전 정림동성당 주임신부


방재희 필립보  1922.4.29~2009.3.30(미국시간). 향년 87세.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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