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볼트의 대륙

남아메리카의 발명자, 훔볼트의 남미 견문록

 

을유문화사(2014-05-20)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정가 16,000원짜리 책을 8,000원에 샀다. 거의 새책이다. 이 책은 부제의 표현대로 남미를 다녀온 독일(당시 프로이센)의 알렉산더 훔볼트의 여행기이다. 알렉산더는 빌헬름의 2살 아래 동생이다. 빌헬름 폰 훔볼트는 문과, 알렉산더는 이과였고, 각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이 둘을 합치면 독일의 세종대왕 급이다. 

 

책에 따르면 알렉산더는 1800년을 전후로 약 5년 간 남미 대륙을 여행했다. 즉 19세기에 등장한 훔볼트를 이 책은 <남아메리카의 발명자>라고 호명한다. 

 

그래서 잠깐 일람해보면, 서양인들의 침략으로 '아메리카'로 호명된 대륙의 원래 거주민들이 멸종의 길로 향하게 된 것은 1492년 이후의 일로 볼 수 있다. 1500년대, 즉 16세기에 이르러 스페인은 중남미와 이에 맞닿은 북미 남쪽 일부를 차지했고, 포르투갈은 남미 동쪽을 차지하여 <브라질>이라 이름붙였다. 16세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제국주의 시대였던 것이다. 1600년대, 즉 17세기에는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가 그 대륙의 침략자였다. 이들은 이전 세기인 16세기의 노략자들의 영향이 닿지 않는 북미 쪽으로 침략의 방향을 잡았고, 그 결과 일부 지역을 차지했다. 1700년대, 즉 18세기에는 다른 점령자들이 차지한다. 덴마크-노르웨이 제국과 러시아가 더 위쪽의 그린란드와 알래스카를 그들의 것으로 복속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훔볼트는 1769년생으로 30대 초반의 나이에 남미 여행을 갔다. 그런데 이를 두고 남미의 발명자라고 호칭하는 이유는 비로소 과학적 탐구를 목적으로 남미를 방문했기때문이다.  훔볼트는 스페인의 후원 속에서 남미탐사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활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자 후기에 따르면 알렉산더는 <19세기의 만능 글로벌 플레이어>이다. 그리고 훔볼트의 이름은 우리나라의 세종이나 중국의 공자에 맞먹는 상징적 이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당시 상황에서 스페인의 후원 하에 하는 여행 중에서 만난 적대국 영국의 배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여행기로 쌓인 알렉산더의 명성 덕분에 오히려 최첨단의 천문 관련 자료를 선물받았다는 사실 등은 극단적 모험정신을 가진 금수저에게 돌아간 드라마틱한 천운의 에피소드까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서양의 학자들은 알렉산더를 두고 '남미 대륙의 실질적 발명자'라고 정의한다. 5년 여간 그가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하며 벌였던 남미 탐험이 새로운 자연과학의 지평을 열었기 때문이다. 즉 서양의 자연과학은 남미의 자연과 환경 덕분에 새로운 눈을 떴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그의 이름은 '훔볼트 해류'나 '훔볼트 펭귄' 등으로도 확장되었고, 19종의 동물과 15종의 식물명으로도 연결되었다. 또한 산맥, 봉우리, 공원, 광산, 항만, 호수 등은 물론이고, 미국의 도시 명 중에 8곳, 카운티 중에 9군데가 그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19세기는 유럽의 시대였고, 그들은 오늘날에 이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정의하고 이름을 지었다. 특히 부유한 집안의 금수저로 성장한 알렉산더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남미 여행에 쏟아부었으며, 이러한 그의 이러한 태도는 후대의 훔볼트 재단이 연구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후원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빌헬름과 알렉산더 폼 훔볼트. 이들 2살 터울의 형제는 독일의 위대한 인문학자이며 자연과학자로 손에 꼽힌다. 독일의 칸트나 괴테, 영국의 다윈 처럼 한국 사람들 귀에 익숙한 이들의 반열에 있는 이들이다. 더 나아가 훔볼트는 독일인들에게 프론티어 정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인 입장에서 서양인들이 정의내린 일방적 사건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근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우리가 배우는 모든 분야의 학문에서 우리들 눈에 거스르는 백인중심적인 어이없는 서사들을 차근차근 제거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당시의 기록과 스케치, 그리고 현재의 관련 사진들을 함께 보여준다.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참 좋다.

 

 


『훔볼트의 대륙』 남아메리카의 발명자, 훔볼트의 남미 견문록

을유문화사(2014-05-20) 정가 16,000원 | 울리 쿨케 (지은이),최윤영 (옮긴이)

원제 : Alexander von Humboldt, Reise nach südamerika (2010년)

 

 

슈렉의 서재 독서대에 모셔놓고 한 컷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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