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냐 네 탓이냐 그것이 귀인이로다

귀인(歸因)이론에 대해서


자기본위적 편향


우리 옛 말에 '잘 되면 내 탓이요, 못 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귀인이론 중에서 자기본위적 오류 혹은 자기본위적 편향이라고 불리운다. 한 마디로 내 멋대로, 내 중심대로, 내 주관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설명하고 싶어질 때, 귀인을 찾는다


사람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고 심각한 사건을 겪고나 보게 되면, 그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따져보려고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누구 탓인지, 무엇때문인지, 나 때문인지, 남 때문인지, 상황때문인지를 따져묻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처럼 '어떤 행동이나 사건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와 관련되는 것이 바로 귀인(歸因) 이론이다. 


동쪽에서만 나타나는 귀인은 아니다


점쟁이를 찾아가서 점을 보다보면, "오늘 동쪽에서 귀인이 나타나십니다."라고 할 때 그 귀인이 아니다. 귀인이란 영어로는 attribution이라고 하고, 한문을 풀어보면, 원인이 귀착되는 것을 말한다. 귀착이란 다른 말로 터미날이다. '사건의 원인'이란 버스의 종착점인 것이다. 귀인은 사회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것이 추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원래 예기치 못했더 흉한 일을 겪거나 접하게 되면, 그 귀인을 더욱 탐색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는 추후에 유사한 일의 발생을 예측하거나 예방하려는 동기때문이다. 그래서 귀인은 원인 중의 원인, 원인의 원인, 원인의 터미널, 메타 원인 등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귀인의 키워드(Keywords)


이러한 귀인에는 몇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근본귀인이론(근본귀인 오류), 행위자-관찰자 편향, 자기본위적 오류(자기본위적 편향), 귀인의 편향성에서 오는 문화차 등이 그것이다. 


근본부터 틀린 녀석을 보는 게 근본귀인이론


먼저 근본귀인이론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고서는 그 행동원인을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 원인'으로 탓을 돌리는 경향이 사람들에게 있다. 서양인의 경우 특히 그렇다. 어떤 학생이 수업에 지각했을 때, 사람들은 그 학생이 게으르고 불성실해서 지각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즉 지각의 원인을 학생의 내적원인에 해당하는 '성향'에서 찾은 것이다. 이를 성향귀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니까, 그날따라 버스가 20분 늦게 도착했던 것이다. 그것을 상황귀인이라고 한다. 외적귀인이라고도 한다. 


사회적 구조도 쳐다보자


어렵사리 잡아탄 영업용 택시가 난폭운전과 곡예운전을 반복할 때 두려움에 빠진 승객은 내가 오늘 재수가 없어서 저렇게 흉악한 운전기사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자기를 탓하면서, 사실상 택시기사의 성향을 한없이 비난하게 된다. 성향귀인 혹은 내적귀인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영업용 택시 기사의 한 달 수입이 한달에 25~26일동안 매일 12시간씩 근무하면서도 고작 150만원~18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생각이 그나마 바뀔 수도 있겠다. 


택시기사(행위자) 맘을 손님(관찰자)이 알기 어렵다


난폭운전하는 택시기사(행위자)는 사납금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하루 14만원을 채우려면 최소한 1시간에 1만원 이상씩 수입이 있어야 하지만, 평일 낮시간에는 몇시간동안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결국 출퇴근시간과 술먹고 귀가하는 늦은 밤이라는 짧은 시간대안에 가능한 많은 손님들을 돌려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도 모른 채 타는 손님(관찰자)은 쏜살같이 달리는 택시 안에서 겁을 집어먹는다.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화를 낼 수 밖에 없다. 즉 행위자와 관찰자의 편향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존재한다


수업에 지각한 사람은 자신이 게을러서 지각했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버스가 늦게 왔거나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다. 늘 상황 때문이라고 다른 방식으로 귀인(상황귀인, 외적 귀인)하지만 그것은 때론 사실이고 대부분은 변명이며 오류일 경우가 많다. 반면 지각하는 친구를 바라보는 성실한 아이(관찰자) 입장에서 그 친구는 늘 지각한다. 게으르기때문이다. 관찰자는 지각한 행위자의 성향 탓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본위적 오류 또는 자기본위적 편향


특히 잘 되면 그게 다 자기가 잘 나서 그런 것이니 나 내 탓이지만, 행여나 조금이라도 잘못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조상탓이거나 친구탓이거나 버스가 늦었거나 사회적인 구조때문이라고 돌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걸 두고 자기본위적 오류 또는 자기본위적 편향이라고 칭한다. 사실 편향은 필연적이다. 타고 자라난 상황이 저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느낌도 다르고 판단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쌍둥이라고 해도 일치보다 편향이 더 많다. 시간과 공간은 저마다 다르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게 소중한 시간이 남에게는 허비해도 상관없고,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 남에겐 고통의 나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귀인의 편향성에서 오는 문화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으로 같은 범위 안에 든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정서나 감정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서양을 개인주의적 성향이라고 본다면 동양사회는 집단주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귀인 이론에도 이러한 차이는 영향을 미친다. 개인주의적 성품이 강한 서양 사회에서는 성향귀인의 선택이 높다. 행위자 탓, 행위자 성향 탓, 행위자 성품 탓으로 돌린다는 거다. 그래서 지각한 경우, "너가 게을러서 그러. 네 성격 때문이얏!"라고 단정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동양에서라면 '상황 귀인'을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 이를테면 "저 사람이 실패한 건, 저 사람 탓이 아냐. 운이 없었어. 상황이 안 좋았던거야."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귀인 이론 요약



①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은 행위자는 상황을 탓하지만 관찰자는 성향 탓을 한다는 말이다. 입장차이가 뚜렷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지각적 초점이 서로 다르다는 말이다. 각자가 지닌 정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다. 


② 잘한 일은 내 탓이고, 못한 일은 남 탓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자기본위적 편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도 비슷한 계열에 속한다. 


③ 행위자의 행위를 판단할 때, 사람들은 상황의 힘을 무시하고 행위자의 내적 특성을 더 꼬집는다. 이를 두고 근본귀인 오류의 편향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인지적으로 바쁘게 처리해야 할 때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그냥 생각없이 마구 뱉어내는 말에도 이런 식이 있다. 예를 들면, "이 근본도 모르는 천한 것아!" 뭐 이런 거


④ 귀인의 편향성은 독립적인 자기 문화권의 가치와 맞물려 인식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귀인의 문화차이에 따라서, 성향 귀인를 수용하는지, 상황 귀인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차이가 드러난다. 동양은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서양은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한가지 예이고, 동양은 겸손하고 겸양적인 귀인을 중요시한다면, 서양은 자기본위적 귀인을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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