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현대인의 삶과 인간관계

제2장. 다양한 인간관계


이번 장의 학습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인간관계에 대한 주요한 분류방식을 이해한다.

2. 인생의 발달단계에 따른 인간관계의 변화를 설명한다.

3. 우리 삶의 '의미있는 타인'이 어떤 존재인지 이해한다.

4. 인생의 중요한 네 가지 동반자를 제시한다.


1. 인간관계의 분류


인간은 발달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는다. 어른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삶을 꾸려나간다. 그리고 인간은 그러한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 속에서 생로병사의 삶을 이어나간다. 이러한 인간관계는 이해를 위해서 도식을 대입할 수 있다. 


일차적 인간관계 vs. 이차적 인간관계

수직적 인간관계 vs. 수평적 인간관계

우호적 인간관계 vs. 적대적 인간관계

애정적 인간관계 vs. 업무적 인간관계

공유적 인간관계 vs. 교환적 인간관계



일차적 인간관계 vs. 이차적 인간관계

일차적이란 말에서 드러나듯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말한다. 부모, 형제자매, 친척, 동문, 동향의 사람들은 나의 의지나 선택과 상관없이 나와 관계를 필연적으로 맺는 것이다. 잠시 회피할 수는 있어도 심정적으로 외면할 수 없기에 일차적이다. 다시 말해서 운명적 관계이므로 가입과 탈퇴는 불가능하다. 또한 공식적이며 집단적 관계 속의 구성원이 되므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서열의 위치 속에서 행운/불운에 따라 영구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반면 이차적 인간관계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관계이다. 내 선택과 의지로 맺는 관계란 뜻이다. 직장 동료, 애인, 친구, 친목단체의 구성원이 그러한 사례이다. 따라서 이차적 관계는 일시적이므로 의지적이며 선택적이다. 


수직적 인간관계 vs. 수평적 인간관계

대한민국은 매우 촘촘한 수직적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독특한 나라이다. 나이, 촌수, 학번, 계급, 지위, 권한 등의 동등성 여부를 꼭 따지고 싶어하는 민족이다. 이러한 상-하의 불평등 관계는 가정에서의 부모-자녀, 학교의 선생-제자, 선배-후배, 직장의 상사와 부하 관계가 대표적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강 교수는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사대교린의 정책을 불평등 속의 평등으로 설명했고, 그에 대비하는 서양의 역사는 평등 속의 불평등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불평등한 수직구조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하고 있다. 관심어린 선배의 포용이 아니라 강압적인 착취의 현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도 일정한 예의가 존재해야 하지만, 예의의 진심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있다. 

한편 수평적 인간관계는 상호 동등한 위치에서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교우, 연인, 부부관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호적 인간관계 vs. 적대적 인간관계

인간은 사물도 아니고 식물도 아니며 더군다나 애완동물도 아니다. 일방의 인간의 일방적인 애정으로 돌봄과 이쁨을 받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인간은 상호교류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애정이나 혐오란 존재하지 않고, 상호작용하는 내용과 질에 따라서 우호적인 관계이거나 적대적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 존재 자체로 협력과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즉 경쟁을 통해 제거해야 할 상대로 바라볼 때, 적대적인 관계는 비수가 되어 다시 내 삶을 찌를 것이다. 


애정적 인간관계 vs. 업무적 인간관계

애정적 인간관계와 업무중심적 인간관계는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지점이 다르다. 애정이란 인간적 매력에 대한 호감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며 이러한 상호교감 속에서 사랑과 우정을 주고 받는 관계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사람 존재 자체를 바라봄으로써 만족을 느끼고 단순히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도 애정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업무중심적 인간관계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는 무관하다. 특정한 작업이나 과제읫 ㅣㄹ현을 위해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의 상호작용이 추구하는 목적은 업무의 성취와 그에 따른 성과와 이득을 얻는 것이 된다.  


공유적 인간관계 vs. 교환적 인간관계

공유와 교환은 같아보이면서 다르다. 우선 같은 점은 공유하거나 교환하는 인간관계는 모두 상호 적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다른 점은 교환적 인간관계는 적대적인 상황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환이란 Give & Take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일차적 관계라기보다는 이차적 관계에서, 애정적 관계라기 보다는 업무적 관계에서 주로 형성되는 관계이다. 

자본주의의 특징이 사실 교환적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의 삶이 일차적, 우호적, 애정적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교환보다는 공유하는 삶이 훨씬 인간의 진정한 삶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심리학자 Clark(1985)는 현대인의 인간관계를 공유/교환의 관점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공유적 인간관계는 서로 관계는 맺는 타인의 행/불행에 관심과 책임감을 느끼며, 주는 만큼 받는다는 호혜성의 원칙은 중요하지 않으며, 별개의 독립적 개체인 개별적 인간의 만남이 아니라 '우리는 하나'이며 상호의존적 존재로 인식한다. 따라서 만족스러운 친교의 경험이란 상호의존적인 상태에서 강력한 친밀감을 확인하며 행복과 고통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가족과 연인, 친한 친구 사이에서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교환적 관계는 상호 독립적이기에 이득과 손실의 균형이 중요하며, 의존적이지도 않기에 타인의 행복에 관심이 없다. 교환이란 거래이므로, 그 공정성이 중요하고 주는 만큼 받는다는 호혜성의 원칙과 형평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득과 손실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성이나 불평등성은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진다. 



한편 클라크(Clark)의 공유/교환적 구분은 오스트리아의 유태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1878~ 1965)의 설명과 관련이 있다. 즉 클라크의 공유/교환 개념은 부버가 말한 나와 너(I-Thou), 나와 그것(I-It)의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부버는 종교적 실존주의 철학을 정립한 학자로, 실존주의 철학의 창시자 쇠렌 키에르케고르(1813~ 1855), 니체(1844~1900), 하이데거(1889~1976) 등에 비견되는 인물이다. 


인간은 타인과의 친밀한 유대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공유적 인간관계이다. 주는 만큼 받는 관계는 삶을 온전하게 채울 수 없다. 따라서 공유적 인간관계는 부버의 '나-너(I-Thou)'의 관계에 해당되며, 순수하고 진실된 만남이 바로 이런 관계를 말한다. 



이 글은 CNU CSI Ph.D. Course 2020-1학기 『통합심리분석세미나』2주차 강의에 대한 정리글이다. 


제1부. 현대인의 삶과 인간관계

제1장. 인간관계의 중요성

제2장. 다양한 인간관계

제3장. 부적응적 인간관계

제2부. 인간관계의 심리학적 이해

제4장. 대인동기

제5장. 대인신념

제6장. 대인기술

제7장. 대인지각 및 대인사고

제8장. 대인감정 및 대인행동

제3부. 친밀한 인간관계

제9장. 친구관계: 우정

제10장. 이성관계: 사랑

제11장. 가족관계

제12장. 직업과 인간관계

제4부. 인간관계의 개선

제13장. 행복하고 성숙한 인간관계

제14장. 인간관계의 평가와 분석

제15장. 인간관계의 개선방법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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