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월 10일 난민구호소 '첸트로 아스탈리'에서 하신 말씀


폭 넓은 연대

하느님은 우리가 섬기는 일을 하는데 필요한 것을 마련해 두셨습니다


  


섬김


섬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친절한 환대를 뜻합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 위해 몸을 낮추셨듯이, 우리도 가난한 사람들 앞에서 몸을 낮추고 아무 계산없이, 두려움없이, 너그러움과 연민으로 그들을 붙들고 보듬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그렇게 가장 가난한 사람들 곁에서 그들을 위해서 일하면서 무엇보다도 그들과 가깝고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연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대또는 연대감은 경제적이고 산업적 차원에서 발전한 세상이 두려움을 품게 하는 말입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현대인은 연대라는 말을 가능한 꺼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연대는 나쁜 말이겠지만, 신앙인에게 연대는 전용 언어입니다. 섬긴다는 것은 정의와 희망에 관련된 물음을 이해하고 수용함을 의미하는 동시에, 정의와 희망을 구현하는 길과 자유를 위한 구체적인 통로를 함께 찾음을 의미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앎을 넓혀주는 특별한 스승입니다. 가난한 이의 나약함과 단순함은 우리들의 이기주의, 거짓된 안심, 자만자족의 오만함을 드러내게 하면서, 우리 가까이에 계신 너그러우신 하느님을 체험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주십니다. 또한 삶에서 인내 가득한 신뢰와 세심한 손길로 우리 모두를 보살피는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 앞에서 몸을 낮추는가?’

나는 내 손이 더러워질 것을 염려하여 어려움에 처한 이를 피하는가?’

나자신안에, 내 소유물 안에 갇혀있는가?’

과연 나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아보는가?’

나 자신만을 섬기고 있는가?’

‘인간을 위해 생명까지 선물하며 섬기러 오신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을 섬길 줄 아는가?’

정의를 갈망하는 이들의 눈을 바라보는가 외면하는가?’

 

환대


섬김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말은 환대입니다. 최근 몇 년간 첸트로 아스탈리(Centro Astalli, 이탈리아에 들어온 난민을 돕는 예수회 운영 사회복지기관)는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 기관은 초기에 난민을 환대하는 활동과 함께 식사, 잠자리, 그리고 법률적 도움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차츰 그들이 일자리를 찾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동행하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그 맥락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환대와 만남과 연대의 문화가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활동도 전개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는 환대만으로 부족합니다. 먹을 것을 주는 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더욱 중요한 일은 그들이 자신의 두 발로 걷는 법을 배우도록 동행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에게 아무리 큰 사랑을 베푼다 해도 그 사람이 계속 가난 속에 있다면, 그 사랑은 충분한 것이 아닙니다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푸셨으며 또 가르쳐주신 자비는 정의의 자비입니다. 정의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에게 가난을 벗어날 길을 찾게 해주어야한다고 요구합니다.

 

누구도 더 이상 먹을 것과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는 세상, 품위있게 사는 세상, 정당한 일자리에서 인격존중을 요구함 사는 권리를 인정받는 세상, 그런 권리의 인정을 위해 법률적 도움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담이 말했습니다. “우리 난민들은 이탈리아 사람들과의 융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데 정말 많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융화는 그들이 누려야 할 하나의 권리입니다!

 

카롤도 말했습니다. “시리아 난민들은 유럽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일원으로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바람도 그들이 누려야 할 하나의 권리입니다. 시리아 난민들의 이런 책임감은 함께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동력이며 윤리적인 토대입니다. 여기서 이렇게 자문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여정에 동행하고 있는가?’

 

보호


이제 섬김과 환대에 이어서 세 번째로 함께 생각해볼 단어는 보호입니다. 섬김과 동행은 보호를 의미합니다. 더 약한 사람들 편에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수 없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다른 이의 권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고통스러운 처지에서 슬퍼하는 사람, 마땅한 권리를 유린당한 사람, 그리고 정의를 되찾고 싶은 바람마저도 품지 못하게 만드는 잔혹한 폭력에 짓밟힌 사람의 목소리를 듣거나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때가 많습니다가난한 사람에 대한 환대와 정의를 촉구하고 촉진하는 일은 특별한 사명을 받은 이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사명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교회가 실천해야 할 중요한 임무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더욱 용기를 내어 관대한 마음으로 공동체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텅 빈 수도원에서 환대하는 삶을 살라고 초대하십니다. 텅 빈 수도원을 숙박업소로 바꾸고 돈을 버는 일이 교회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텅 빈 수도원은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난민이 바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분별력과 기준과 책임감은 물론이고 용기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섭리하시는 하느님은 우리가 섬기는 일을 하는데 필요한 것을 마련해 두셨습니다. 우리는 그 선물을 받아들이고 서로 나누면서 더 크고 많은 일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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