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상담학과는 철학과와 전혀 무관한 학과다?"







대전의 전통있는 사립대학인 한남대학교는 2013년 여름방학 무렵에 철학과와 독문과의 폐지를 결정하고, 철학과 대신 철학상담학과를 신설키로 했습니다. 당시 해당 학과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에 반하는 결정을 반대하였고, 문과대학 교수들은 2번에 걸쳐 성명서를 발표하며 구조조정을 반대했지만 학교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2015년도부터는 사학과를 더 붙여서 '역사철학상담학과'가 생깁니다. 


"철학상담학과는 철학과와 전혀 무관한 학과다!"란 말은 이 당시 학생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2005학번 함영남 학생의 말씀이라고 합니다. '철학상담'과 '철학'이 관계없다는 주장은 속상한 마음의 표현으로 충분히 이해하지만, '철학상담'이란 분야도 철학의 사회적 실천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1980년대 초반부터 형성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철학상담학과>의 탄생은 좋게 보면 '철학의 실천적 가치'를 추구하자는 실용주의적 관점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2015년에 '사학과'를 보태어 <역사·철학상담학과>로 통폐합시킨 것은 사실상 원래의 의도가 순수하지는 않았으며, 아주 기업주의적인 결정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대학이 취업학교의 성격으로 바뀌었음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역사와 철학은 인문학의 핵심입니다. 문학을 보태어 <문·사·철>이는 용어가 그것을 의미합니다. 문사철로 통칭되는 인문학은 분과 학문인 '과학'(Science)이 아닙니다. 그것은 종합적인 통찰을 지향하는 자유로운 공부(Liberal Arts)이거나 인생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상담이란 심리학이라는 사회과학적 접근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리학(상담심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심리상담'은 자신들의 고유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구축한 아성이 있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철학상담'에 대해서 흥미로운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루터대학교 김옥진 교수는 <심리상담과 철학상담: 오해와 딜레마>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실용화 요구에 대한 철학계의 화답으로 나온 것이 바로 철학상담인 듯 싶다. 철학상담의 대두는 일견 새로운 모형의 등장 처럼 보이지만 ... 이미 심리 상담학계에서는 철학상담을 상담의 한 기법으로 수용해 오고 ... 심리상담의 여러 상담 기법 중의 하나로 철학 상담이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언급 ...

- 상담학연구 Korean Journal of Counseling 2012, Vol. 13, No. 5, 2417-2428


이 글은 숙명여대 교수 이진남의 2011년 논문 <철학상담의 정체성과 심리상담>이란 논문에 대한 반박적 입장을 담은 논문입니다. 김옥진은 철학상담이 기존의 심리상담 기법의 한 분야에 불과하다는 입장인 것 같고, 이진남은 철학 실천, 곧 철학 상담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진남의 주장은 게르트 아헨바흐의 주장인 "철학 실천(상담)과 심리상담이 분업의 관계가 아니라 협업과 경쟁의 관계여야 한다."라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독일 철학자 아헨바흐는 1981년 철학 상담소를 열고, 철학실천협회를 창립한 사람입니다. 이를테면 철학상담의 원조뼈다귀탕같은 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09년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가 등장했습니다. 학과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철학상담전공(2009,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철학상담치료학과(2012,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인문치료학과(2012, 경북대 학부) 등이 신설되었고, 2014년 철학상담학과(2014, 한남대)까지 생긴 것입니다. 철학적 실천 활동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고, 취업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오늘날 대학 현실에서 철학과의 뻔한 갈 길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관련사이트: 철학상담치료학회


철학은 말 그래도 지혜를 사랑하는 공부를 말합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자세가 대학에서 홀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이미 20년 가까이 진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1998년 시작된 학부제를 그 기원으로 보기도 합니다. 학부 단위로 입학한 뒤 선택하게 하는 과정에서 철학과와 같은 취업이 어려운 학과가 외면당해왔던 것입니다. 주간동아 2001년 5월 10일자 기사를 소개합니다.


철학의 弔鐘은 울리는가   주간동아 2001.5.10



1998년의 학부제처럼 요즘 중앙대학교가 '학과제'를 폐지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기업 재단이 들어오면서 기업운영식으로 대학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오늘날 대학의 현주소인 것이지요. 아래 2015년 3월 6일 인터넷에 올라온 한겨레 신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교수신문 2015년 3월 23일

구조개혁평가 앞둔 선택? 줄인 정원 56.5%가 인문사회
2014~2015학년도 대학 모집단위별 입학정원 변화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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