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Linn) 가족 세명이 함께 쓴 [성찰 ... 내 삶의 양식]
원제는 Sleeping with Bread
성찰은 나의 자녀들에게 자기자신을 신뢰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성찰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성찰을 할 수 있는지를 알기 쉽게 말해주는 책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Sleeping with Bread]이고, 우리 말로는 [성찰... 내 삶의 양식]으로 제목을 잡았다. 이 책은 김인호와 장미희가 공동 번역했다. 김인호는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신부님이고, 장미희는 천주교 서울 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에서 심리상담 봉사자 양성을 위한 교육과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분이다.
성찰 - 내 삶의 양식 | 데니스 린 | 마태오 린 | 쉴라 린 (지은이) | 김인호 | 장미희 (옮긴이) | 성바오로출판사
| 2016-01-25 | 원제 Sleeping with Bread: Holding What Gives You Life (1995년)
이 책의 제목이 "빵과 함께 잠에 들다"(Sleeping with Bread)인 것은 매우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고아가 된 아이들은 두렵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난민 수용소 안에서도 잠을 자지 못했다. 내일이면 다시 먹을 게 없을 것이란 두려움때문이었다. 그런 아이들 품에 내일 먹을 빵을 미리 하나씩 주면 아이들은 그제야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빵이 아이들을 일깨워준 것은 '내일도 나는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시실이었다고 한다.
바로 이 테마로부터 이 책 <Sleeping with Bread>는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품에 안은 빵은 곧 생명의 양식이었던 셈이다. 1995년에 출간된 이 책의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은 두가지 질문에 관한 것이다.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적게 감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문에서 저자 중 한명인 데니스는 이 두가지 질문이 위안(consolation)과 메마름(desolation)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그것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데니스는 아메리카 원주민 중 한 부족인 수(Sioux) 족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라이스 수프' 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번역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두가지 질문의 키워드에 해당하는 consolation과 desolation을 위안과 메마름으로 번역했다. 아마도 책의 내용에 수시로 등장하는 이 단어를 한가지 우리말로 옮겨야 했기때문에 선택한 용어로 보인다. 그런데 desolation에 대해서 '단절'이란 용어를 대입하면 이해가 빠를 때도 있고, '고립감'을 느끼는 순간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도 있다. 다만 번역자 분들의 '메마름'이란 단어 선택의 결정이 최선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아무튼 위의 두가지 핵심 질문은 이렇게 변형이 가능하다.
오늘 기분 좋은 일은 무엇이었나?
오늘 가장 많이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나?
언제 슬프거나 무력하거나 화가 났었나?
이런 것에 대해 답하면서 의견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면서 최종적인 답변을 하느님께 바치는 과정이 곧 성찰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하느님께 위안에 대해 감사드리고, 메마름(단절, 고립감)이 대해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질 수 있는 맞벌이 부부에게 이것은 매우 훌륭한 방식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것이 이러한 성찰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성찰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생명의 빵을 주는 것과 같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성찰의 과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성찰을 위해서는 무조건적 사랑을 느끼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부모나 가족과 함께 성찰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성찰에서 중요한 건 내 경험을 받아들여지고 모든 감정을 표현하게 만드는 안전한 환경이다. 만일 혼자서 진행하는 성찰이라면 조건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면서 해야 한다. 그래서 촛불을 켜고 진행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그런 상태에서 조건없이 나를 사랑하는 절대자를 향해서 성찰을 진행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건없는 사랑으로 주변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점이다.
1995년 출간된 영어 책의 모습 [ Sleeping with Bread: Holding What Gives You Life ]
무엇보다도 성찰이란 급한 행동을 막고 선택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실수와 잘못된 결정을 피할 가능성을 높이고, 실수했을 때 그것을 더욱 빨리 발견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성찰은 우리가 가장 덜 감사한 것(메마름, 고립감, 단절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부정적인 감정도 이야기를 통해서 존재를 인정받기때문에 덜 파괴적인 방식으로 해소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묵히면 폭발하기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환경이나 문화는 우리가 겪는 고통을 피하거나 부인하라고 가르친다. 바로 그것이 마음 속에서 움트고 자라나는 메마름(고립감, 단절감)을 부정하고 억압하며 거부하는 것이다. 마음 속에 존재하는 감정 덩어리를 의식적으로 외면한다고 해서 마음 속에 자라난 불안정한 감정의 덩어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덩어리는 커져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로 변해간다. 따라서 우리는 메말라가는 상태, 단절감, 고립감, 황폐한 마음 등을 말하고자 하는 상태를 의식하고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 성찰은 하느님의 음성을 듣게 한다. 그 음성은 모든 사람 안에 있다. 포도주와 여자와 노래를 좋아하는 군인이었던 이냐시오 성인은 포탄으로 다리에 부상을 입고 회복하던 중에 성찰이란 걸 알게되었다고 한다. 급기야 그는 성찰을 통해 방탕한 생활을 접고 맨발로 예루살렘으로 떠나게 될 만큼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성찰이야말로 회심과 지속적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기 위한 기준은 '거룩함'이 아니라 깨닫고자 하는 자발적인 열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성찰의 방식을 손쉽게 알려주는 일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책을 손에 잡으면 한 두시간 만에 다 읽어볼 수 있지만, 그런 다음에 성찰이 필요할 때마다 열어보고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손이 닿는 곳에 두고두고 볼만한 책으로 권장할만하다.
목차
생명의 양식을 얻은 아이들
서두
1부: 성찰
우리는 왜 성찰이 필요할까?
성찰, 삶의 안내자
사람들이 우리에게 자기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주기를 원할 때
매일의 경험이 하느님의 계시이다
봉인된 명령을 찾아서
다른 사람과 함께 성찰하기
가족이 함께 하는 성찰
만일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성찰과정
2부: 900개의 초
성찰을 위한 다양한 시간과 장소
첫 번째 성찰질문만 하기
지난해에 대한 성찰
미래를 치유하기
생의 마지막 성찰
우리의 빵을 나누어주기
3부: 질의응답
이 책에 대한 성찰
밑줄
치유는 나의 모든 감정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모든 감정과 함께 내가 사랑받도록 스스로 허용하는 만큼 일어난다.
에너지의 소진은 근본적으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곧, 한 쪽 발은 내딛고 있는데 다른 한 쪽 발은 도망가려고하기 때문이다.
성찰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 우리가 나누기로 선택한 순간들 뿐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사람들도 우리에게 더욱 더 살아있는 존재가 되고 중요해진다.
우리의 경우 성찰을 함께 하는 것은 우리에게 서로서로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준다. 우리가 놀라는 것은, 우리 중 한 사람에게 감사한 순간이 자주 다른 사람에게는 가장 덜 감사하는 순간이 된다는 것이다.
성찰은 급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우리의 선택에 대하여 시간을 두고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우리는 여러 주 또는 여러 달에 걸쳐서, 어떤 때는 여러 해에 걸쳐서 위안과 메마름의 유형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를 치유하는 것은 사랑이므로 우리가 느끼는 저항과 두려움 한가운데서 우리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치유를 시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메마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느님의 음성을 듣기 위한 기준은 ‘거룩함’이 아니라 깨닫고자 하는 자발적인 열성이다.
우리가 말하는 깨달음이란 정신적인 인지만이 아니라 이냐시오의 경우에서처럼 우리가 느낀 것을 정말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적인 ‘깨달음 intouchness’을 의미한다. 우리는 성찰을 통하여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위안과 메마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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