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전민동성당 목요저녁미사
2013년 7월 18일 이경렬 베드로 신부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어학은 참 어려운 겁니다. 오늘 제1독서를 보면 출애굽기(탈출기 3,13-20)에서 야훼가 나옵니다. (하느님께서는 강한 확신으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실 당신의 계획을 밝히신다)
히브리어 여호아라 써놓고 야훼로 읽기로. 가톨릭은 야훼로 읽고, 개신교는 여호아라 읽습니다.
(참고... YHWH라고 적고, 가톨릭 계열은 Yahweh-야훼(야웨)라 발음하고, 프로테스탄트는 Yahowah-여호와로 (오역?) 발음한다고 한다. 학자들은 ‘야훼’ 쪽이 원 발음에 더 가까울 것으로 추정하며, ‘여호와’는 후대의 오역이라지만, 프로테스탄트측은 가톨릭과의 구분을 위해서 오역을 인정하면서도 계속 사용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하느님’과 ‘하나님’ 같은 차별성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성가책에서 50번 <야훼는 나의 목자>가 <주님은 나의 목자>로 바뀌었는데, 야훼는 좀 다른 데, 아닌 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은 히브리어로 ‘아도나이’라고 하고, ‘주님이신 하느님’이라고 할 때, ‘하느님’이란 말은 ‘엘’ 혹은 ‘엘로힘’이라고 합니다. 또한 ‘야훼’를 ‘주님’으로 바꾸었는데, 차라리 ‘야훼’라고 해놓아야 이해가 빠른데, 그걸 다 ‘주님’으로 통일하려고 한건지 몰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훼’는 번역하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 포함하는 겁니다. ‘나는 나다’인데, 정확히 나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라는 뜻이지요.
출애굽기(탈출기 3,13-20)에서 하느님이 모세 앞에 나타난 것은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나는 있는 나다.” 하고 대답하시고, 이어서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있는 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노예생활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그렇습니다. 마태오 11,28-30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라고 말씀 하십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도 중에 우리의 짐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데, 결코 치워주시는 주님은 아닙니다. 다만, 멍에 지는 법을 배우라고 가르치실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예수님의 말씀은 짐을 진 나를 덜어주시는 게 아니라, 짐을 진 의미를 알면 가볍게 질 수 있을 것이란 의미로 복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식의 선문답은 불교에 많습니다. 선승 중 우리나라 위대한 불교계 스님 경허 큰 스님이라고 계십니다. 제자가 여러명 있는데 그 중 막내가 만공이였습니다. 하루는 수덕사에서 공양 얻으러 돌아 다니는데, 큰 스님은 누가 뭘 주면 자루에 넣어서 만공이보고 혼자 짊어져라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는 거였습니다. 그러니 짐을 진 만공이는 너무 힘들어서 “큰 스님 좀 쉬었다 가시죠.”라고 얘기하니까, 큰 스님이 “그래 무거우냐? 내가 가볍게 해주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만공이는 큰 스님이 좀 나눠서 짊어질 줄 알았는데, 어느 마을에서 큰 스님이 한 여인의 젖꼭지를 냅다 빨고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이내 동네에 소문이 나고, 마을사람들이 쫓아오니, 큰 스님은 냅다 혼자 도망가고 멀리서 만공이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거지요. 헐레벌떡 스님을 쫓아온 만공이는 “스님, 혼자 가면 어찌합니까?”라며 원망하자, 큰 스님 왈, “지금도 그 짐이 무거우냐?” 하는 겁니다.
짐이란 게 그렇게 무거울 수도 가벼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게 언제 가벼워지는 겁니까? 주님께 가서 기도하면 가벼워질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과 함께 주님께 의탁하는 한 주간이 되도록 기원합니다. 아멘.
'가톨릭노트 > 강론종합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멘이라 하지 마라. 진정 주님의 기도할 의지없으면 (0) | 2013.07.28 |
---|---|
주님이 지니신 연민과 자비의 마음을 계속 지키고 있다면 (0) | 2013.07.20 |
하느님은 우릴 사랑치 않는다고 착각하고 삽니다 (0) | 2013.07.10 |
아저씨, 똥 마려운 데 빨리 갑시다 (0) | 2013.07.02 |
하느님의 자비와 우리의 결단 (0) | 2013.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