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전민동성당 교중미사
2013년 7월 28일(일) 10:30 이경렬 베드로 신부
아멘이라 하지 마라!
진정 주님의 기도를 할 의지가 없으면
여름휴가 다녀오셨죠? 어쩔 수 없이 다녀오시는 분?, 여름이 좋아서 다녀오시는 분?
제가 좋은 휴양지 가르쳐드리려는 게 아니고, 여름이면 다 떠나서 놀고 오고, 주일을 빼먹어요. ‘판공성사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고, 아예 성당에는 안와요. 그러니 <매일미사> 책 맨 뒤쪽 보세요. 대한민국 여름 휴가 장소 다 나오고, 거기 성당 미사시간, 전화번호 나오니, 주일미사 빼먹지 말고 즐겁게 놀다 돌아오세요.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기도입니다. 아니, 기도라기보다 기도 지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기도를 올릴 때, 내 기도는 이뤄졌는가, 아니면 왜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그걸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게 아브라함과 하느님의 대화입니다. 아브라함의 기도는 소돔과 고모라를 위해 쉰 명의 의인을 찾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고, 마흔다섯 명, 마흔 명, 서른 명, 스무 명, 그리고 끝끝내는 의인 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파멸시키지 않게 해달라고 합니다.
기도지향은 언제나 선할 때 하는 것이고, 끊임없이 요청을 드릴 때 이뤄지는 게 기도지향의 첫 번째입니다. 그런데 왜 이뤄지지 않는가? 왜 주님은 안 들어주시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 다른 계획을 갖고 계시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것을 이뤄주기 위해 그걸 보류 하고 은총을 주시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그 기도가 선한 지향이 아니고 악한 지향이거나 욕심을 채우는 지향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할 때는 언제나 선하게 또한 지속적으로 끝까지 매달려서 해야 합니다. 기도 중에는 <주님의 기도>가 대표적입니다. 냉담자들도 주님의 기도는 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 뜻을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우루과이 성당에 쓰여진 글에 말씀드린 적 있는데 한번 들어주십시오. (우루과이 한 작은 성당 벽에 써있는 기도문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하늘에 계신”이라고 하지 마라. 세상 일에만 빠져있는 당신이 세상 것만 사랑하고 세상 것만 생각하면서
“우리”라고 하지 마라. 너 혼자만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 아들 딸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하지 마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하지 마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고통 속에서도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뜻을 말하지 마십시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하지 마라. 죽을 때까지 먹을 양식을 쌓아두려 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 하면서, 굶주리는 사람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누군가에게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죄를 계속 지으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하지 마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단호하지 않으면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아멘”이라고 하지 마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 진정한 주님의 기도를 할 의지가 없으면 아멘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섬뜩하죠? 이런 주님의 기도에 걸맞게 살려고 하는 게 우리입니다. 주님의 기도와 함께 한 주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멘.
'가톨릭노트 > 강론종합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세례를 통해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한 사람들입니다 (0) | 2014.02.02 |
---|---|
우리는 어떤 눈으로 메시아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0) | 2014.01.19 |
주님이 지니신 연민과 자비의 마음을 계속 지키고 있다면 (0) | 2013.07.20 |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1) | 2013.07.18 |
하느님은 우릴 사랑치 않는다고 착각하고 삽니다 (0) | 2013.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