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해결과 성평등한 대학을 위한
대학가 공동입법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전국대학원생노조를 비롯하여 성신여대 총학생회, 숙명여대 총학생회 등 31개 대학, 대학원 학생 단체는 2020년 3월 12일, 국회 앞에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단행동을 보였다. 이들은 [2020 총선-국회 대응 대학가 공동행동]이란 연합단체를 구성하여 국회앞에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해결과 성평등한 대학을 위한 대학가 공동입법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다. 다음은 전국대학원생노조 페이스북에 게제된 송초롱 성평등위원장의 발언 전문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함께, 또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그 과정 안에서 우리는 대학이 구조적으로 폭력을 재생산하고 있었다는 현실과 제도적 한계를 맞닥뜨렸습니다. 학습, 장학금 수여, 조교 임용과 졸업 등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생활 전반에 지배적인 결정권을 교수가 쥐고 있는 대학의 구조는 학생이 교수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게 합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 안에서 학생들은 운이 좋게 건전한 연구실과 학과에 들어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운이 좋았다거나 나빴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사실은 그 공동체의 문화와 분위기를 형성하는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과 소수자를 보호하는 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권위를 지닌 교수의 책임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교수 한 명의 감수성과 책임감에 학생의 인권과 안전한 학습 환경이 좌지우지되는 대학의 구조를 비판합니다. 도제식의 수직적 위계에서 벗어나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주장하기 위해 우리는 대학 안팎의 쇄신을 요구합니다.
.
이제 우리는 전근대적인 시스템 안에서 당신들이 유지해온 권위와 비대한 권한에 균열을 내겠습니다. 대학은 교수에게 필요 이상으로 주어진 권한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학생이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전문적 능력을 함양하는 데에 몰두하고, 가능성을 탐구할 권리를 보장하십시오. 학생이 피해 구제를 위한 절차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십시오. 국회는 그 본분을 다하여 우리의 요구에 응답하십시오. 입법을 통해 대학을 관리하고 감독하되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선이 어디여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주십시오.
.
다시 대학에 말합니다. 대학은 성폭력과 성희롱에 관한 법률의 개념보다 확장된 의미를 규정에 채택했던 애초의 의의를 기억해주십시오. 대학이 그렇게 함으로써 가능했던 윤리적 진보를 떠올려주십시오. 제도적 한계를 핑계로 삼지 말아 주십시오.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인권침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세워졌으며 앞으로 계속하여 세워질 인권센터, 그리고 부단히 싸워온 학생사회와 함께 작금의 사회적 상식보다 나아간 윤리적 결정을 계속해서 실현하여 주십시오. 부디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십시오.
.
오늘 우리가 제출하는 입법요구안에는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내용과 함께 육아 휴학 보장, 교내 보육 시설 설치 권고,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인권센터 내규 개발 등 학내 소수자의 권익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사회가 상상하는 상식 바깥에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들의 편안한 대학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곳에 성평등한 문화가 자리합니다. 양육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을 상상하지 못하고, 이성애 규범에 포섭되지 않는 학생을 상상하지 못하는 대학에 성평등은 없습니다. 성평등은 성별 격차 해소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성평등한 문화를 지향하며 우리는 그 어떤 특권도 비호하지 않으며, 모두가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소수자를 위한 제도가 세워지고, 이 제도를 자신의 권리로써 누리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갈수록 대학 안에서 희미했던 학생들의 얼굴은 선명해질 것입니다. 소수자를 위한 공간이 학교 곳곳에 생겨나고, 그 공간 안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때 우리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권리를 다시 확인할 것입니다. 소수자를 위한 제도화와 물리적 공간의 변화는 대학 공동체가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신호가 될 것입니다. 대학 공동체가 윤리적으로 진보하고 있다는 신호를,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 일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십시오. 대학이 ‘모두’를 위한 공간임을 증명해주십시오. 우리가 성평등 문화를 실현해 나가는 길에 함께 해주십시오.
.
구호 외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학 내 근본적인 성평등 문화를 정립하라!
'인권-젠더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텔레그램 N번방 사건해결과 성평등법안통과 촉구, 전대넷 기자회견(2020-3-26) (0) | 2020.03.31 |
---|---|
인도 뉴델리 집단 성폭행범 4명, 8년 만에 사형 집행(2020-3-20 금) (0) | 2020.03.21 |
불법촬영금지 포스터 (0) | 2019.06.05 |
[카드뉴스] 사랑이 아닌 범죄 '데이트폭력' (0) | 2018.07.10 |
2018 폭력예방교육 - 실적점검 기준표가 중요하다 (0) | 2018.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