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4. 20:30

보령 동대동 성당 : 윤종관 신부님 강론


예수 성탄 자정 미사



성탄 축하합니다! Merry Christmas! 서로 인사해봅시다. “기쁜 Christmas예요!” 하고 말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Christmas를 축하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강생을 미사로 재현하며 오늘의 이 밤을 지새우는 것을 ‘Christmas’라 하지 않습니까! 그리스도(Christ) 강생의 미사(Mass)‘Christ-mas’라는 이 밤의 경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Christmas를 이 어두운 밤에 봉헌하는 사연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일 년 중 가장 밤이 긴 어둠(동지의 계절)의 한 가운데서 순결한 마음으로 그 어둠을 가로질러 하늘에 영광을 바쳐드리는 그 사연은 무엇입니까그것은 아마도 질기고 질긴 어떤 집착의 너울을 지금에서야 걷어버릴 수 있는 때가 왔음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그토록 길고 긴 어떤 고독의 터널을 이제 겨우 벗어나는 시점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억눌려 온 어떤 압박의 덩어리를 분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이렇듯 우리네 모두는 이러 저러한 고통스런 삶의 역정을 지나왔습니다. 질기고 질긴 너울 같은 집착으로 자신의 한계 속에 갇혀 살아왔으며, 세상에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 가운데 진정 나의 고민을 이해하여 해결해 줄 사람은 없고 오해와 불신으로 길고 긴 고독의 길을 걸어야만 했으며, 세상과 부딪치는 일은 고역이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얻는 게 스트레스뿐이며, 사랑을 빙자한 가까운 사이끼리란 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부담뿐인 그런 인간관계요, 그러한 인간조직의 어떤 압박으로 나를 짓눌러 온 것입니다.


사실 오늘 밤 이 성탄축제의 전례를 통하여 우리의 삶이 바뀌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전환을 이룰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리는 듣고 있습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보게 됐습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그들이 짊어진 멍에와 혹사의 장대와 몽둥이가 정녕 부수어질 것입니다.”(이사 9, 1~3 참조)


이런 뉴스를 우리는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서에서 청취하였습니다. 당하고만 살아온 지난 세월을 보상해 주실 분이 오신다는 소식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갈은 막강한 통치권을 행사하여 이 흉포한 세상을 평정함으로써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줄 왕이 되실 아기가 탄생하리라는 것입니다. 사뭇 정치적 변혁으로 우리의 세상을 바꿔 줄 제왕을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다는 소식인 것입니다(이사 9, 3~6 참조).


하지만, 그러한 예언과는 달리 오늘의 복음서가 이 밤에 전하는 소식은 어처구니없게 우리를 실망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이 밤에 구세주 그리스도가 마구간에서 탄생하여 여물통에 누워 있다고, 한 밤 들판에서 양떼를 지키는 목동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소식을 전했다는 것입니다(루카 2, 8~12 참조). 위대한 지도자의 출현 이야기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상스런 이 밤의 메시지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 그 깨달음을 얻으려면 우선 오늘 밤 전례의 제2독서(디토 2, 11~14)로 바오로 사도가 하신 말씀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나타난 구원의 은총은 우리로 하여금 불경건한 생활과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게 한다(디토 2, 1112 참조)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곧 오늘 밤 마구간의 구유에 탄생한 아기를 구세주로 알아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타락과 분망 속에서는 아기 구세주를 만날 수 없다는 경고인 것입니다.


티토에게 보낸 서간 중 모든 사람을 위한 하느님의 은총(2,11~15)

11 과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12 이 은총이 우리를 교육하여,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 줍니다13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우리의 위대하신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우리를 그렇게 살도록 해 줍니다14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어,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해방하시고 또 깨끗하게 하시어,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15 그대는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이러한 것들을 말하고 권고하고 또 꾸짖으십시오. 아무도 그대를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베들레헴 동네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동구 밖 외진 곳에서 예수 아기는 탄생했습니다. 그 아기는 인간들의 동네에서 쫓겨나신 분처럼 마을 밖 축사에서 자신의 처소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곳 동물들은 그분을 내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 동물들한테서만 환영받은 구세주인가 봅니다. 이 점에서 우리의 깨달음을 이끌어 주는 오늘 복음의 의도를 우리는 엿볼 수 있습니다. 인간들의 타락 상황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무공해 장소라 할 수 있는 마을 밖 동물들의 처소에서부터 인간 구원의 첫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곳은 오늘 바오로 사도께서 하신 말씀대로 인간들의 불경건과 세속적 욕심을 찾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인간들끼리 다투고 시기하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속이고 무시하고 협잡하고 탓을 덮어씌워 따돌리는 등의 죄악을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진정 하느님의 손길만이 체험되는 것입니다.


새롭게 눈을 뜬 어느 부부의 이야기


그렇듯 하느님의 손길만을 깨달아 새롭게 눈을 뜬 어느 부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읽은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19966월호 32)에서 얻어온 이야기입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습니다.


가난했지만 서로를 위하는 행복한 부부가 있었다. 이 부부에게 부족한 것이라곤 아기뿐이었다. 아기를 갖기 원했지만, 아기는 생기지 않았다. 기독교인이기도 한 부부는 날마다 아기를 내려달라는 기도를 올렸다. 교회에 나가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 16, 드디어 부인이 아기를 갖게 되었다. 너무나 기뻤던 부부는 부둥켜안고 울었고, 주위 사람 모두 축복했다


한 달, 두 달이 흐르고 드디어 기다리던 아이와 만나는 순간이 왔다. 아이를 낳은 부인은 빨리 아이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입원실을 들락날락하는 가족과 친척들, 친구들, 이웃들의 얼굴도 모두 슬퍼 보였다. 부인이 남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왜 아기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거예요!” 남편의 눈에서 대답 대신 먼저 눈물이 뚝 떨어졌다. “아기는 보기에도 흉측한 기형아란 말이오.” 아내의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안 돼! 안 돼!”를 외치던 아내는 아기의 흉측한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는 아예 할 말을 잃었다

아기도 울고 남편도 울고 온 가족이 울었다. 그 날 밤 아내는 한잠도 자지 않고 어둠 속에서 기도를 올렸다. 이튿날, 병실에 들어서는 남편을 향해 아내는 방긋 웃어 보였다. 아내는 남편의 손을 꼭 쥐고 말했다. “어젯밤 밤새도록 기도를 했어요. 하느님의 뜻을 물었지요. 우리 두 부부가 어찌해야 하느냐고요. 그랬더니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어요. ‘그 아기를 어느 집에 보내야 사랑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너희 가정에 그 아이를 보냈단다.’ 라고요. 여보, 그 아이 잘 키워야겠지요.”


우리가 성탄 전야에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 우리는 이 밤에 무얼 찾아 이 Christmas에 참여하나요?

우리가 이 Christmas Eve에 찾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산모가 기도하고 되찾은 마음, 그 마음은 Christmas Eve의 마음입니다. 본래 아기를 내려달라던 기도로 하느님을 향하던 마음이었다면 이제 기형아인 아기를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또한 같은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를 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 마음은 우리 또한 이 캄캄한 Christmas Eve에 찾아야 할 마음입니다. 우리가 처음 가졌던 마음(초심)입니다. 그 우리의 되찾아야 할 마음은 White Christmas 같은 환한 마음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누구일까 생각할 수 있었던 마음일 것입니다. 아직 어느 누구도 미워해 보지 않은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 최초의 마음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보았을 때(그 다른 사람은 아마 엄마일 것입니다만), 아직 미워해 보지 않은 하얀 마음으로 그 다른 사람을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아마 오늘 밤 이렇게 캄캄한 어둠 속에 사람들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가축들의 외양간에서 태어난 저 베들레헴의 아기는 그래서 세상의 배척을 받은 그 곳에서 잘못된 이 세상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첫 시간으로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신 분이신가 봅니다. 세상의 어둠만이 그리고 고독만이 그분을 맞이하였지만 그분은 하얀 마음으로 이 세상을 맞이하였던 것입니다.


외양간에는 미워하는 사람도, 질시와 원망을 일삼는 사람도, 싸우고 따돌리고 거짓을 휘두르는 사람도 없고, 다만 가축들만이 밤을 지새우는 동안, 순수의 허공을 까만 어둠으로 덮은 하늘에서는 별들만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그 외양간에 쏟아 붓고 있었지요. 아마 그래서 그 별들의 눈빛들은 곧 저 벌판의 외로운 목동들에게까지 천사들의 합창이 되어 울려 퍼졌던 것 아닐까요! 그 합창은 이러했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가 2, 14).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난주간에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하는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의 대략 반절은 자기들이 잘 선택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여 승리감을 맛보았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반절은 그러질 못해서 패배감을 곱씹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듯 소란스럽던 선거가 지나고 연이어서 이틀 후에는 1년 중 가장 밤이 긴 동지를 지났습니다. 길고 길었던 선거기간의 소란이 가장 긴 밤의 어둠에 묻히고 이제 새로이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이 주간에 우리는 주님의 성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란을 긴 동지의 밤에 묻어버리고 고요한 성탄의 새벽을 맞이하게 되는 우리는 이제 정치적 승리감도 패배감의 씁쓸함도 다 떨거내고 새하얀 희망의 마음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렇듯 새하얀 마음에서라야 서로를 잘 받아들이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진정 서로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지요. 그런 사람들이라야 세상에 진정 평화를 깃들게 할 것입니다. 참 평화란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여 비로소 찾아지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사람이라야 평화가 무엇인지 알지요. 그 별들과 같은 천사의 합창을 듣고 깨달아 순결한 마음 되어 달려온 목동들에게 그 하느님의 사랑 자체이신 아기 예수 그렇게 새로운 세상의 구세주로 나타나셨던 것입니다. 우리 또한 그 목동들처럼 새하얀 마음 되어 그 아기 앞에 노래합시다. 가톨릭성가 99장입니다. 이 성가는 194년전(1818)Austria의 산골마을 Oberndorf니콜라오 성당 젊은 Joseph Mohr 신부가 시를 쓰고 Franz Gruber 라는 樂士가 작곡하여 그곳 가난한 시골 사람들과 성탄 밤 미사를 올렸던 성가이지요. 저는 오늘 밤 이 성가의 가사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서 여러분과 함께 부르고 싶습니다. “으로 바꾸어서 말입니다.


1. 고요한 맘, 거룩한 맘, 세상엔 없는 맘, 이 맘 우리는 찾았어요. 구유 옆에서 찾았어요. 구세주 나신 이곳, 여기서 찾았어요.

2. 고요한 맘, 깨끗한 맘, 우리가 찾은 맘, 처음 우리가 가졌던 맘. 오늘 주님이 찾아준 맘, 새하얀 마음으로, 이 세상 다시 보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 밤에 되찾은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이 되어 세상으로 나아가 주님의 구원 즉 우리의 평화를 펼치기로 합시다. 거기 우리 구세주는 탄생하실 것입니다. (끝)

 

출처: 가톨릭성지 하부내포 공식 Daum 카페

http://cafe.daum.net/southnaepo/Dvt8/2



부여외산면 만수리공소 담당 하부내포 성지 윤종관 가브리엘 주임 신부

19476월 충남 부여 출생. 1960년 소신학교인 서울 성신중학교에 입학, 가톨릭대 신학부를 거쳐 197412월 사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 대학원 석사와 베를린 자유대학 박사과정 유학을 마치고 1985년 귀국해 해미 본당 초대 주임으로 6년간 성지를 조성했고, 2001년 안면도 본당이 설립되자 대전 도마동 본당 주임과 대전 서구지구장직을 2년 만에 끝내고 자청해 갔다. 열악한 환경의 안면도 사목 6년을 마친 윤종관은 2007년에 버려지고 잊혀진 하부내포 성지 전담 사제로 부임했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