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친밀한 인간관계

9장  친구관계(우정), 10장 이성관계(사랑), 11장 가족관계, 12장 직업과 인간관계


제9장 친구관계 - 우정


학습목표

1. 인간의 삶에서 친구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한다.

2. 친구로 선택하게 되는 사람들의 특성을 제시할 수 있다.

3. 친구관계의 발전과 심화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4. 친구관계가 약화되고 해체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 


1. 친구의 의미

사랑은 꽃과 같고, 우정은 나무와 같다. 비를 피하고 그늘 아래 쉴 수 있는 나무와 같다. - 새무얼 테일러 콜리(Samuel Taylor Coleridge)[각주:1]

친구의 정의


친구 관계는 쉼이 되는, 그리고 언제 만나도 편안한 사람을 말한다. 즉 오래 두고 정답게 사귀어 온 벗이며 축복을 주고 받는 관계이다. 그래서 친구는 수용과 신뢰, 존중을 바탕으로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 받는 인생의 동반자이다. 


친구의 특성


친구는 대등한 위치의 인간관계라는 게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대등한 위치에 있는 친구일수록 그 관계유지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그런 특징에 따라서 친구관계는 가장 순수한 인간지향적 대인관계가 된다. '친구'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내가 하나 주면 하나 받아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가장 자유롭고 편안한 관계인 것이다. 그런 인격적 교류 속에서 서로 공유할 삶의 영역이 매우 넓은 관계이지만, 반면에 친구사이란 구속력이 적어서 해체가능성도 높은 관계이다. 


친구의 기능

① 주요한 정서적 공감자, 지지자  ② 자신과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비교준거, ③ 즐거운 체험의 공유, ④ 안정된 소속감의 제공, ⑤ 현실적인 도움의 제공


친구는 주요한 정서적 공감자이자 지지자이다. 두번째로 자신과 자기 삶을 평가하는 비교준거가 된다. 내 삶의 많은 영역을 공유하다보면, 늘 자기도 모르게 내 삶을 평가할 때 비교하게 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그래서 좋은 친구를 사귄다면, 이 부분에서 좋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나쁜 친구를 사귄다면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친구와는 즐거운 체험을 공유할 수 있다. 어디를 가든 늘 좋은 친구가 있다. 연인 사이에도 마찬가지지만, 좋은 것을, 분위기 좋은 장소 등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 그래서 친구란 안정된 소속감을 준다. 내가 때로 힘들 때 위로를 받거나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친구가 있는 곳이다. 모두가 나를 비난하고 있는 순간에라도 누구 한 사람 날 믿고 지지한다면 난 안정감을 찾고 빠른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래서 그런 과정에서 현실적인 도움을 친구로부터 얻을 수도 있다. 다만 돈과 관련된 이해관계에 빠진다면 친구 사이가 깨질 수도 있다. 그래서 친구와의 금전적 거래는 늘 위험이 따른다. 


2. 친구의 다양성


우정의 강도

 정서적 만족도, 심리적 또는 물질적 투자의 양

 미래에 투자 가능할 최대의 양  지속기간이나 만남의 빈도


우정의 강도를 평가한다면 크게 4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친구와의 우정의 세기(강도, intensity)는 정서적 만족도의 높고 낮음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에게 또는 친구로부터 주고 받는 심리적 또는 물질적 투자의 양과 이로부터 예상가능한 미래에 투자가능할 최대의 양적 수준을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친구와의 관계의 지속기간이나 만남의 빈도 등도 우정의 강도를 평가하는 준거로 삼을 수 있다. 


친구의 유형과 분류


 형성요인에 따라

  • 일차적 친구(지연, 학연, 혈연 등 상황적 요인)

  • 이차적 친구(관심사, 취미, 가치관 등 개인적 특성)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연결된 집단을 일차적이라고 한다면, 관심이나 취미, 가치관 등으로 뭉친 집단을 이차적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⑵ 친구관계의 형성과 유지 요인에 따라(아리스토텔레스)


친구관계의 형성과 유지요인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3가지로 설명했다. 즉 친구는 그 유지의 형태나 정도에 따라 쾌락적 친구, 효용적 친구, 그리고 인격적 친구로 나눌 수 있다. 

  • 쾌락적 친구 - 즐거움과 쾌락

  • 효용적 친구 - 실리적 필요와 현실적 도움 기대

  • 인격적 친구 - 상대방의 덕성(virtue)에 따라 교류. 덕성은 개인이 지니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성격적 특징(수용성, 신뢰성, 지혜로움, 성숙성)을 의미.

⑶ 친구의 기능에 따라


라이스만(Reisman, 1981)는 친구를 기능에 따라서 다음의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 연합적 친구관계는 근접성이나 유사성, 업무공유에 의한 관계를 말하고, 

  • 수혜적 친구관계는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베푸는 관계를 말한다.

  • 상호적 친구관계는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 이해와 신뢰에 근거해 형성되는 관계이다. 


대학생이 호소하는 친구관계 문제


구관계 형성의 어려움, 심화의 어려움, 친구간의 다툼과 갈등,
주목받으려는 노력과 좌절, 과도한 교우관계로 학업과 생활관리의 어려움


대학생이 흔히 나타내는 친구 부적응 문제는 대학 상담실에서 호소하는 어려움은 매우 다양하지만 주된 어려움은 친구관계이다. 이를 몇 가지로 나눠보면, 구관계 형성의 어려움, 심화의 어려움, 친구간의 다툼과 갈등, 주목받으려는 노력과 좌절, 과도한 교우관계로 학업과 생활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친구관계 형성의 어려움

대학에 입학해서 친밀한 친구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학년 학생 중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고, 때로는 3~4학년이 되어서도 대학 내 친한 친구를 단 한 명도 만들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친구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의 주된 호소내용은 "외롭다", "고독하다." "대학 내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 "강의만 듣고 집으로 가고는 한다." "점심을 늘 혼자 먹어야 한다." "공강시간에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강의를 대리출석해주거나, 강의노트를 빌려줄만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대학생활이 재미없고, 학교에 오기가 괴롭다."


친구관계 심화의 어려움

둘째 많은 학생들이 친구관계를 심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피상적인 친구관계를 넘어서서 서로 신뢰하고 속마음을 나누며 심리적인 지지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절친한 친구관계를 원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친구관계를 좀 더 깊이있고 친밀하게 심화하는 데 실패하고, 피상적인 친구관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러한 고민을 갖는 학생들의 호소내용은 아는 사람은 많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진정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 같이 놀 친구는 많아도 내 고민을 상의할 친구는 없다. 막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친구가 없다. 또 도움을 선뜻 요청할 친구가 하나도 없다. 친구들 속에서 외로움과 공허감을 느낀다. 


친구간의 다툼과 갈등, 

셋째 친구 관계에서 다툼과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특정한 친구나 선후배와의 오해 및 다툼으로 인해 불편한 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다. 이러한 학생들의 호소는 "학과 선배, 또는 친구가 나를 미워한다." "내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과거 친했던 선배나 친구로부터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들고 배신감을 느낀다." "주변 친구들이 공격적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주 상처를 받게 되어 괴롭다." "친구가 질투를 하여 나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트리고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한다." 


주목받으려는 노력과 좌절

넷째, 학과나 동아리 등 친구집단 내에서 좀 더 주도적이고 주목받는 위치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좌절을  호소하고 있는 학생들이 상당수이다. 이런 학생들 중에는 중고등학교에서는 중추적 위치에서 학생활동을 해온 데 반해, 대학에 진학해서 자신의 역할이 미미하고 협소해진 것에 대해 불만과 열등감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다. "튀고 싶다. 그런데 오히려 모임에서는 주눅이 들어 말도 제대로 못한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좀 더 재미있고 활발하여,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난 아이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느낀다." "과대표 선출에서 떨어졌다." "내가 과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이제 과 모임에 가기도 싫다." "과대표를 맡고 있는데, 과 애들이 잘 따라오지 않고 비협조적이다." "나는 학과나 동아리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다. 내가 모임에 빠져도 누구 하나 묻는 사람들이 없다."는 식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과도한 교우관계로 학업과 생활관리의 어려움

다섯째 과도한  교우관계로 인해 학업과 생활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대인관계를 지나치게 중요시하여 동아리, 학회, 동문회 등의 여러 모임에 깊이 관여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학과공부, 진로준비, 시간 및 돈 관리 등 개인적인 생활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이 호소하는 문제 중에는 "대인관계를 넓히고, 다양하게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여러 동아리나 학회에 가입했다. 다 열심히 참여하고 싶은데 너무 시간이 없고 생활이 엉망이다. 어느 모임에도 충실하게 참여하지 못하고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무책임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여러 동아리와 학회에 가입하여 임원을 맡게 되어 부담이 많이 되며,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학회나 동아리 일을 하느라고 공부할 시간이 없고 성적이 바닥이다. 무엇을 중시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회나 동아리 일에, 학과공부 등 개인적 일을 희생하여 헌신적으로 몰두했다. 졸업을 앞두고 남는 게 없어서 허망하다. 깊이 관여한 동아리나 학회에서 빠져나와 이제는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준비를 하고 싶은데, 친한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따돌리고 욕할 것 같다." 등이다.


이 밖에도 대학생들이 친구관계에서 경험하는 고민은 다양하다. 학과내의 친한 소집단간의 갈등과 경쟁, 집착이나 편협한 친구관계, 친구들에 대한 지나친 피해의식이나 공격행동, 입대나 휴학 또는 유학 등으로 떠나간 단짝친구에 대한 상실감 등 친구관계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 



이 글은 CNU CSI Ph.D. Course 2020-1학기 『통합심리분석세미나』

 9주차 (학습기간: 2020.5.2~5.22 ) 온라인 강의를 기반으로 정리한 것이다. 



  1. 콜리지(1772 ~ 1834)는 시인이며 동시에 비평가, 철학자, 신학자다. 친구이자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와 함께 영국 낭만주의 시의 초석을 다진 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윌리엄 워즈워스, 로버트 사우디 등 세 사람이 다같이 호반에 살았기 때문에 '호반의 시인'(Lake Poets)이라 불리었다. [본문으로]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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