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일, 제주 올레길을 만나다(2)

무작정 걷는 425km의 여정의 시작

목화휴게소 (2021-7-2 금 12:17)

올레 1코스는 시흥에서 종달리를 거쳐 광치기 해변에서 끝난다. 앞선 글에 이어 중간 스탬프 지점인 목화휴게소부터 포스팅을 시작한다. 목화휴게소에서 10여분을 걷다보면 호국영웅 강승우 육군중위(1930~1952)의 추모비를 만난다. 강승우는 시흥리 출신으로 한국 전쟁(6.25) 당시 자원입대하여 참전했고, 1951년 소위로 임관하여 치열한 백마전투에서 전사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2020.5.21) 참조

http://www.jnu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4498 

 

호국영웅 강승우 중위의 고향 ... 시흥리 -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

"시흥리의 송난포구에서 출발하여 말산메와 두산봉, 시흥리 마을 안길을 둘러보는 코스입니다."■송난포구 시흥...

www.jnuri.net

 

올레 1코스 목화휴게소에서 10여분 걸어서 지나는 곳 (2021-7-2 금 12:28)
목화휴게소에서 10여분 지나는 곳 (2021-7-2 금 12:28)
서귀포시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 아띠랑스 풀빌라 호텔 (2021-7-2 금 12:31)
성산읍 오조리 오른 카페 전경 2021-7-2 금 13:15
무인카페 2021-7-2 금 13:18
2021-7-2 금 13:26
무인카페에서 바라본 풍경 2021-7-2 금 13:35
2021-7-2 금 13:49
갑문다리 2021-7-2 금 13:52

 

바닷가 해맞이 해안로를 따라 걷다보면 한도로와 만난다. 한도 로 위의 갑문교는 성산일출봉와 이어진다. 그런데 갑문을 닫은 것은 2014년에 열린 전국체전의 카누 경기 대회 당시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갑문을 작동하기 위해 발전기 등을 가동하는 데 소요된 예산은 4억2000만원이고, 현재는 갑문을 연 채로 방치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2019.4.19) 참조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5434 

 

한도교 확장 안 하면 '병목현상' 불보듯 - 제주일보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에 설치된 한도교 갑문이 25년째 제 구실을 못하는 가운데 교량 확장마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교통 흐름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국토교통부는 1994년 성산해양

www.jejunews.com

2021-7-2 금 14:09

성산갑문 입구는 시작점에서 11.1km의 거리이다. 오전 9시 14분에 출발해서 오후 1시 52분에 갑문을 지나갔다. 갑문을 건너서 야트막한 언덕길로 들어서면 성산일출봉이 보이면서 아름다운 제주 동쪽의 바다가 펼쳐진다. 그래서 바다를 마주할 수 있도록 야트막한 언덕 위에 덩그러니 놓인 탁자는 마치 신들의 탁자로 느껴졌다. 멀리 더 클라우드 호텔이 보이는데, 확실치 않지만 운영이 중단된 것처럼 보였다. 다만 오르다 카페만큼은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2021-7-2 금 14:15
오르다카페 2021-7-2 금 14:15
오르다 카페를 뒤로 하며 걷는 길 2021-7-2 금 14:42
2021-7-2 금 14:46
2021-7-2 금 14:51
2021-7-2 금 15:15

성산 터진목의 제주4.3 성산읍 희생자 추모공원을 지나고 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정부와 미군정 등의 강경진압으로 민간인 피해자는 제주 전역에 걸쳐 최대 3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누가 알까
그때 총과 칼 그리고 죽창에
찔리고 찢기고 밟혀 죽임을 당한
그걸 목격한
저 앞바다의 통곡을,
구천을 멤도는
한 맺힌 영혼의 절규를,
그 아픈 역사의 파편들을,

말없는 현장의 돌담 벽에
붉은 동백꽃잎으로나 새겨둘까
하얀 국화잎 한 잎, 한 잎 떼어
해해 연연 조각난 세월로 붙여둘까

 

2021-7-2 금 15:17

추모글(2010-11-5) 중 일부 
아버님, 어머님, 할아버님, 할머님, 큰누이, 작은누이 삼촌 조카 그리고 그 때 함께 가신 모든 분들이시여! 그 해 이 터진목 해안 모래밭 앞 절 소리는 이른 봄부터 그렇게 거칠도록 울더이다. 저 건너 광치키 큰 엉 밑으론 파도소리마저 모질더이다. .... 그 해 가을, 이 터진목 앞바르 바닷가 노을은 파랗게 질려 있고, .... 그때의 가을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가을이더이까? 
저희는 들었습니다. 콩 볶듯 볶아대던 구구식 장총소리를, 미친개의 눈빛처럼 시퍼렇게 지나가던 징 박힌 군화 소리를, 그리고 보았습니다. 아닙니다.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저 건너 조개 밭에 밀려와 썩어가던 멸치 떼처럼 널 부러진 채 죽어가는 것을, 이유도 모른채 끌려와 저들이 쏘아대는 총탄을 몸으로 막아내며 늙은 어머니를 구해내던 어느 이웃집 아들의 죽음도, 젖먹이 자식만은 품에 꼭꼭 껴안고 처절히 숨져가던 어느 젊은어미의 한 맺힌 죽음도, 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아버지를,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피 토하듯 부르다가 눈을 감던 모습도 ...

 

2021-7-2 금 15:29
2021-7-2 금 15:30

 

제주올레의 첫번째 코스를 완주한 것은 2021년 7월 2일(금) 오후 3시 30분의 일이다. 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길이며,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오름-바당 올레'의 끝자락에는 제주의 아픔을 품은 제주 4.3의 성산읍 희생자 추모공원이 있다. 완만한 경사의 푸른 들판을 지나며 어느새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올라서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볼 수 있었고, 성산의 마을들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종달리 소금밭을 거쳐 시흥리 해안도로, 그리고 갑문을 지나 광치기 해변이 품고 있는 추모공원에서 올레 1코스의 여정은 끝이 난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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