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의 아파트 경비원 한 분이 분신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재 전신 3도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경비원은 현재 의식이 깨어났지만, 1차 피부이식으로 6천장이 넘는 피부를 이식했고, 앞으로도 10회 이상을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에 관해서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서 2개의 글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입주민은 아니었지만 한 동네에서 함께 살았던 경비원의 처참한 선택에 대해 함께 아파하며 공감을 표현하는 이웃의 탄생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경비원 분들의 땀의 대가가 최소한 '인간적인 관심과 걱정'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것 같고, 필자의 기대와 소망은 매우 공허한 헛소리였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10월 23일자 전자신문 기사는 제목 <아파트 경비원 분신시도, 일부주민들 "아파트 집값 떨어진다" 경악>으로 정말 경악스러운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민들은 중태에 빠진 경비원에 대한 걱정보다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개돼지만도 못하게 취급하고 우습게 보고있는 반면에 집값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고 있는 세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은 필자가 사건 당시 썼던 2개의 글입니다. 

우리가 강아지 새끼인가? .. 경비원의 분신자살 시도  요한의세상노트 2014/10/14 18:08

아파트 경비원 분신자살시도 그 후에 바라는 일   요한의세상노트 2014/10/16 03:36


분신 사건은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처우도 문제이지만, 분신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수치심이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입니다. 대한민국 주거공간의 70% 이상이 아파트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아파트는 곧 집이고, 집은 곧 아파트인 세상인 것입니다. 그래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벌어졌던 '분신 참극'은 곧 우리 일상이 얼마나 졸렬하고 비천한 것인지를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집'은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배우고 삶을 성장시키는 공간입니다. 풍요로운 만남의 공간입니다. 집에서 배운 사랑을 이웃과 나누면서 사랑을 확장시켜나가는 베이스캠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은 아파트의 한 집안에 갇힌 채로 썩어가는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의 입주민들도 각자 저들의 집 안으로 들어가면 따뜻하고 애정어리고 사랑스럽게 가족적인 분위기를 누리고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을 때, 전혀 다른 계층의 사람을 만났을 때, 환대와 환영의 정신이 사라져버린다면 그들이 가정 안에서 일구었던 사랑은 신기루에 불과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가정의 코 앞에서 바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격을 무시하고 착취하며 모욕을 일상적으로 행하는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은 곧 그 집이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이들이 이번 경비원 분신자살 기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겄이겠지요. 국민일보는 2014년 10월 22일(인터넷)자 <트위터 움직인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 분신, "엄마는 비정규직, 아들은 편의점 알바...">라는 기사를 통해 입주민의 모욕적 대우를 견디다 못해 분신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만수(53)씨에 대한 기사를 전하면서, 한 트위터리안의 다음과 같은 멘션을 소개했습니다. 


"그 동네 사람들은 부를 얻는 대신 다른 걸 잃었나 보네요"... "불쌍한 사람들"


이 밖에도 이번 일에 대한 글들을 소개합니다.


경비원 분신한 아파트 “개가 다쳐도 이럴까… ”  한겨레 2014.10.20

경비원의 분신…아파트 단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JTBC 2014.10.22


분신사건 ‘충격’ 아파트 경비원 남모를 애환 심층취재 ... 일요신문 2014.10.20 

음식 던지며 “받아 먹어” 사람을 개돼지 취급


[르포] '분신자살 기도' 경비원 동료들 "오죽했으면…"  ... 서울경제 2014.10.17

“남편이 분신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미디어오늘 2014.10.14

[포토]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고 규탄 ... 경향신문 2014.10.13


마지막으로 '집'에 대한 로만가톨릭 Pope 프란치스코의 말씀을 소개해드립니다. 이 글은 2013년 5월 21일 난민보호소 '마리아의 선물'에서 하신 말씀 중 일부입니다.


집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국적이나 종교에 대한 차별없이 모든 사람을 환대합니다. 우리는 선물, 무상으로 베풂, 그리고 연대의 참된 의미를 되찾아야 합니다. 야만적인 자본주의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얻을 수 있을 때만 주고, 생산 극대화를 위해서는 인격을 무시한 채 착취해야 한다는 논리를 사람들에게 주입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여러 방면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는 그러한 자본주의적 논리의 결과물입니다! 집은 사랑을 가르쳐주는 장소입니다. 곧 집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모든 사람을 만나러 나가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랑의 ‘학교’입니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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