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의 비극적 참사


경비원의 분신자살... 끝내 숨진 고 이만수 님을 애도하며


2014년 10월 7일,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53세의 남성 한 분이 입주민 할머니의 잦은 모욕적 행동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분신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전신 3분의 2에 3도 화상을 입고 수술과 치료를 거듭하던 이 분은 한 달이 지난 11월 7일 오전 9시 30분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에서 우리는 오늘날 가난함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고달프고 힘겨운 '아파트경비' 노동에 종사하던 53세의 청춘은 끝내 막을 내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실존적 위기가 부유층의 상징적인 지역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졌습니다. 부유층의 장벽 속에서 그들의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존재하는 소중한 '경비'의 본질적 소명이 가장 저급한 취급을 당하면서 발생한 비인간적인 참사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인간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파트 단지의 각 단위 가정들을 보호하며, 그림자처럼 안전을 위해 봉사하던 '경비'는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분신'은 아파트 주민들을 패닉상태로 몰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다만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사회의 병리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질병의 환부를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상처가 곪다가 터져나온 자리가 바로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는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그 사건으로부터 비롯하여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현실의 문제들을 치유해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입주자대표회의는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고, 해당 할머니와 가족은 묵묵부답인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 슬퍼하는 가난한 이웃이었던 경비의 분신시도와 사망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병들게하는 경제적 탐욕과 허세의 상징의 자격이 부여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적 탐욕과 허세로 죽음의 문화에 빠진 오늘날의 한 모습을 이야기할 때,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의 사례를 빈번하게 언급하는 상황을 예견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1차원적인 경제적 손익계산과 허울뿐인 명예를 지키려는 정치적 방어 속에서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잡다한 논리에 치중하는 사이에,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는 가난한 자에 대한 폭력과 무관심이라는 본질적인 인간의 죄악의 대명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파트에 사는 다른 한편의 익명의 수많은 선량하지만 '무관심한' 다수의 입주민들은 단지 '무관계'하기때문에 '무관심'했던 이유만으로 또 다른 어이없는 희생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관계한 일에 대한 무관심은 비정하고 무감한 아파트 문화의 상징적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지요. 희망을 잃고, 분신시도 끝에 숨을 거두신 고 이만수 님! 하늘나라에서 평안과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다음은 필자가 사건 이후로 썼던 3개의 글입니다. 

우리가 강아지 새끼인가? .. 경비원의 분신자살 시도  요한의세상노트 2014/10/14 

아파트 경비원 분신자살시도 그 후에 바라는 일   요한의세상노트 2014/10/16 



기타 언론보도현황


입주민 모욕에 분신한 아파트 경비원, 끝내 사망 ... 3차 수술 후 상태 급격히 악화돼... 7일 오전 930분께 숨져  ... 오마이뉴스 2014/11/07


분신 경비원 장례식장 표정"신앙심 깊고 착한 사람이었는데  ... 아시아경제 2014/11/07


시민단체 입주민대표자회의, 분신 경비원에게 사과 하라 ... 경향신문 2014/11/08


경비 노동자 아내의 호소 사람 대접 받도록 해달라 ... 미디어오늘 2014/11/09

 

"사람사는 세상 만들어달라"아파트 경비원 추모 ... 9일 서울 강남구 신현대아파트 앞서 결의대회 열어 "가해 입주민 사과·재발방지대책 마련해야" 호소   머니투데이 2014/11/09


"경비원 살려내라" 외쳐도 열리지 않은 '사모님' 집 대문 ... [현장] 경비노동자 인권 쟁취 결의대회... 이씨 아내 "아직도 사과 안 해, 원통하다"  ... 오마이뉴스 2014/11/09


사모님과 경비원... '노예'의 절규는 계속된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분신 경비원 사건 다뤄... "우린 현대판 노예" ... 오마이뉴스 2014/11/09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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