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의 변신, 부처의 세계관에서 스님의 세계관으로


바른 깨달음으로 세상을 가득채우는 부처의 진리와 스님의 진리는 다른가?



불교 전통의 명문대학 동국대학교의 총장, 이사장 합동 취임식이 지난 2015년 6월 11일 열렸지만, 지난해 12월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시작된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총장 취임식이 열리는 중에도 공동체의 갈등 상황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어찌보면 취임식은 '강행'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총장 선출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동국대학교가 공동체의 반대여론 속에서 취임식을 강행했다.

사진은 대학본관 중강당에서 6-11일 열린 18대 한태식(보광) 총장과 38대 황일면 이사장의 합동 취임식 장면



'대학총장' 선출이라는 대학 리더십을 둘러싼 갈등과 싸움은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에서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2015년 2월 13일에 <흔들리는 동국대, 스님들의 권력투쟁>이란 기사를 실었고, 2015년 4월 30일 <대학교 총장을 꼭 스님이 해야 하나?>라는 글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대학교 총장을 꼭 스님이 해야 하나?         요한의대학노트 2015/04/30 01:00

흔들리는 동국대, 스님들의 권력투쟁?       요한의대학노트 2015/02/13 02:34





취임사와 현실과의 거리는 백만년?


취임식만 강행한 듯 하지는 않습니다. 신임 이사장과 총장의 취임사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내용들을 골라볼 수 있습니다. 물론 취임사라는 것이 그 창대한 포부의 시작이기때문에 장미빛 전망을 내놓는 것은 자연스럽겠지만, 현재 대학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태를 외면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6월 11일 오전 10시 30분, 한태식(보광) 18대 총장과 일면 38대 이사장 스님의 합동 취임식이 열린 본관 중강당에서, 이사장은 "동국대를 도약의 반석 위에 올려놓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각오"라고 하고, "우리 구성원들이 총장스님의 리더십에 호응하면서 한 마음 한 마음의 걸어간다면... 양적, 질적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신임 총장은 (2014-12월 총장 후보로 등록할 때) "구성원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화합하며, 의견을 통합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도덕적 총장이 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하면서, "가장 대학다운 대학의 모범으로 환골탈태"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총장은 풍요로운 대학, 참사랑 열린교육, 대학다운 대학, 일산병원 활성화, 신바람나는 대학 등 5대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종단 외압시비·논문표절 논란 對 대학다운 대학·참사랑 열린교육


하지만 총장과 이사장 두분의 발언은 현실과 정반대입니다. 총장선거가 합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많고, 신임총장은 '논문표절 논란'으로 도덕성 시비에 휩싸였습니다. 이사장은 이사장 직무대행이었던 영담 전 이사스님과 이사장직 적법성을 두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영담 스님은 5월 26일의 이사회에서 찬성 7표, 반대 1표의 결과로 해임되었습니다. 영담스님이 이사장 일면스님을 상대로 이사장직 적법성 시비를 가리는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한 뒤였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총장 선출과정에서 조계종단의 외압으로 2명의 후보자가 사퇴했다는 의혹도 존재합니다. 동국대 학생들(47대 총학생회와 31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등)은 2015년 5월 27일부터 <등록거부 결의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사퇴를 요구중이기도 합니다. 그 이전부터 반대투쟁을 벌여오기도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에게는 '표절 총장', '외압 총장'


많은 학생들에게 신임 총장의 별명은 '표절 총장'이고 '외압 총장'입니다. 어떤 학생은 만해광장 조명탑에서 수십일간 고공농성을 진행 중이고, 어떤 학생은 삭발을 했고, 어떤 학생은 3천배를 올리며 반대의지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대학법인 사무처장 종민스님은 6월 11일 조계종 산하 종립학교 관리위원회에서 "동국대는 종단설립 대학이니 조계종이 운영하는 게 당연하고, 학생들을 엄격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학생들 엄격히 다뤄야" ... 동국대 사무처장 발언에 학생들 반발 / 머니투데이 2015.6.16



사무처장의 '애' 취급에 충격먹은 학생들


그러자 학생들은 6월 16일 성명을 내고, 사무처장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학교 운영예산의 70% 이상이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것을 사무처와 이사들이 더 잘 알것인데 그런 식으로 1만 5천명의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애' 취급을 했다는 것에 더 분노하는 모습입니다. 70% 이상을 등록금에 의해 운영된다면 대학의 운영을 학생들이 아주 많이 책임지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11일 취임식에서 신임 총장과 이사장은 "구성원의 인격을 존중하고, 참사랑 열린 교육으로 대학다운 대학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사실 학교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종단이 쥐락펴락하면서 종단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많은 학생들이 생각하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학교 운영비 70% 이상이 학생등록금이라면 대우 달라져야


한겨레신문 2015년 6월 12일자 기고문 <표절 총장님께 드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동국대 명예교수 임호일은 작금의 상황을 간명하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홍이 심화된 까닭은 대학 공동체의 많은 구성원들(교수, 학생, 동창회 등)이 극구 반대한 분에 대한 총장 임명을 강행한 이사회때문이고, 그 반대는 그의 논문 상당수가 표절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진리를 역행하는 행위이며, 오히려 "표절 안한 교수들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의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고자 임호일은 마지막으로 "범죄보다 더 엄한 사회적 지탄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퇴 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기고] 표절 총장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 임호일 ... 한겨레 2015.6.11



부처님은 바른 깨달음을 온 세상에 가득 차게 하셨는데


동국대의 앞 날에 잔뜩 먹구름이 낀 것 같습니다. 바른 깨달음으로 온 세상을 가득차게 만드는 부처님의 진리의 전파에 앞장서야 할 동국대학교는 집안문제를 처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부처님이 떠나시고 스님들만 남은 대학캠퍼스라면 동국대학교의 대학으로서의 가치는 부처님으로부터 찾아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가득한 대학 교육, 부처님의 마음으로 펼쳐지는 대학행정이라기 보다는 종단의 외압과 주요보직을 차지한 스님들의 세속적 지배를 강조하며 학생들의 요구를 '애들의 철없는 짓'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우리 대학사회의 비극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스님적 세계관으로 가득찬 동국대의 미래는 ... 


이 세속적 사회가 아무리 병들어도 성속이 다를 것이란 통념으로 고난에 빠진 사람들은 성당이나 절에 가서 참회와 구원의 기도를 드립니다. 사실 종교가 없는 이들도 평소의 호불호에 따라 어느날 문득 성스러운 장소를 찾아가게 됩니다. 개인의 구원을 추구할 때, 철학적 방법은 어렵지만 종교적인 성소는 곳곳에 있습니다. 인간성을 회복코자 하는 간절한 바램으로 찾아가는 곳이 바로 성소입니다. 불교대학인 동국대학교도 그런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 대학과 조금 다른 설립이념을 지닌 대학일 것이지만, 이제는 불교적 세계관으로 대학캠퍼스가 가득차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스님적 세계관이 대학을 지배하고 운영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임 총장님이 취임사에서 스스로 밝히셨듯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끝)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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