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생명윤리의 원리와 기초
자율성 - 악행금지 - 선행 - 정의
⑴ 자율성
① 정의와 적용
자율성(自律性) 존중의 원리는 자신의 삶과 행동에 관한 한 자유로이 결정하고 행동할 모든 인간의 권리와 책임을 보장한다. 의료 상황에서의 자율성 존중에서는 환자가 기준이다. 자유롭게 의료과정에 대해 동의하고,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최근 몇 십년간 이러한 요구조건은 전문적인 윤리제도와 제도적 정책 문제로 등장했고, 법률적 문제로까지 등장했다.
사실 그대로 알려주는 일
사실 그대로 알려주는 일은 환자 스스로 자기를 위해 제시된 치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분별있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말한다. 치료가 필요한 병이나 상해에 대한 정보, 병의 원인과 예견가능한 발병 진행과정, 그리고 치료 효과에 대한 정보가 여기에 다 포함된다. 또한 권고된 치료방법의 이점과 유해 여부에 대한 정보, 그러한 일들이 각각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야 한다. 환자는 제시된 치료방법 이외의 다른 방법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다른 방법의 효과와 위험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야 한다. 즉 치료에 동의할 것을 권유받은 환자는 의사가 왜 그런 방법을 권유하는지를 알아야 하며, 그 치료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의료적 상황에서 치료 후 상황은 불확실할 수가 있다. 또한 환자가 얼마만큼의 정보를 제공받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검사를 받아서 0.02%의 가능성으로 알레르기를 일으켜 죽을 수 있다면, 과연 그 가능성을 환자에게 알려줄 것인가?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성적 인간"으로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알고자 하는 모든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현행 기준이다.
이해력
이해력은 환자가 치료받고자 결정하는 데 기초가 되는 정보의 충분한 이해를 위해 필요한 요구조건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나 태도가 환자로 하여금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했다면, 결국 환자가 알아야 할 총체적 요점을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두렵고도 복잡한 치료 내용을 환자들이 이해하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지와 그들이 이해한 내용과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의 기술적 극복방법으로는 의사가 권하는 치료법의 위험과 혜택을 환자의 모국어로 명료하고 간단하게 서면(書面)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간호사나 의사가 치료세부사항들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구두(口頭)로 전달하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자발성
동의에 있어 정보를 알려주는 일과 그것을 이해하는 일이 '지식이 필요한 면'이라면, 자발성은 '지식과는 상관없는' 측면이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치료와 과정에 강압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 환자가 특정 치료절차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벌을 받거나 방치된다고 느껴서는 안되며, 두려움 때문에 원치 않는 치료를 받아들이게 해서도 안된다. 실제로 치료를 제공하는 의시들은 자신의 처방에 환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불충한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그 방법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은 유혹에 휘말릴 수가 있는데, 이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셔윈 눌란드(Sherwin Bernard Nuland, 1930~2014)는 미국의 외과전문의이자 작가였다. 또한 예일대 의과대학에 생명윤리(bioethics), 의료사(史) 등을 가르쳤다. 1994년에 쓴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생의 마지막 무대에 관한 성찰」(How We Die: Reflections on Life's Final Chapter)은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비소설부분 전국 최우수도서상에 뽑혔고, 퓰리처 상 최종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서윈 눌란드(Sherwin Nuland) 박사는 저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92세 환자에게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십이지장궤양 수술을 받도록 권유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 환자는 "자신은 충분히 오래 살았고 전반적으로 몸이 쇠약한 상황이기에 수술과 후유증이 주는 고통에 시달리고 싶지 않으며 그럴 필요성도 못 느낀다면서 수술을 거부했다. 그러나 설득을 통해서 환자는 수술을 받았고, 몇 주 후 심각한 뇌졸중 발작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저자 서윈 눌란드는 환자가 수술 후 강도높은 치료 때문에 겪었을 심한 고통 뿐만 아니라 환자가 느꼈을 배신감도 함께 밝히고 있다.
눌란드의 통렬한 자기 반성
눌란드는 통렬한 가지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가장 나쁜 종류의 가부장적 태도"의 소유자라고 반성한다. 그는 환자의 동의를 보장받기 위해, 회복기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고의로 잘못 전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환자가 의사의 권고에 따라 양보한 것은 의사에 대한 환자의 개인적 신뢰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능력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동의에 필요한 마지막 요소는 능력이다. 자유롭고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자의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능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과 대안을 이해하는 환자의 능력을 인지적으로 평가하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성숙도는 충분하며 합리적인지, 이성적인 고착과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감정적 균형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심리적 판단도 함께 필요하다. 치매환자의 경우 이러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법정이나 친권보호자가 그 판단을 대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능력에 대한 판단기준이 될 것인가? 그것은 일반적으로 <세가지에 대한 방향감>이라고 볼 수 있다.
세가지에 대한 방향감
즉 의식을 가진 환자가 최소한의 지식, 즉 "자신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고, 지금이 몇 년도인가"를 정확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의 유무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물론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 밖에도 다양한 심리검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이것은 인지적 기능이나 감정적 기능을 축정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예건테 100부터 세 개씩 빼가면서 거꾸로 세는 것을 들 수 있다.
자율성 존중의 원리
자율성 존중의 원리는 환자가 치료를 받거나 거부하는 권리 주장보다 더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환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통제할 권리가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자율성은 의사들이 환자의 비밀을 지킬 의무의 기초가 된다. 이것은 자율성 존중이 갖는 또 다른 형태의 보호적 기능이며 침해를 막아주는 장벽으로 작동한다.
자율성은 또한 긍정적인 요구이다. 또 다른 자율성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 한 자율성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동적인 권리로 해석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환자가 개인의 다양한 목적이나 바람을 성취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협조하거나 도울 수 있는 광범위한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 이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실험중에 있거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치료, 혹은 특정한 경우에 아무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는 치료 형태에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해 왔다.
자율성이 있으면 자살한 권리도 있는가?
한편 자율성은 (정자 혹은 난자 공여, 대리 임신 등) 건강하고 생물학적 연관이 있는 유아를 얻는 데 협력할 권리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운 환자가 죽음을 선택한다거나 목숨을 끊으려고 자신을 이해하는 의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자율성에 대한 주장이 또 다른 쪽에서 제기되고 있다.
존엄사와 관련된 프랑스의 재판 -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빠져나오는 의사 본 메종(2014년 6월 25일) 프랑스에서 한 의사가 일곱사람의 말기암 환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생명연장 장치를 모두 끊었다. 환자들은 자연사했다.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물론 한국 사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이지만, 네델란드 같은 나라와 달리, 이른바 존엄사 제도가 제한적 한계 내에서도 법제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말기암 환자가 회생의 가능성은 없고 고통만 있는데 왜 생명을 인공적으로 연장시키는가에 대한 하는 면에서 환자들의 청을 받아들여서 7명이 자연사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존엄사 제도가 없어서 의사 본 메종은 피고인 석에 섰다. 그리고 1심에서 그 의사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가톨릭교리신학원 통신신학교육부 2단계 1학년 가을학기(8~9월) 교재 [실천윤리신학] [02]
이 교재의 저자 이동익 신부님 1983년 사제품을 받고 로마 라테란 대학교 알퐁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켄트의 성 안셀모 연구소에서 1년간 영성지도 및 상담과정을 수료하고 1991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윤리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9년부터 교황청 생명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가톨릭중앙의료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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