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책의 표지를 '위작 논란'이 있는 이 고흐의 그림(추정)으로 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노안영과 강영신의 공저다. 한글 제목은 <성격심리학>이고, 영어제목은 <Personality Psychology>이다. 그리고 표지는 고흐의 그림 <가셰 박사의 초상>이다. 먼저 노안영은 1954년생의 남성으로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다. 노안영은 아들러 심리상담의 대가로 손에 꼽히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공저자 강영신(여성)은 노안영과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의 표지 그림에 대해서


책의 표지를 장식한 그림은 아주 흥미로운 사연을 갖고 있다. 표지 인물은 <폴 가셰>라는 프랑스 의사이고, 1828년에 태어나 1909년에 죽었다. 고흐가 1853년생으로 1890년에 죽었으니, 25년 먼저 태어나서 19년을 더 오래 살았다. 

폴 가셰(Paul-Ferdinand Gachet)는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또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고흐가 죽기 직전 환자와 의사의 관계로 만났다. 그는 의사고시에 합격한 뒤 여러 정신병원을 돌며 근무하다 파리 오베르에서 개인병원을 개업해서 활동하고 있었다. 

가셰의 환자로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많았다. 카미유 피사로(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와 그의 가족, 폴 세잔(현대 미술의 아버지, 프랑스 대표적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프랑스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등이다. 한편 반 고흐는 가셰 박사에 대해 이런 기록을 남겼다. 

"근심으로 경직된 얼굴의 소유자로서 노이로제를 앓고 있고, 
나보다 더 아프거나 최소한 나와 비슷하게 아픈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데 <성격 심리학>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선택되면서, <성격 심리학>의 표지 모델로 가셰 박사가 선정되었는데, 왜 하필이면 고흐가 그린 첫번째 작품이 아니라, 진위 논란이 진행 중인 두 번째 그림을 책의 표지로 선택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도 그런 사연을 두 공저자들이 몰랐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아무튼 <가셰 박사의 초상>의 첫번째 그림은 바로 이것이다. <의사 가셰의 초상>이라고도 한다. 


<가셰 박사의 초상 (첫째 판)> 빈센트 반 고흐, 1890년, 
캔버스에 유화, 67 × 56 cm, 개인 소장


<가셰 박사의 초상 (둘째 판)> 빈센트 반 고흐, 1890년
캔버스에 유화, 67 × 56 cm, 파리 시, 오르세 미술관

<가셰 박사의 초상>에 대해서 다시 정리를 해보겠다. 이 그림은 네델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유화 그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걸 두 가지 버전으로 그렸다(라고 오르셰 미술관은 주장하고 있으며 그 논리가 통용 중이다). 하나는 자신이 갖고 하나는 가셰에게 선물로 주었다. 바로 또 하나의 판이 있다. 다시 말해서 <가셰 박사의 초상>이라는 그림은 두 가지 판이 있고, 두 작품 모두 반 고흐 삶이 끝나던 1890년 6월에 완성되었다.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많이 다르다. 공통점은 두 작품이 모두 오른쪽 팔에 머리를 괴고 몸을 기울여 탁자에 앉아 있는 가셰 박사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이다. 특기할 일은 첫째 판은 1990년에 일본 다이쇼와제지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에게 8,250만 달러(당시 125억엔)에 팔려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1990년 환율은 대락적으로 1달러는 700원이었고, 1엔은 490원 정도 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 돈으로는 600억원 정도 되었다. (어떤 보도에 따르면 1천억원이라고 소개되어 있으나,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600억원 정도가 맞다.)

요즘 청와대 민정수석 덕분에 소개되는 검사들 월급으로 1990년대를 돌아보면 1990년대를 전후해서 강남의 아파트 공시지가는 32평 기준 2억원이었는데, 실 거래가는 2억 5천만원(압구정동 현대.한양 아파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절 일선 검사 2년차 봉급이 46만원 2,500원이었고, 보너스를 다 합쳐도 100만원이 안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 검찰총장의 봉급은 123만9,500원이었다고 하니, 600억원에 그림 하나를 샀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강남 아파트 300채 값에 달하는 돈을 투자한 것이다. 그러면 작은 아파트 단지 하나를 통째로 구입한 것과 맞먹는 것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일은 이 그림을 구매한 사이토 료에이 씨가 이 그림을 다른 비싼 그림들과 함께 화장해달라는 유언을 하면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후 전 세계의 난리법석으로 1991년 5월 14일 그 유언을 취소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이 그림은 1999년 7월 경, 익명의 미국인에게 4천 400만 달러에 팔렸으며 소유자는 공개나 전시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그림과 아주 비슷한 그림이 또 한 점이 있다고 하니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두 번째 그림이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고흐가 두 개의 비슷한 그림을 그렸을리가 없다는 것인데, 이 그림을 소장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셰 미술관 측은 이 그림이 고흐가 그린 진품이라고 주장이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고흐가 그렸다고 해야 오르셰 미술관에 그림을 구경하러 찾아올 테니 말이다. 아무튼 우리나라에 이 <가셰 박사의 초상> 그림에 대한 위작 논란이 유명해진 것은 2015년 3월 22일 MBC-TV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두개의 그림>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가셰 박사의 초상>의 위작 논란이 종결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방송에 따르자면, <가셰 박사의 초상>은 고흐가 죽기 2달 전에 그린 것으로, 고흐만의 기법이 돋보이는 마지막 초상화인데, 고흐 작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그림은 일본인 기업가가 엄청 큰 돈으로 구입하면서 유명해졌지만, 단 한 번도 이 그림을 공개하지 않아서 더더욱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타오르게 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같은 제목의 그림이 오르셰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다른 작품이고, 첫번째 작품의 책 두권도 없고, 3개의 단추도 보이지 않으며, 고흐 특유의 붓터치도 좀 다르다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르셰 미술관의 주장에 따르면, 고흐가 처음 그린 그림은 자신이 소장한 반면, 한 장을 더 그려서 가셰 박사에게 선물을 했고, 그 그림을 가셰의 아들이 오르셰 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브누아 랑데'라는 사람은 오르세 미술관의 ‘가셰 박사의 초상’이 위작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의 기록을 남겼고, 고흐의 편지는 사라진 ‘가셰 박사의 초상’에 대한 설명만 있을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브누아 랑데는 위작을 그린 사람은 가셰 박사라고 주장했다. 가셰 박사는 파울 반 리셀이란 이름의 화가로 활동했으며, 유명 화가의 그림을 베껴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셰 박사는 고흐의 ‘암소’를 따라 그린 그림, 세잔의 ‘모던 올랭피아’ 등을 모사해 그린 그림이 남아 있다고도 한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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