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When Nietsche wept
어빈 D. 얄롬 (지은이) | 임옥희 (옮긴이) | 필로소픽 | 2014-02-12
| 원제 When Nietzsche Wept (1992년) | 정가 18,000원
이 책을 사서 들여다보니, 좀 사전적으로 이해해야 할 배경지식이 필요하여 기록을 남긴다.
실존주의 심리치료자 어빈 얄롬의 소설
어빈 D. 얄롬의 소설책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은 흥미롭다. 우선 이 책을 쓴 사람은 현대 심리치료학계에서 손에 꼽히는 심리치료 전문가이며 정신과 의사이다. 두 번째로 이 책은 니체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청년 프로이트를 등장시키고 있다. 즉 정신분석의 태동기를 소설로 그렸다. 그래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요제프 브로이어 박사를 등장시키고 있다.
이 책은 픽션이지만, 실제 역사의 인물들이 등장하기때문에 시대나 개인적 정황은 대체로 역사와 일치할 것이다. 다만 니체가 브로이어를 만났다는 것은 허구라고 얄롬은 밝히고 있다. 다만 얄롬의 상상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니체가 미쳐서 죽었다고 알려져 있으니 주인공으로 맞춤이다.
그래서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호적 정리를 해야 한다.
요제프 브로이어(1842~1925) -오스트리아의 내과의사, 정신분석가
프리드리히 니체 (1844~1900) - 독일의 문헌학자이자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1856~1939)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
루 살로메(1861~1937) - 독일의 작가이자 정신분석학자, 팜므파탈
21세 살로메가 40세 브로이어에게 편지를 보내며 소설은 시작된다
이 책의 시작은 1882년이다. 루 살로메의 나이가 21살 때의 일이고 이 때 이탈리아에서 니체를 만나서 사귀었다. 소설의 시작은 루 살로메가 브로이어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살로메는 당대 팜므파탈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쁘고 지적이어서 당대 지식인들 사이에서 러시아에서 온 뮤즈(아버지가 러시아 야전군 고급장교)라는 칭송을 받았다. 21세의 루 살로메가 니체를 만나서 연인이 되었을 때 니체 나이는 38세였다. 그러나 루 살로메에게 달라붙고 징징대는 남자가 많아서 니체도 거의 겉절이 수준이었다.)
정신분석 기법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1882년 10월 21일, 브로이어는 한 장의 카드를 받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9시, 브로이어는 그 내용을 다시 읽는다. 장소는 베네치아이고, 산살바토레 성당의 종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카드를 보낸 이는 여성으로 루 살로메이다. 무작정 보자는 것이며, '독일철학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일철학의 미래는 니체를 말한다. 1844년생 니체는 이미 1868년(24세)에 스위스 바젤대학의 교수가 된 천재 문헌학자였다. 그리고 10년이 채 못되어 1876년 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병가를 신청했다가 아예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879년 거의 죽을 뻔했다가 회복되었으며, 소설이 시작되는 1882년도 38세의 나이에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바, 베네치아, 토리노 및 프랑스의 리베리아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시절 니체 철학의 詩的 형상화라고 할 수 있는 <자라투스트라>의 형상이 그를 엄습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독일 철학의 미래'라는 표현은 그리 과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그 시절에 요제프 브로이어도 성공한 의사였다. 그런데 당시 그는 환자 베르타 파펜하임에 대한 강박적 욕망과 중년의 위기로 절망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브로이어 박사도 이 여성을 피해 베니스로 여행을 왔다고 하니까 대략적으로 소설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한다.
이는 심리학 책에서 <안나 오(Anna O) Case>로 알려져 있다. '안나 오'라는 가명으로 정신분석 문헌에 소개된 베르다 파펜하임은 1859년생으로 21세때인 1880년부터 브로이어 박사의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21세의 안나 오는 17살이나 나이많은 브로이어 박사를 사랑했는데, 프로이트의 1914년 글에 따르면 브로이어도 이런 감정을 느꼈지만 숨기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안나 오는 사랑의 감정 끝에 상상임신까지 했고, 이에 당황한 브로이어는 부인과 함께 베니스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부인의 호된 비난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브로이어 박사에게 묘령의 여인 루 살로메로부터 은밀하게 한 무명 철학자를 치료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환자는 바로 만성적인 편두통과 발작, 루 살로메와의 실연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던 니체였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니체는 치료를 거부하고, 브로이어는 생각 끝에 기발한 거래를 제안한다. 자신의 절망을 니체가 철학으로 치유하고, 니체의 질병은 자신이 의학으로 치료하자는 것. 니체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두 사람은 ‘대화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속마음을 감춘 채 치열한 지적 공방을 벌이며 마음의 벽을 높게 쌓던 두 사람은, 차츰 가면을 벗고 각자의 내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우정이 깊어지는 가운데 브로이어는 마침내 니체의 철학적 상담을 통해 자기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실존적 불안의 실체를 직시하게 되는데….
그런데 브로이어는 루 살로메가 누군지도 몰랐다. 카드에 적힌대로 카페 소렌토를 갈 뿐이다. 1882년 10월 22일 오전 9시에 만나자고 적혀 있으니, 그것이 소설의 시작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첫번째 장의 제목은 루 살로메이다. 목차를 훑어보면 이렇다.
1. 루 살로메
2. 불경한 삼위일체
3. 꿈
4. 니체 교수의 방문
5. 혼란스러운 환자
6. 세 가지 질문
7. 두 질의 사본
8. 스트레스 논쟁
9. 망가진 심리치료
10. 성적 상상과 죄의식
11. 발작
12. 이상한 거래
13. 올가미 전략 짜기
14. 먼저 발가벗기 전략
15. 물구나무선 관계
16.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소년
17. 베르타와 불타는 집 환상
18. 3일간의 심리 운동
19. 위험한 탈주
20. 묘지에서 풀린 수수께끼
21. 가지 않은 길
22. 초인의 눈물
그리고 브로이어와 프로이트의 관계를 잠깐 보면 이렇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라는 소설책을 쓴 어빈 얄롬처럼, 프로이트 역시 글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괴테(1749~1832)나 셰익스피어(1564~1616)를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고전에 능통하고 박학다식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어의 수준이 동시통역가를 뺨치는 정도였다고 한다.
요제프 브로이어(Josef Breuer, 1842~1925)
한편 프로이트가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요제프 브로이어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정신분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노안영과 강영신이 공저한 <성격심리학>이란 책에서는 프로이트가 1884년 브로이어와 관계를 맺었다고 되어 있고, 이무석의 책 <정신분석에로의 초대>에서는 1880~82년 경에 브로이어 박사를 만났다고 되어 있다. 아무튼 브로이어는 이미 정신분석의 방법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한 최면술과 카타르시스로 치료한 환자인 '안나 오' 케이스였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브로이어로부터 히스테리적 신경증을 치료하는 담화치료(대화치료)와 최면술을 배웠다. 그리고 함께 최초의 정신분석 책 <히스테리 연구>(1895)를 함께 펴내기도 했지만, 성욕설에 대한 의견차이 등으로 결별하고 만다.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의 원인을 성욕(sexuality)이라고 보았지만, 브로이어는 그런 생각을 거부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1895년 최초의 정신분석 관련 책이 출판되면서 공식적으로 정신분석이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그 이후로 브로이어와 결별한 프로이트는 독자적인 '자기분석'을 통해 자신의 신경증 문제를 진단하였으며, 이를 통해 1900년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낸다. 그리고 이후 아들러와 융 등과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반면 브로이어는 최초의 정신분석학자로 역사책에 길이 남을 뻔했으나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를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탄생의 '조력자' 정도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다음 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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