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테이션 게임 (2014) The Imitation Game

드라마, 스릴러 | 영국, 미국 | 114 | 2015-02-17

 

24시간 마다 바뀌는 해독불가 암호

암호를 풀고 1,400 만 명의 목숨을 구한 천재 수학자

 

매 순간 3명이 죽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한 제 2차 세계대전절대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 에니그마로 인해 연합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결국 각 분야의 수재들을 모아 기밀 프로젝트 암호 해독팀을 가동한다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암호 해독을 위한 특별한 기계를 발명하지만, 24시간 마다 바뀌는 완벽한 암호 체계 때문에 번번히 좌절하고 마는데... 과연, 앨런 튜링과 암호 해독팀은 암호를 풀고 전쟁의 승리를 끌어낼 수 있을까?


베네딕트 컴버배치 (Benedict Cumberbatch, 앨런 튜링 역), 키이라 나이틀리 (Keira Knightley, 존 클락 역), 매튜 구드 (Matthew Goode, 휴 알렉산더 역) 등이 출연하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다. 


이 전쟁은 현재까지의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남겼다. 1939년 9월 1일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되었고, 1945년 8월 15일 일본제국이 무조건 항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명칭의 최대파괴적 전쟁은 막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터(전선)는 크게 4대 구역으로 구분된다. [서부유럽전선], [동부유럽전선], [중일전선], [태평양전선] 등이 그것이다. 이 당시 군인만 2,500만명, 민간인 약 3,000만명 등 약 5,500만명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가 그 당시의 전쟁 한방으로 멸절사태에 이른 것이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이 4대 전장터 중에서 [서부유럽전선]에서 벌어진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벨기에, 네델란드 등의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들을 총망라하는 것이 바로 서부유럽 전선이다. 이 사건은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1945년 5월 독일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즉 영화의 배경이 바로 이 시기를 포괄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에른스트 캇시러(Ernst Cassirer)의 책인 『국가의 신화』(The Myth of the State, Yale Univ. Press, 1946)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59년이었다. 1988년 개정판(서광사)이 나왔고, 2013년 개정판(창)에 한차례 더 나왔다. 이 책을 옮기신 분은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였던 최명관(2007년 9월 18일 별세)이다. 그러니까 2013년도 개정판은 1988년에 출판된 책의 디자인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국가의 신화(The Myth of the State, Yale Univ. Press, 1946)의 한글번역판. 1988년과 2013년 개정판의 모습


그런데 왜 국가의 신화』를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1959년 최초 번역판에서 그 단서가 숨어있는데, 애초에 이 책의 부제는 《현대 정치철학의 史的 전개》란 타이틀이 붙어있었다. 물론 그 단서가 오히려 원작자 캇시러의 의도와 진의를 부정확하게 반영해서 빼었다고 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1946년도(전쟁이 끝난 직후)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치적 동물'인 인간이 20세기에 저지른 인류 최대의 죄악상을 역사적 관점으로 조망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을 수 있겠다. 특히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사상적 배경인 나치즘과 파시틈이 어떻게 횡포를 부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하게 파괴했는지를 사상사적 관점에서 밝히고 있다.


한편 이 책 국가의 신화』는 캇시러의 최후의 저서이다. 칸트 철학의 대해석가였던 그는 철학적이고 역사학적 천재로 유럽 학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1874년 7월 28일에 태어난 그는 독일이 패망한 즈음인 1945년 4월 13일에 세상을 떠났는데, 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 봄, 그는 미국으로 이주하여, 예일대학을 새로운 학업의 터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예일대학 출판사에서 불후의 명저국가의 신화』가 1946년 출판된 것이다. 이에 앞서 그의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An Essay on Man, Yale Univ. Press, 1944)는 2차대전 중에 발표된 짧은 에세이로 시대의 진정한 보편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고전으로 애독되고 있다. 


아무트 국가의 신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20세기 신화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런 20세기에 등장한 신화 '영웅숭배'와 '인종숭배'가 역사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등장했는지를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 이 책은 서양철학사상의 역사에 의지한 책인데다가, 오늘날의 신화적 사고를 역사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유럽인들의 정신의 고향이랄 수 있는 '그리스'(희랍)의 역사와 신화 그리고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유럽인들의 정신에 박혀있는 신화적 사고의 구조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하는 제 1편 신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 바로 그것인데, 이것은 이 책 국가의 신화』를 이해하기 위한 워밍업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제2편 정치학설사에서의 신화반대의 투쟁'이란 제목은 달리 말하면 '신화적' 사고라는 인류문명 발달사의 초기에 해당하는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철학의 등장'을 정치학적으로 풀내는 내용이다. 국가의 신화』의 본론 부분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사실상 이 책은 결론 부분인 제3편 '20세기의 신화'를 설명하기 위해 그 이전의 2천년이 넘는 기간에 이루어진 정치철학적 전개를 압축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2편 '정치학설사에서의 신화 반대의 투쟁'이란 한가지 제목으로 10개의 파트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2천년이 넘는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그래서 ①초기 그리스 철학의 로고스와 뮈토스 ② 플라톤의 국가 ③ 중세의 국가이론의 종교적 및 형이상학적 배경, ④ 중세 철학에서의 법치국가 이론, ⑤ 중세철학에서의 자연과 은혜, ⑥ 마키아벨리의 새 정치학, ⑦ 마키아벨리즘의 승리와 그 결과, ⑧ 새 국가 이론의 의미 ⑨ 스토아주의의 재생과 '자연법적' 국가 이론, ⑩ 계몽주의 철학과 그 낭만주의 비판자들.


그래서 이렇게 유럽에 근대가 등장하기까지 서구역사에서 형성되어 왔던 철학적 전개를 정치학적 관점을 보태어 설명하면서 마지막 제3편 '국가의 신화'로 끝내는 것이 이 책의 구성이 되겠다. 20세기 신화의 준비를 위해 '칼라일'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영웅숭배와 인종숭배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 한사람 더 언급해야 하는 이가 바로 헤겔이기 때문에 헤겔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현대의 정치적 신화와 수법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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