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훔방)을 2월 21일(토) 밤 9시 15분, 대전CGV 아트하우스에서 봤습니다. 최근 개봉한 국산 영화들과 견주어 보았을 때,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영화였습니다. [쎄시봉]이나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렇다는 뜻입니다.
특히 아역들의 연기는 너무 훌륭해서 마치 그 아이들이 원래 그런 일상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내용들조차도 일상에서 튀어나온 생생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랭킹은 36위에 매달려 있습니다. (2015.2.21 현재) 물론 이 통계는 이 영화가 지난 2월 12일 '아트관'을 중심으로 재개봉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2월 11일 개봉한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랭킹 2위, [쎄시봉]이 랭킹 4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 해 12월 17일 개봉했던 [국제시장]이 두달이 훅 지나버린 현재에도 여전히 랭킹 7위에 자리잡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형편입니다. 게다가 2월 20일 기준, [국제시장]의 관객수가 1천3백80만명을 기록 중이고, [조선명탐정]은 불과 10일도 안되어서 2백50만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월 5일 개봉한 [쎄시봉]은 개봉 15일이 지난 2월 20일 누적 관객수는 143만명 가량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했던 영화 [개훔방]은 2월 20일 기준 누적관객수가 28만명이 조금 안됩니다. 영화가 재미가 없어서 관객수가 적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그동안 상영된 그 어떤 한국산 휴먼코미디 영화와 비교했을 때 전혀 뒤지지 않는 매우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영화입니다. 다만 적극적으로 개봉할 곳을 찾지 못했다가 한달여를 거의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작품입니다. 오로지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서 자발적인 동력에 따라서 이 영화는 실질적으로 재개봉이 된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아트관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개봉이란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2013년 1월 23일 [7번방의 선물]이라는 휴먼 코미디 영화에 비추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적장애자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게 된 용구(류승룡)의 어린 딸 예승이(갈소원)의 깜찍한 연기가 큰 볼거리였던 이 영화는 개봉 한달만에 무려 1천만의 관객을 모아들였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사는 '화인웍스', 배급사는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라는 곳이었습니다.
[개훔방]은 제작사가 '삼거리픽처스'이고, 배급사는 '리틀빅픽쳐스'입니다. 특히 리틀빅픽쳐스는 중소배급사라는 처지에서 영화 [개훔방]의 운명이 결정난 듯 보여집니다. 만일 이 영화를 대기업 CJ가 배급했다면 [7번방의 선물]처럼 이미 개봉 한달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할 만큼 훌륭한 영화를 고작 28만명이 보게 된 것은 바로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 탓입니다. 언론 보도에 보면, 리틀빅픽쳐스의 대표 엄용훈은 영화 개봉 보름만에 흥행부진의 책임을 지고 2015년 1월 14일 전격 사퇴했습니다. 대기업 독과점 문제에 불을 붙이는 시도로도 보여집니다. 사실상 흥행성적 참패에 따른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지만, 실제로는 영화산업의 최종 투자와 배급과 상영관을 장악한 대기업의 상술과 잇속에 따라 영화의 흥행이 최종결정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 탓인지 MBC-TV [PD수첩]은 지난 2월 17일 방송을 통해서 '스크린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제목으로 대기업 CJ와 CGV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의 폐해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김혜자 “‘개훔방’ 심야 시간대 배정, 불합리하다”(PD수첩) ... 중앙일보 2015.2.18
그래서 [개훔방]의 매우 높은 영화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그냥 스크린에서 밀려버린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일부 언론매체들의 글이 지난 1월에 인터넷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글들을 링크로 소개합니다.
'개훔방' 배급사 대표 사퇴 ... "크나큰 죄를 지었다." ... 오마이뉴스 2015.1.15
'개훔방'은 어떻게 스크린에서 사라졌는가 ... 한겨레 2015.1.26
'개훔방' 제작사 대표, 대통령에 "합리적 상영기준 필요" ... 오마이뉴스 2015.1.27
'개훔방' 제작사 대표 ... 참다못해 청와대에 글 남겨 ... 블로그 아이엠피터 2015.1.28
한국 영화계의 '재벌' 문제 ... 월스트리트 저널 2015.1.30
'개훔방' 확대 재개봉 ... '상영관 밀어주기' 관행 깨나 ... 문화일보 2015.2.10
"천만관객 시대? CJ 독과점에 개훔방 같은 영화 설 곳 없다." ... 미디어 오늘 20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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