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근로자를 계약직으로 뽑아라!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뽑아 한국기업 다시 뛰게 하라 - 매일경제 2015.2.24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 제목은 매우 선정적으로 인터넷을 달구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이란 이미지에 강력하게 담긴 뜻은 '쉬운 해고와 적은 임금'입니다. 어쩌면 이 지면을 보도한 해당 언론사에서도 그런 뉘앙스를 모르고 있지 않았거나, 그런 의도를 지향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지요. 비정규직은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의 50% 수준의 급여만 줘도 되고,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통해 비정규직 규모의 축소와 삶의 질 향상을 약속한 바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대임금 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대기억 정규직 100원 벌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 40.7원 벌어 프레시안 2015.2.22


비정규직의 숫자도 2014년 8월,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7천명입니다. 전년 대비 2.2% 증가된 13만 1천명이 더 비정규직이 된 것입니다. 그러자 정부, 즉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 '귀족 노조 등 경직적인 과보호 영역을 줄여나간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런 발언은 대학가에서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란 대자보의 반응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이 대자보를 보면, "아저씨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은 제게 “일자리를 인질로 잡고 있으니, 정규직 이놈들 순순히 권리를 내놓아라”로 들렸거든요. 저희는 정규직이 과보호돼서 불만인 게 아니라, 비정규직이 너무 보호 안돼서 불만인데, 자꾸 아저씨는 ‘창의적’인 해법을 말합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발언으로 소개된 '모든 근로자를 계약직으로 하자'는 주장은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기에 비난의 소지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래서 SNS에서는 각종 조롱과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대학에서는 정규직 교수를 없애고 시간강사들만 뽑아서 쓰라는 내용이나, 경제학 교수들부터 계약직으로 전원 바꾸라는 등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겠나란 식으로 언어공격을 당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네들 서울대 교수들부터 비정규직으로 전부 바꾸고 나서 얘기하라!"는 식이었던 것입니다.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서울대 교수 "와전"  - 한겨레 2015.2.25자 보도

 

그러나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은 당황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지순 교수님입니다. 이 분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굉장히 당황스럽다.”라고 소감을 밝히면서 거두절미한 채로 등장한 제목이 자신의 발언 취지와 무관함을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같은 조건에 같은 자격을 가진 비정규직이라면 더 우대해줘야 한다고 발언한 게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상황은 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으려던 언론사의 오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지순 교수님 스스로의 말씀처럼 언론에 경험이 없어서 낚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지순 교수님은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이 되신 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분의 말씀 하나하나가 중요한 가이드라인이며 큰 임팩트로 한국 사회에서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해프닝이 이지순 교수님에게 쓴 보약이 되어서 한국경제의 올바른 발전의 밑거름으로 작동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아'를 '어'로 바꾸는 언론 - 뉴스타파 포럼 - 최경영 - 뉴스타파 2015.2.24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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