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9일(목) 국내 개봉한 12세 이상 관람가의 영화 우먼인골드. 한글판 포스터에서는 정작 중요한 키워드가 빠져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Justice'(정의)이다. 그래서 영어 포스터에는 대체로 'The fight for justice never ends.'라고 써있거나, 'justice is priceless'라는 문장이 핵심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정의'의 힘


영화 '우먼 인 골드'에 대한 감상평




헤로데 임금이 아기예수를 죽일 목적으로 베들레헴 동네의 모든 또래 아이들을 학살했을 때,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소리. 라헬이 자식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마태오복음 2,18)란 구절을 이 영화는 생각하게 했다. 나찌의 학살과 만행에서 비롯한 고통을 평생 가슴 깊숙히 움켜쥐고 살던 주인공을 보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이 오버랩되었기때문인 것 같다. 



나찌의 독일군이 침공하기 10년전 쯤의 행복했던 가족의 모습. 가장 나이 어린 주인공 마리를 안고 있는 이가 큰어머니이며, 클림트의 그림의 주인공 아델레이다. 큰아버지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동생 부부와 함께 살았다. 


유다계 오스트리아인들은 1938년 3월 12일 나찌의 독일군이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왔을 때, 나찌의 차별과 탄압보다 한술 더떠서 자국민이며 이웃이었던 유다계 국민들을 학대했다. 그리고 유다계 오스트리아인들은 한 때 이웃이었던 그들의 극악스러운 모습에 더 경악했다. 그래서 60년이 지난 1998년의 시점에서도 주인공 마리는 유럽대륙, 특히 오스트리아 땅을 결코 밟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이처럼 '위로도 마다하는' 마리에게 오늘날 유럽의 문명은 작지만 '정의'를 선물한다. 유다인을 나찌보다 더 미워했던 오스트리아는 클림트의 위대한 명화를 미국인이 된 유다계 오스트리아인에게 돌려줬지만, 그것은 더러운 오욕의 과거를 인정하고 역사와 화해한 위대한 결정이었다. 



오스트리아 중재법정은 자국의 최고로 값진 그림을 한때는 유다계 오스트리아인이었지만, 나찌와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한 한 개인에게 반환하는위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정의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겠다는 감동어린 교훈을 얻었다. 게다가 그것은 60년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에서 희망의 불씨만은 살려놓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는 매년 3-1절을, 4-19를, 5-17 등을 기억하듯이, 4월 16일을 매년 기억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매년 4월 16일이 되면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참사에 대해서 추모하며 기념하게 될 것이다. 4-16은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 미완의 숙제이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성경말씀처럼,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하는' 삶의 고통어린 지경에서 헤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에게도 반드시 공정과 정의가 선물로 주어질 수도 있는 희망을 갖게 했다. 



어린 마리가 큰 엄마 아델레의 목걸이 잠금장치를 정성스럽게 걸어주고 있다. 

엄마처럼 따랐던 큰 엄마 '아델레'가 죽은 후, 큰 아버지는 주인공 마리의 결혼식에서 부인 '아델레'가 가장 귀하게 여겼던 목걸이를 선물한다.



영화 [우먼 인 골드]는 소유권 분쟁을 담은 영화이다.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라고 불리우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초상화 '아델레 블로후-바우어의 초상'을 되찾고자 하는 미국 할머니 '마리 알트만'의 이야기이다. 초상화의 주인공 '아델레'는 마리 할머니의 큰어머니였다. 마리 할머니는 유다계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나찌의 박해를 피해 오페라 가수 남편과 간신히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리고 영화는 독일군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한 1938년과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1998년의 상황을 대비하면서 전개된다. 


독일군이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은 것은 1938년 3월 12일이었다. 예상과 달리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독일군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리고 나찌보다 한술 더 떠서 자국민이었던 유다계 국민들을 탄압한다. 그 기억을 평생의 상처로 간직한 마리아는 다시는 유럽과 오스트리아 땅을 밟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리아에게 유럽은 배신의 땅이고 오욕의 땅이었다. 같은 국민이었던 오스트리아인들은 독일 나찌를 등에 업고 유다계 자국민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마리 알트만 부부가 오스트리아를 탈출하기 위해 공항에 서있는 모습이다.


소박하게 양장점을 운영하면서 노년을 보내던 마리아 할머니의 삶에 일대 급변을 예고한 것은 언니의 죽음이었다. 언니의 유언과 유품을 정리하면서 마리아 할머니는 가족의 추억이 담긴 그림들을 되찾고자 하는 8년간의 법률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 '스쿨보이'라는 표현으로 호칭된 애송이 변호사 랜드 쇤베르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예술품 반환 소송에서 진정한 법률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오스트리아 중재법정에서 쇤베르크 변호사는 자신도 오스트리아 출신임을 밝히면서 마리아 할머니에게 '정의(正義)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평온한 일상을 위해서 지난 상처를 잊고 살려고 노력했던 마리아 할머니는 8년간의 소송과정을 통해서 외면하고 싶어했던 과거의 아픔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별점 다섯개가 모자를 정도로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CGV에서는 아트관이란 곳에서만 볼 수 있다. 그래서 대전 지역 CGV에서는 오로지 서대전에 위치한 세이백화점 내의 CGV 아트관에서만 볼 수 있는데, 다른 영화관도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이처럼 아주 적은 개봉관에서 상영중인데다가 언제 내려질 지 모르니, 어서 빨리 가서 영화를 보라고 강추할만한 영화.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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