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일, 자선주일, 2013년 12월 15 @덕소성당
만수리 공소 윤종관 신부
I'm all yours
몽땅 진실, 나를 내놓아야...
언젠가 웹 사이트에 올라있는 서울의 모 신부님 강론 말씀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 그 강론 가운데 다음과 같은 예화가 있었습니다.
생일을 맞이한 엄마의 우화
엄마의 생일을 맞아 두 아들이 선물로 엄마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쿠폰 선물세트’를 만들었습니다. 큰아들은 ‘쓰레기 버리기’ ‘심부름하기’ ‘동생 공부 도와주기’ 등 25개를 만들었습니다. 동생은 ‘숙제하기’ ‘방 청소하기’ 등 잔 머리를 써서 35개를 만들었답니다. 쿠폰선물세트를 받은 엄마는 아이들 앞에서 남편인 아빠에게 “당신은?” 하고 물었습니다.
남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나는 항상 당신의 자유이용권 아니겠어요?”
남편이 아내의 생일 선물로 준비한 것이란 별다른 게 없었지요. 아이들이 엄마에게 준 선물은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약속의 쿠폰들이었는데 남편은 따로 선물 쿠폰을 장만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 남편은 그저 자신을 아내가 늘 써먹어도 되는 쿠폰이라는 의미로 ‘당신의 자유이용권’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가장 값진 선물은 무엇인가?
이 예화에서 저는 사랑하는 사이에 가장 값진 선물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사물이나 일거리를 마련해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선물로 내어놓은 남편의 사랑을 가장 값진 것으로 그 신부님은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예화에서 남편이 자신을 늘 아내가 사용하는 대상으로 내놓고 산다는 것은 부부 각자 배우자 상호간의 것이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남편은 아내에게, 그리고 아내는 남편에게, 어느 한 가지라도 감춰놓거나 아까워서 내어놓지 못할 것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늘 100%의 자기 자신을 내어놓는 사이가 부부 사이라는 뜻이지요. 부부는 그렇게 서로 자기 자신을 배우자로 하여금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맡기고 사는 사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듯 항상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타인에게 내어놓을 수 있는 삶의 모습을 모든 부부 사이에서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11일에 부산의 젊은 부부의 가정이 화마에 의해 처참이 상실된 뉴스를 보고 저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린 세 아이를 끌어안고 불에 타죽은 젊은 아내와 자녀들의 시신을 목격한 그 가난한 남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여 저는 하느님께 원망스런 말을 뇌까려보기도 했습니다(우리 카페 ‘모둠글방’에 감히 그렇게 표현해보았습니다). 그 행복했던 가정의 홀로 남은 남편…! 모든 행복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관계는 '몽땅 진실'의 관계
사실, 가장 아름다운 삶의 자리란 행복한 가정에서처럼 나 자신을 주변 사람들의 것으로 내어놓은 사이의 ‘몽땅 진실’의 관계에서 발견될 것입니다. 나 자신을 열어둠으로써 모든 사람이 필요한대로 그 자신 속으로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있고 그러한 자신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내어 놓고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 사람들을 사랑하는 삶에 자기를 내어던진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의 모습을 오늘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찾아보게 됩니다. 요한 세례자가 예수님께 보낸 질문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대답하신 말씀은 그분의 그런 모습을 읽게 하여줍니다.
요한 세례자가 사람을 시켜 예수님께 질문을 보냈습니다.
“오실 분이 바로 당신입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마태 11, 3)하고 말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너희가 보고 듣는 것을 요한에게 가서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마태 11, 4∼6)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은 그분이 늘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당신 자신이 모든 것이 되어주고 있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 : to everyone in all that I do)”(1코린 10, 33)이 되시는 당신이시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일시적인 영웅이 아니시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어떤 위대한 행위로써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영웅이 되려고 오신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은 사람들이 처한 모든 불행의 처지에 늘 당신 자신을 내어 놓으신 분으로 오신 분이십니다.
그러한 예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는 믿음의 고백으로 우리는 이 대림절의 오늘 ‘대림 제3주일’을 ‘자선주일’로 지냅니다. 이 ‘자선주일’의 깨우침으로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요한의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새겨들어야겠습니다. “너희가 듣고 본대로 가서 알려라.” 하신 말씀입니다.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이미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당신 제자들에게 당신의 하시는 일을 똑같이 행하라고 당부하신 바 있습니다.
너희가 듣고 본대로 가서 알려라
“앓는 이들을 고쳐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환자들을 깨끗하게 해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 8)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던 예수님께서 실제로 당신 친히 그렇게 하시는 분임을 보여주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일로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양하게 하라고 우리에게 당부하십니다(마태 5, 16 참조).
이러한 예수님의 당부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오늘 한국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김운회 주교께서 발표하신 담화문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 새롭게 읽혀집니다.
“교회는 복음의 말씀과 교회의 전통에 따라 언제나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왔으며,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주저 없이 다가갔습니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교회가 그들을 외면하거나 그들의 존재를 소홀히 한다면 더 이상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사랑을 닮은 이들을 찾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가난한 이웃과 선물을 나누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여기서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총과 선물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웃에게 다가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칭 그리스도인들이라 한다면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 하신대로 실천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맞이할 줄 아는 그 자체로 우리는 큰 은총을 얻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 당신 자신이 우리에게 있어서 은총 자체이시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이 하신 바대로 실천하는 것을 은총으로 여겨야 합니다.
은총 자체이신 예수님 오시기를 고대하는 믿음으로 지내는 이 대림절에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불우한 이웃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림절을 지내면서 그렇듯 이웃을 위하여 우리 자신의 것을 내놓는 사랑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앞에 예를 든 모 신부님의 예화에서 남편이 자신을 아내가 언제라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존재로 일컬어서 자신은 아내의 ‘자유이용권’이라 했듯이, 우리는 실제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늘 자신을 내놓을 수 있는 실천으로 예수님을 닮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는 전에 있던 성당에서 대림절이면 꼭 적십자사의 헌혈 장소에 가서 헌혈을 하곤 했던 추억이 떠오르는데, 지금은 자격 미달로 헌혈 장소에서 퇴짜 맞는 처지입니다. 나이 많고 혈압 높다고 퇴짜 맞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의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하여 고심하고 있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적어도 무엇인가 나 자신의 몸을 써야 할 터인데 말입니다. 언제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시간과 나의 노력을 내어줄 자세를 갖추도록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나를 사용하실 ‘자유이용권’을 드립니다.”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나 자신의 몸을 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I'm all yours
그런 의미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응답하는 말로 “나는 오로지 당신의 것입니다.”하는 영어의 표현이 일상의 모토로 적합하다고 여겨집니다. “I am all yours.” 이 표현은 “나는 오로지 당신의 것입니다.”라는 뜻이지요. 잘 아는 사이의 사람이나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또는 어떤 사람이 나를 만날 일이 있다는 말을 할 경우에 흔쾌히 대답하는 말이 “I'm all yours.”랍니다.
“나는 오로지 당신의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말을 가장 완벽하게 하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그렇게 말씀드리면서 죽음의 십자가의 길을 가셨지요. 그리고 같은 말을 하면서 그분을 따른 사람들이 있었지요. 모든 순교자들이 그런 분들입니다.
오늘 어느 누가 나를 신앙의 이유로 죽이겠다는 위협을 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당신의 것”이라는 이 말을 할 기회가 없을까요? 이 말을 나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웃 사람들에게 할 수 있어야지요. 그래야 진정 ‘자선’을 실천할 자세를 갖출 것입니다.
“나는 오로지 당신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나는 오로지 당신의 것입니다.”하며 응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가장 좋은 자선일 것입니다.
출처: 가톨릭성지 하부내포 공식 Daum 카페
http://cafe.daum.net/southnaepo/Dvt8/62
부여외산면 만수리공소 담당 하부내포 성지 윤종관 가브리엘 주임 신부
1947년 6월 충남 부여 출생. 1960년 소신학교인 서울 성신중학교에 입학, 가톨릭대 신학부를 거쳐 1974년 12월 사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 대학원 석사와 베를린 자유대학 박사과정 유학을 마치고 1985년 귀국해 해미 본당 초대 주임으로 6년간 성지를 조성했고, 2001년 안면도 본당이 설립되자 대전 도마동 본당 주임과 대전 서구지구장직을 2년 만에 끝내고 자청해 갔다. 열악한 환경의 안면도 사목 6년을 마친 윤종관은 2007년에 버려지고 잊혀진 하부내포 성지 전담 사제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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