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일 / 2014년 3월 30일 만수리 공소 윤종관 신부
(하부내포성지 도보순례행사로 서짓골성지 야외미사가 있었고, 이 강론은 홈페이지 게재용임)
'빛'으로 오신 분을, 믿음의 눈으로
믿음의 눈은 수천수만 년의 삶을 바라본다
오늘 사순 제4주일의 미사봉헌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노래합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하고 말입니다(오늘의 입당송 : 이사야의 전갈 참조). 그래서 오늘의 메시지 주제가 ‘기쁨’입니다. 그 기쁨이란 앞을 못 보던 사람이 눈을 뜨게 된 기쁨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모두 매일 눈을 탁 뜨는 체험을 합니다. 잠에서 깨어날 때 그렇게 눈을 뜨지요. 그런데 매일 아침 탁 뜬 눈에 우선 들어오는 것이 무엇입니까?
눈 뜨면 자연적으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빛’입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달려 나가는 게 모두 돈 벌려고 나가는 요즘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돈부터 봐야 좋겠습니까? 그게 아니지요! 생각은 돈 같은 물질에 먼저 가 있다 하더라도 눈 뜨면 자연적으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빛’입니다. 그 빛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돈이든 사람이든 눈에 보이는 게 순서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빛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렇듯이 세상을 밝히는 빛을 매일 맞이하고 사는 게 우리 삶입니다. 그러한 ‘세상의 빛’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빛의 지배를 받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나는 세상의 빛이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예수님이십니다(오늘의 복음 환호송 : 요한 8, 12 참조). 진즉 이렇게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실제로 당신 자신이 ‘빛’이신 사실을 증명하십니다. 오늘 복음 성경에서 본 바와 같이, 태어나면서 눈 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하신 예수님이십니다. 본래 ‘빛’이 들어가지 않던 사람의 눈을 열어서 빛을 보게 하셨습니다.
한번 상상해봅시다. 눈이 먼 상태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빛이 어떤 것인가 알 수가 없지요. 그 사람의 귀가 정상이라면, 일반인들이 뭘 보면서 말하는 소리는 들으면서 “본다는 게 무얼까?”하는 의문의 암흑 속에서 헤매는 신세가 눈먼 상태로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소리로만 듣던 세상을 눈으로 실제 보게 되는 순간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그래서 오늘 사순 제4주일의 메시지가 “기뻐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쁨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오늘 복음 성경에서 깨닫게 됩니다. 눈먼 사람이 눈을 뜨고 나서 자기를 볼 수 있게 하여 주신 예수님을 향하여 “주님, 저는 주님을 믿습니다.”하며 경배하였습니다(요한 9, 38). 그가 믿음의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우리 또한 그러한 ‘믿음의 눈’을 떠야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우선 먼저 ‘돈’을 보는 기쁨이 아니라 ‘빛’을 보는 게 기쁨이라는 사실을 매일매일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데 눈을 뜨게 되는 사람의 일화를 오늘의 성경에서 읽기 전에, 당신 자신을 일컬어 ‘세상의 빛’이라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복음 환호송으로 오늘 우리는 노래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빛’ 자체이신 예수님께 향한 믿음의 눈을 떠야 합니다.
148년 전 신앙선조에게 내린 한줄기 빛
이렇듯 믿음의 눈으로 빛을 보는 기쁨이란 옛적 우리 신앙 선조들이 박해의 캄캄함 속에서 늘 한 줄기 빛을 보는 믿음으로 살던 기쁨과 같은 것입니다. 오늘 마침 3월 30일이라서 우리 하부내포성지에서 도보순례를 하게 되는데, 148년 전의 사순 제4주일에 ‘믿음 때문에’ 참으로 기쁨을 토로하신 분들을 기억하며 걷는 기도를 합니다. 148년 전(병인년)의 사순 제4주일은 3월 11일이었습니다. 그날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님께서 체포되실 순간, 마침 사순 제4주일의 미사를 봉헌하며 ‘믿음으로 얻는 기쁨’으로 치명의 길을 가셨습니다. 그리고 19일 후 3월 30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그분은 갈매못에서 장열하게 치명하셨습니다. 그분과 함께 다른 두 분의 사제와 두 분의 교우 회장님께서 “하늘나라에 들어가니 참으로 기쁘다”면서 칼날 앞에 목을 내놓았습니다. 참 기쁨이란 믿음에 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하고 정말로 말할 수 있기 위해서 순교자들의 무덤을 찾아 걷게 되는 오늘의 순례에서 과연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서짓골 ‘빈 무덤’의 현장에서 믿음의 위대함을 보는 눈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 눈이란 부활을 내다보는 눈입니다. 그것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빈 무덤’을 찾아가 체험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빛의 주일인 이 사순 제4주일의 오늘, 안토니오 주교님 등 다섯 분의 옛적 갈매못 3월 30일을 기념하면서 다음과 같은 확신을 갖게 됩니다. ‘빛’으로 오신 주님을 ‘믿음의 눈’으로 알아보았기에 세상에서의 오늘만 사는 게 아니라, 치명하시어 영원히 사는 치명자들처럼 수천수만 년도 더, 아니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사순 제4주일은 부활절에 세례 받을 준비를 하는 예비자들의 ‘수련 주일’이듯이 우리는 오늘 믿음을 수련해야 합니다. 이 수련으로 얻은 힘으로써 우리가 이미 세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음을 다시 한 번 다짐해야겠습니다.
출처: 가톨릭성지 하부내포 공식 Daum 카페
http://cafe.daum.net/southnaepo/Dvt8/81
부여외산면 만수리공소 담당 하부내포 성지 윤종관 가브리엘 주임 신부
1947년 6월 충남 부여 출생. 1960년 소신학교인 서울 성신중학교에 입학, 가톨릭대 신학부를 거쳐 1974년 12월 사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 대학원 석사와 베를린 자유대학 박사과정 유학을 마치고 1985년 귀국해 해미 본당 초대 주임으로 6년간 성지를 조성했고, 2001년 안면도 본당이 설립되자 대전 도마동 본당 주임과 대전 서구지구장직을 2년 만에 끝내고 자청해 갔다. 열악한 환경의 안면도 사목 6년을 마친 윤종관은 2007년에 버려지고 잊혀진 하부내포 성지 전담 사제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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