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일(주일) 15:00

톨릭. 위령의 날 둘째미사 강론

(대전가톨릭성직자묘역 하늘묘원/ 대전가톨릭대 교내)


 

 



죽음은 끝이 아니라 구원과 평화의 시작입니다.

하느님의 손안에서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교중. 새로 나게 하소서!)
제가 이 위령의 날 미사를 하면서 한번도 재미를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래도 11월 2일이 따뜻했지만, 10여년 전에는 눈이 왔어요, 작년에도 비가 왔고, 항상 떨었습니다. 또 오늘에는 제가 잠바 바람으로 왔지만, 양복 입어야 하고, 양복 속에는 두꺼운 걸 못 입고요, 제의를 입으려면 양복을 벗어야 합니다. 그래서 달달달  떨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복 입었잖아요. 정말 오늘 햇빛은 저한테만 비추니 정말 좋습니다. 제가 여기로 미사온 건 2번인 거로 기억나는데, 이번에 저에게 왜 여기 왔냐고 질문 던졌어요. 이분들 다 여기 계시지요.  제가 형님 신부님 미사드리러 왔는데, 왜 왔냐. 저기서 비맞고 떠는대 그런 얘기하니 속상하더라고요.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맞는 말씀이지만 또 틀린 말씀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묘지를 찾아가라고 얘기하잖아요. 묘지를 왜 가라는거이요. 아무도 없는데, 묘지에 외서 미사를 드리는 것은 일단 우리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미사를 드리는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위안이 되고, 또 여기계신 먼저 세상을 떠나신 분에게 아주 소중한 것이다.특히 이 자리는 대전교구에서 봉직하다 떠나신 선배 신부님들에게는 아주 유익하고 좋은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여기서 미사를드리는 것은 대전교구에서 떠나신 신부님과 주교님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것은 우리 교구와 모두에게 큰은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귀한 시간 함께 해주셔서 고맙고요. 해가 다시 안나오니 미사를 빨리 마쳐야겠습니다. 열심히 기도하며 11월 한 달간을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2014-11-2(주일) 오후 3:00 위령의 날.

방경석 알로이시오 주임신부 @대전가톨릭성직자 묘역(하늘묘원)


이 글은 강론 말씀을 필자가 재구성한 것이기에 실제 말씀과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본문 내의 성경구절은 글의 구성을 위해 삽입된 것입니다.


 

 

 

    매일미사의 오늘의 묵상     


위령의 날이 되니 신학생 시절 해마다 전교생이 용인이나 용산의 성직자 묘역에 미사를 드리러 간 일이 떠오릅니다. 미사 전에는 선종하신 신부님들의 묘소를 둘러보며, 또 그분들의 묘비에 새겨진 성함을 보며 잠깐씩 기도를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숙연한 마음보다는 오히려 할아버지의 품속에 안긴 듯한 따스함과 평온함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그분들이 ‘달릴 길을 다 달리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긴 가운데 참된 평화를 누리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했을 것입니다. 


생전에 직접 모시거나 뵐 기회가 있었던 ‘할아버지 신부님’들의 성함을 묘석에서 발견하였을 때에는 반갑기도 하면서,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만 주시는 주님의 영원한 평화를 저도 잠시나마 나누어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죽음은 인간의 슬픈 운명의 확증인 것만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얻게 되는 진정한 평화에 이르는 문이기도 한 점을, 그분 품에 먼저 안긴 분들을 참배하면서 다시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듯, 자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주님 안에서 ‘철부지’가 된 이에게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구원과 평화의 시작입니다. 지혜서가 말하듯, 세상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음으로 끝장에 이르렀다고 보일지 모르지만, 주님의 ‘아이’들인 그들은 하느님의 손안에서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오늘 위령의 날에 돌아가신 분들이 말없이 전해 주는 ‘죽음의 신비’에 잔잔한 마음으로 머물러 봅니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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