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5일 교황청 백주년 기념재단에서 하신 말씀


새로운 연대를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의 유지를 위한 새로운 연대가 필요합니다


  


연대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연대에 대해 교도권이 최근까지 내놓은 가르침을 토론에 붙여야 한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교도권의 가르침은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대비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생각으로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교도권의 가르침과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연계해서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경제적 발전은 지속적이면서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으며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교도권의 가르침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연대가 지닌 모든 가치와 유용성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더욱 깊이 연구하고 숙고한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연대의 본질적 가치와 유용성은 복음서에서, 곧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재발견한 연대는 무한한 가능성과 힘을 지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로 인해 연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 되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노동하는 인간> 18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위기는 경제와 사회에 대한 교도권의 가르침이 지닌 진실성과 현실성을 게속 부각시켜 주고 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오늘날의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위기상황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인간의 노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세계의 모든 인류 가족을 볼 때, 우리를 지극히 당혹하게 하는 사실에 충격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연 자원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면서도,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가 있다 해도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각 정치 공동체에서, 그리고 국제관계에서 핵심적이고 중대한 사회문제인 노동과 고용이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음을 분명히 증명해줍니다.”

 

일자리 부족이나 해고로 인한 실업은 오늘날 서구 사회 전역으로 확산되는 현상입니다. 실업으로 인해 가난의 경계가 점점 더 넓어지는 현실이 심히 염려스럽기만 합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적하신 대로 자연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생기는 가난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자원이 부족해서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거나 노동의 품위를 상실할 수 밖에 없어서 생기는 가난은 없습니다. 지금의 실업 확산 현상은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서구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고심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연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에 부합하게 사회구조와 체계 전반을 올바르게 수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전체적인 재고 차원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것입니다.

 

경제적 시각에서 연대라는 말은 잘못 이해되어 부정적 용어로 인식되었습니다. 우리는 연대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합당한 자리를 되찾게 해주어야 합니다. 연대는 고상한 태도나 행위도 아니고, 사회적 자선도 아닙니다. 연대는 사회적 가치입니다. 따라서 연대가 우리 사회에서 제 자리를 되찾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현 사회의 위기는 단순히 경제적이고 재정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위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채, 권력, 이익, 돈이라는 우상을 좇는 것이 사회적 활동의 기본 원리가 되었고 사회조직의 결정적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는 사업이나 시장의 논리와 변수보다 인간 존재 자체가 더 중요함을, 인간의 존엄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일임을 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누구든지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간직하고 살면서 공동선을 위해 능동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연대를 모색해야 합니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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